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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 Kim May 31. 2016

치열하게 써 내려간다

내 글도, 내 인생도

5월을 가장 좋아한다.

 

5월이 시작되면서 느낌이 왔다. '다이내믹한 한 달을 보내겠구나.' 설렜고, 기대됐다. 이제 5월이 24시간도 채 안 남은 지금, 나는 곰곰이 생각해본다. '이렇게까지 다이내믹할 필요는....' 무엇을 상상하든 늘 그 이상을 실현하는 나는, 오늘도 역시 치열하게 써 내려간다. 가볍지만 비어있지는 않게, 촘촘하지만 무겁지는 않게.



아웅 대는 시간들의 자리다툼

사실 이미 지나버린 오늘(5월 30일)은 내 생일이었다. 당일 새벽 4시에 컴퓨터를 끄고 잠들 때도 진짜 설마설마했는데, 눈 뜨자마자 작업 시작해서 마감 두 개 다 건네고 나니 5월 31일이 돼버렸다. 나는 당연히 밤 10시 전에는 모두 끝낼 줄 알았는데, 내가 글쓰기님을 또 너무 연약하게 봤다. 이거 참, 코와 입 사이로 빠져나오는 헛웃음을 막을 수가 없다. 내 생일 어디 갔니? 그래도 아침에 생일상도 받고 (3분 미역국이지만), 축하 메시지도 받고, 기프티콘으로 오랜만에 스타벅스도 가고 (기프티콘이 미래다) 오랜만에 카페에서 작업하고, 진짜 육신은 불타올랐지만 마음은 행복했다.




3 잡을 넘어 4 잡으로

사실 올해 초 목표는 일하지 않는 거였다. 회사든 글이든, 그게 뭐든. 돈 받고 일하기보단 이제는 스스로 내 돈을 만들고 싶었다, 저작권으로. 그래서 딱 1년 동안은 모아놓은 돈 쓰면서 앞으로 가져갈 작품 3개만 쓰자고 다짐했다.


그런데 갑자기 지난주부터 3 잡을 넘어 4 잡으로 이동하고 있다. 5월 초만 해도 공모전만 준비하면서 열심히 소설만 썼는데, 내가 결정적으로 간과한 것이 있었다. 바로 똑같은 일을 4주 내내 하면 견딜 수 없이 지겹다는 사실이다. 특히 나는 지구력이 몹시 취약하고 순발 집중력이 많이 강한 타입이라서 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일 만 무한 반복하게 하면 말라비틀어진다. 많이 좀 쑤셔하던 찰나에 전화가 왔다.



모든 일들은 예고없이 한꺼번에

 

지난 1월에 홍보 구상 작업으로 연을 맺은 디자인 회사랑 영상회사가 있는데, 하루 이틀 간격으로 연락이 왔다. 두 군데 모두 작가랑 일했던 적이 처음인 회사였다. 나도 프리랜서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터라, 돈보다는 커리어 만드는 데 집중했다. 포트폴리오가 곧 내 경력이 될 테니까.


그 후로 디자인 회사는 기획파트가 필요한 일이 들어오면 견적내기 전에 늘 전화를 주셨다. 비록 지금까지 3번~4번 정도 일이 엎어져서 실제로 프로젝트를 끝낸 적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연락이 온다는 게 기분이 좋았다. 작업이 마음에 들었고 신뢰가 간다는 뜻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나도 신뢰를 바탕으로 일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돈은 어디서든 벌 수 있지만, 신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은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같이 일하는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 그리고  일도 계속 이어진다.


비슷한 시기에 영상회사에서도 지난번에 작업했던 일이 이제야 마무리됐다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자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뭐 하는지 별로 묻지도 않고 일단 미팅부터 참석했다. 그리고 오늘 시상식 영상 컨셉안을 하나 넘겼다. 이건 예전에 축제 기획하던 것도 생각나고, 오랜만에 기획가분들의 삶을 다시 접하니 기억이 새록새록하기도 하고 재밌다.




