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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 Kim Jan 04. 2019

당신은 오늘도 빛나는군요.

우리는 늘, 빛나는 사람이 된다.


가려져 있어도 태양은 빛나고


올해 첫 일출은 구름 뒤에서 떠올랐다. 구름 사이로 퍼지는 햇빛이 은은하게 퍼졌지만, 동그란 태양을 볼 수는 없었다. 조금 아쉬운 마음에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밝게 빛나는 구름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구름 사이로 강한 빛이 새어 나왔다. 가려져 있어도 태양은 태양이구나. 틈새로 삐져나오는 한 줄기 빛이었지만 그 존재감을 숨길 수 없었다. 


잠깐 사이에 강렬한 빛이 구름 뒤로 사라졌다. 구름의 양과 상관없이 점점 더 밝아지는 아침 하늘을 보고 있자니, 이거야말로 평범한 하루의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해 일출 보기 딱 좋은 날의 맑은 하늘처럼, 살아가면서 명쾌하게 답을 내릴 수 있는 순간은 의외로 몇 없으니까. 오히려 두터운 안개가 낀 것처럼 답답한 순간들이 더 많다. 나이를 먹어도 알 수 없는 것은 여전히 존재한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서 좌절하며 한참을 우울해할지도 모른다. 뭐가 맞는지 몰라서 혼란스러움 느끼고, 과거의 내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순간도 온다. 그때의 무지에 부끄러워하고, 상처 주었던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이럴 때 우리는 어두운 터널 속에 갇혔다고 말하거나 뿌연 안갯속에서 길을 잃었다고 표현하고는 한다.     


해가 뜨기 전, 아직은 어떤 아침이 찾아올지 모르는 새벽녘.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진 건 아니야.


 다행인 사실은 한없이 좌절하다가도 문득, ‘그래, 잘 살아보자’는 강한 의지가 타오른다는 점이다.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염원이나 희망, 행복의 감정들은 크기가 줄어들 수는 있지만 소멸하지 않는다. 구름에 가려져있어도 태양은 존재하는 것처럼, 어딘가에서 강렬하게 빛난다. 삶이 고단해서, 사회에 끼어, 사람에 치여서 잠시 어딘가에 숨었을 뿐이다. 


숨어있던 행복감은 의외로 소소하고 별 것 아닌 순간에 찾아온다. 하루 종일 일진이 사나워서 짜증만 부리다가 막연히 내일은 오늘보다 잘 풀리길 바랄 때, 퇴근 후 집에 가다가 코끝이 시려서 갑자기 가족들에게 문자를 보내고 싶어 질 때, 과제 발표를 망쳐서 친구들과 노래방에서 스트레스를 풀고 나오면서 마주하는 밤공기가 상쾌할 때, 밥을 먹지 않겠다고 한 시간 내내 고집부리던 아이가 갑자기 방긋 웃어줄 때 - 이때가 우리 마음속에 존재하는 태양이 먹구름을 비집고 나와, 내가 살아가는 세상을 환하게 빛내주는 순간이다. 




구름에 가려져있어도 자신의 빛을 내뿜는 존재감. 우리도 이런 모습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당신은 오늘도 빛나는군요.


 우리는 알고 있다. 매일이 답답한 날들의 연속이라도, 이 순간이 영원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그래서 기다린다. 주변을 자신의 색깔로 물들이던 강렬한 태양처럼, 언젠가 온전하게 빛날 나만의 순간을. 그게 무엇인지 지금 당장 정의할 필요는 없다. 남들은 이것도 척척, 저것도 척척 알아서 자기 인생을 잘 개척하는 것 같은데 나만 지지부진하다고 내 인생의 목표는 무엇일지, 꿈을 더 크게 가져야 할지 조급해할 이유도 없다. 각자가 살아가는 삶의 속도는 모두 다르니까. 우리는 자기만의 태양을 품고 하루를 살아가면 된다. 내 안에 흐지부지 널려있는 것들이 하나씩 걷히고 나면, 고대하던 무언가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려져있어도 존재를 숨길 수 없는 태양처럼, 우리도 그런 강렬한 모습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늘빛나는 사람이 된다.

 


매일이 아니면 어때. 이렇게 빛나는 순간이 찾아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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