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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 Kim Nov 12. 2017

나 말고 노력한 시간을 믿어 봐.

결국 어떤 결과를 가져다 줄 거고, 그 순간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나는 지금 소설을 쓴다. 소설을 전공한 적도 없고, 한 때는 절대로 소설가가 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지만, - 이제는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소설을 쓴다. 단순한 논리다. 더 늦기 전에 해야 할 것 같아서, 그 이유 하나로 소설을 쓰고 있다.


더 단순하게 말하자면, 지금까지 했던 일 중에 제일 재밌기 때문에 소설을 쓴다. PD, 축제 홍보, 행사 운영, 카피라이터 등 많은 일을 했지만 소설 쓰는 게 제일 재밌다. 그리고 제일 힘들다. 글쓰기가 이렇게 힘들 줄은 미처 몰랐다. 극단적인 매력을 갖고 있는 분야다. 내 두 눈처럼 한쪽은 무쌍, 한쪽은 짙은 쌍꺼풀 같은 정반대의 매력을 가진 소설 쓰기를 사랑한다.





나는 습작생이다. 아직 데뷔를 하지 못했고, 언제 데뷔할지 모르겠다. 습작 기간을 거치면서 느낀 것은 하나였다. 내가 지금까지 내가 소설 작법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쓸 수 없겠다고 단정 지었다는 것. 의외로 나는 아주 예전부터 소설가가 될 수 있는 필요한 환경에서, 여러 가지 자원들을 흡수하면서 살아왔다. 다만 소설가가 된다는 것 자체, 그 삶 자체에 두려움을 느끼고 애써 외면했다.


1년 동안 소설을 쓰면서 느낀 점 두 번째, 기술은 배우면 된다. 나는 천재가 아니기 때문에, 첫 소설은 소설적 구상이나 완성도면에서는 아주 많이 떨어졌을 것이다. 그래서 거기서부터 시작했다. 단번에 모든 것을 고치는 것은 나도 힘들고 어떻게 하는 줄 몰랐다. 다만 하나씩, 스승의 가르침으로 작은 부분부터 하나씩, 빈 공간부터 하나씩 채워나갔다.


나는 나를 믿지 않는다. 내가 노력한 시간을 믿는다.


요즘의 나는, 하루라도 더 빨리 데뷔하기 위해 한 장이라도 더 쓴다. 아침 1시부터 밤 11시까지, 꼬박 10시간 동안 습작에 매달린다. 혓바늘이 돋고 코가 헐고, 손가락이 아프고 목이 따가워도 작업실에 간다. 너무 피곤해서 누워있고 싶어도 일단은 작업실에 가서 뻗는다. 10시간쯤 지나서 집으로 돌아오면 꼬박 두 시간 정도 뻗어 있는다. 모든 긴장이 풀리면 정말 손가락 까딱할 힘도 없다. 그런데 그게 싫지만은 않다. 아, 오늘 하루 모든 에너지를 불살랐구나. 나 열심히 살았구나, 나 정말 최선을 다 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빨리 또 내 글을 완성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보다 더 잘 살 수 없는 하루에 만족을 느끼면서 그대로 뻗는 일이, 나쁘지만은 않다.


습관은 관성적이라서, 하면 할수록 빠져든다. 오늘 한 장을 쓰면, 내일은 두 장을 쓰고 싶다. 그렇게 세 장, 네 장으로 늘려가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완벽하게 쓰고 싶다.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괜찮다. 나는 나를 믿는 게 아니라, 내가 노력한 시간을 믿기 때문이다. 나는 흘러가는 시간이 아니라, 내가 온전히 몰입한 그 시간과 과정을 -시행착오까지- 믿는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붙들고 있는 이 시간들이 - 결국 어떤 결과를 가져다 주리라 믿는다. 그리고 그 순간은 언제나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나 말고 노력한 시간을 믿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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