남편과 전화로 아침댓바람부터 싸웠다.

10년을 살아도 이해가 안되는 남편

by 소국

남편이 지방 출장을 갔다. 우리 남편에게는 문제가 하나 있다. 직장을 오래 다니지 못한다. 일을 진득허니 잘 못한다. 난 그냥 이게 마음의 병이라고 본다. 원인은 모르겠지만 그렇게 되어버린 남편을 수용하기 어렵다.


수용하기 어려우니 불만이 점차 쌓인다. 그리고 별것도 아닌 사소한 문제에서 여지없이 터진다. 6월 1일은 친정아빠의 기일이다. 기일이라고 뭐 대단한 제사를 지내고 하지 않는다. 집안이 잘 모이는 집안도 아니거니와 친척들 관계가 아빠가 돌아가신 이후로 마음적으로는 완전히 갈라섰다고 난 생각하기 때문에 형식적인 것을 하지 않는다.


남편의 이번 직장은 신입인 남편을 지방으로 보냈다. 지방으로 간 남편은 어지간히 집안일이 신경쓰였는지, 아님 내 눈치를 보는건지 연락이 왔다. 일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내가 올라가기 어려우니 기차표를 끊는게 좋을것 같다고.

부랴부랴 기차표를 끊었다. 생리중이라서 그런건지 뭐 때문에 그런건지 알수 없지만 온몸이 붓고 무릎이 안펴질정도 몸의 통증이 어제 저녁부터 계속 있다. 몸과 마음과 이 상황이 맘에 들지 않는다.


기차표를 열심히 끊어놓고, 짐을 싸고 어머님과 스케쥴을 나누고 오늘 어떻게 움직일지 계획을 짰다.


아침 출근길, 몸이 안움직여졌다. 어머님께서 퇴근후 지하철역으로 애들을 데리고 와주신다고 짐을 차에 넣어놓으란다. 지각이다. 에휴.


이미 지각이니 할수없다는 마음으로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남편에게 연락이 왔다. 남편은 아무래도 차를 가지고 가야겠다는거다. 올라올테니 기차표를 취소하라고 한다. 어제저녁부터 부랴부랴 서두르고 아침에도 짐챙긴 내가 맥이 탁 풀린다. 짜증이 났다. 그래도 뭐 몇백원 위약금 아끼자고 마음이 급해진다. 부랴부랴 톡하다가 말고 어머님께 전화해서 바뀐 스케쥴을 말씀드리고 예매취소를 누르려고 하고 보니 이 남편의 뒷말이 있다.


12시쯤 정확히 알려주겠다고ㅜ


남편님, 너무 피곤합니다. 천천히 말로 내 마음을 설명하면 될일을... 이미 지각하고 기다리는 버스정류장에서 아침 댓바람부터 내 감정을 쏟아버렸다. 뒤에서 조종하냐. 지금 나더러 어쩌라는거냐. 커뮤니케이션을 내가 다하고 스케쥴 짜는데, 정확하게 알려줘야지 이게 뭐냐. 온갖 말을 쏟아버리고 금방 후회했다.


가만 생각해보니 남편도 엄청 신경이 쓰이고 일하랴 집안일 챙기랴 정신없는데 짜증이 날법하다. 5월 가정의 달이 맞는건가.

가정 파탄 안일으키면 다행인 달이다. 이벤트 식의 챙김이 필요할때도 있지만 서민중에 서민들은 이벤트도 버겁다.

푼돈 아낄라고 서로 생각하다가 이게 뭔 난리인가.


효도까지도 남들 하듯 다 따라하다가 가랑이 찢어지겠다. 마음이 진짜다. 이런 마음 버리고 다시 살아야지. 남편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아빠 빈소에 가야지. 오랜만에 보는 엄마 기쁘게 만나야지. 푼돈 아끼자고 마음까지 아끼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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