성취감과 자존감 추켜올리기

현재 진행 중인 영상 시나리오가 한 건 있고, 연이 닿으면 결과보고서 겸 화보 작업도 할 것 같다. 그리고 이제 6월부터 8월까지 진짜 각종 공모전들 마감 철이라, 6월은 5월보다 더 퐌타스틱하게 보낼 것 같다.


덧붙이자면, 혼자 일하면 성취감과 자존감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것은 에너지와 같아서, 적절한 시기에 필요하다. 아마 그래서 나도 프로젝트를 하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피드백이 빠르고, 일을 끝내면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이 오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4~5월엔 공모전 준비하느라 스스로를 상대로 고군분투하느라 에너지도 거의 바닥나고 성취감도 거의 바닥에 달했는데, 적절한 시기에 나를 찾아주는 전화들이 정말 도움이 됐다. 그래서 나는 보답으로 가격을 깎아드렸습니다.



반복의 힘: 주구장창 써 내려가자

나는 글을 쓰고, 하루하루를 쓰면서 인생도 쓰고 있다. 어떤 날은 소비로 가득 차고 어떤 날은 투자로 가득하다. 뭐가 됐든 하루하루 치열하게 빼곡하게 써 내려가고 있다. 비록 요 며칠 째 밤샘이 지속되고 살이 붙고 있지만, 눈이 빠질 거 같고 목이 굳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든 아낌없이 쓰고 있기 때문에 기분은 참 좋다. 창작의 고통과는 별개로, 마음이 꽉 차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나는 또 내일 마감에 탈탈거리겠지만, 머리는 아프겠지만, 괜찮다. 다 괜찮다.


아마 지난 5개월 동안 끊임없이 생각하고, 소재를 발전시키고, 글을 쓰고, 고치고, 또 고치고, 토 나오게 고치고 공모전에 내고, 구상일도 하고, 또 쓰고 무지하게 쓰고 했던 것들이 이제 아주 조금은 쌓여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완전 황무지의 막막했던 시기는 지나고, 열심히 삽질했더니 이제야 좀 밭다워지는, 그런 마음?


이러다가 또 우울의 나락에 빠져서 화전터로 만들지도 모르겠지만, 무튼 지금은 기분이 좋다. 아직 폭염이 안 와서 그런 거라면, 그 전에 체력을 더 강화해야지.



좋아하는 거는 절대 놓지 않는다.

다른 건 모르겠는데, 내가 추진력이나 집중력 하나만큼은 아주 기가 막히게 자신이 있다. 하고 싶은 것은 기필코 해야 하고 온통 생각이 다 그곳에 빠져버려서 갖고 있는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그렇게 1년 정도 시행착오를 거치다 보면, 진짜로 계획한 것, 생각한 것, 꿈꿨던 것에 도달해있다. 이때의 성취감은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다.


다만 경험으로 터득한 것이 있다면, 진짜 정말 올인해야 된다는 거. '한 번 해볼까?', '안되면 말고'하는 마음으로는 그냥 한 번 해보고 말게 되고 안 되게 되고, 그렇다. 하루에 갖는 에너지가 100이라면 99.9 다 쏟아붓고 고 다음날도 붓고, 다다음날도 붓고... 그렇게 계속해야 가져가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이 조금씩 보이고, 결국엔 길이 완성된다. 물론 빠져있는 것 외의 모든 것들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게 돼버리지만, 무관심한 소재들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 거야, 그게 최고야.


지나긴 했지만, 생일을 기념하며 꿈에 도달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해보았다.

나는 당분간, 앞으로도 내가 가진 것 다 쏟아붓겠다.

거기 도달하면 또 다른 거 생각해야지. 그 전까지는 주구장창, 또 쓰겠다.


치열하게 써 내려간다.

가볍지만 비어있지는 않게, 촘촘하지만 무겁지는 않게.

내 글도, 내 인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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