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해 쓰고 마는 것처럼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작업을 하면 투명 망토를 쓴 기분이었다. 적당히 많은 사람들에 섞여있지만 사적 거리감은 다른 행성만큼 먼. 타인을 인지하고 있지만 굳이 신경 쓰지 않는 암묵적인 태도는 오히려 작업하기 좋다고 믿었다. 누군가 내게 말을 걸기 전까지.
"오늘은 왜 주스 드세요?"
포스기 앞에 서있던 직원의 물음은 내 마음 속 두 가지 생각을 박살냈다. 첫째, 아주 멀리 있다고 믿었던 행성이 사실은 내 앞에 있었고 둘째, 프랜차이즈 카페 직원은 친절하지만 절대 사적인 대화는 먼저 걸지 않을 거라는 생각.
몇 개월째 늘 정해진 질문과 대화만 하다가 호기심을 이유로 상대가 그 틀을 벗어났을 때,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사실은 매우 즐거웠다. 나를 안다고? 나를 기억하고 있다고? 하하 거 참! 겉으로는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아, 오직 내 작업만 할 거야, 라는 분위기를 풍기려 노력했지만 사실은 사람들에게 관심이 무척이나 많고, 혼자 집에서 글 쓰는 건 너무 외로워서 카페에 가는 나의 진짜 모습이 비죽 튀어나왔던 걸까?
"이거 모양이 흐트러져서 그렇지 맛은 괜찮아요. 자주 오시는 것 같아서요."
그리고 오늘은 다른 카페에서 조각 케이크를 받았다. 깜짝 선물도 좋지만 매일 많은 사람들을 만날텐데 나를 기억해주고, 챙겨주는 마음이 고마웠다. 타인에 대한 관심과 호의로 가득한 세상이라니 너무 아름답잖아. 소풍 가는 아이처럼 마음이 계속 부풀었다.
규모나 시스템에 따라 인간에 대한 관심이나 마음을 규정할 수는 없는 건데. 사람은 많지만, 아는 사람은 없는 곳에 매일 글을 쓰면서 '괜찮아, 나도 아무도 신경 안 써도 되고 부담 안 갖고 좋지 뭐' 하면서 나 스스로 먼저 내 외로움에 투명 망토를 걸친 건 아닐까? 인정하기보다는 감추는 게 편하니까.
하지만 누군가의 질문과 호의에 투명 망토는 벗겨지고 나는 그냥 한 사람으로 존재하게 된다. 타인의 관심을 좋아하고, 애정을 바라는 그런 사람의 모습으로. 나는 사람들이 궁금하고, 그들의 호의와 관심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니까. 내게로 들어온 타인의 마음은 외로움을 달래고 사랑에 대한 믿음을 활활 태워주는 연료가 된다.
힘들고 시련을 겪더라도 결국은 계속 살아가는 힘 - 사랑에 대해 쓰고 마는 것처럼.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