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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 Kim Mar 31. 2016

직장인 VS 작가 지망생, 선택과 기회비용

오늘의 내 선택을 원망하지 않기위한 몸부림

삼일 전, 월급 받는 직장인이 되는 것을 포기했다. 

그날 오전 10시에는 P감독의 부재중 전화가 찍혀있었다. 전화를 할까 하다가 다시 연락이 오겠다 싶어서 안 했다. 오후 4시쯤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신나게 소설을 구상 중일 때였다. 전화는 예상한 내용이었다. 올해 축제도 일할 수 있겠냐는 것. 4월부터 10개월 동안 상근 계약이고, 월급은 2X0 만 원이라고 말씀해주셨다. 세금으로 일하는 곳이라 급여는 여전히 적었다.

      

일단은 상반기에는 힘들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작가 일도 있고, 상근도 힘들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게다가 작년 L팀장이 사무국장으로 와있는 것도 알고 있고(감독님이 이건 안 말씀해 주셨다. 그 이유는 알 것 같다.) 월급도 그대로였다. 그리고... 사실 프리랜서로 일하는 게 월정액으로 급여를 받는 것보다 수입이 더 좋다. 이건 확실하다. 그래서 여러 정황을 다 맞추어 봤을 때, 딱히 메리트를 느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올해 6월까지 장편 하나와 단편 2개를 완성해야 하는데, 4월부터 일하면 분명 흐지부지 될 것 같았다. 작년에 일하면서 글쓰기가 얼마나 힘든 줄 느꼈기에, 지금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됐다. 매일 매일 8시간씩 앉아서 글을 써도 모자랄 판인데, 아침 7시에 일어나서 저녁 8시에 집에 온다면  - 분명 집에 오면 아무것도 하기 싫을 것 같다. 회사만 다닐 때도 집에 오면 늘어지고만 싶었으니까. 물론 축제 전에는 여유가 있다고 해도, 회사에 다니는 것 자체로도 스트레스가 온다. 게다가 고립된 남산 사무실에서 또 혼자서 중년 남성분 두 분을 뫼시고 있는 거라면....... 동료가 필요해.

    

전화를 끊고 내가 잘 말씀드린 건지 아닌지 잠깐 고민했다. 

다른 건 차지하고, 2천여만 원이 아른거렸다. 10달만 꼬박꼬박 출근하고 잘 다니면...?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10개월 일해도 세후 실수익은 확 줄어들 텐데, 이 돈은 상금 타면 상쇄된다(고 세뇌했다). 결론이 무엇이냐? 내가 받을 수도 있었던 월급들이 상쇄될 상금을 타는, 그러니까 수상이다. 결론은 올해 데뷔하고, 상금 타고, 책을 발간해서 그것으로 돈을 버는 것. 회사에서 축제 운영팀장으로 월급을 받는 것을 포기하고, 글 쓰는 작가로 책을 출간해서 돈을 버는 것. 이것이 결론이다(잘... 잘했어, 잘했..어. 점점 세뇌글이 많아진다.).      


근 10달간은 안정적으로 급여가 들어오는 일 대신, 다른 걸 선택했다(그런 것 치고 오늘 돈을 너무 많이 썼다. 넘치는 자기애). 현재의 우위 가치를 선택했다. 올 해는 데뷔를 하고 싶다. 올 해는 글을 써서 돈을 벌고 싶다. 올 해는 책을 출간하고 싶다. 솔직히 이런 일들이 회사를 다니면서 하는 것도 불가능은 아니다. 그런데 나는 불가능한 것 같다. 집중력도 떨어지고 체력도 떨어지고 그러면 가능성도 떨어진다. 종국엔 일에도 집중 못하고, 글도 못 쓰고 여러 가지로 스트레스만 받고 내년이 오겠지..? 이게 제일 끔찍해. 그래서 다른 에너지들을 다 모아서 그냥 내 글 쓰는 것에 올인하기로 선택했다. 내가 글쓰기를 선택함으로써 경력, 커리어, 급여는 기회비용이 되었다. 하지만 현재 나의 우선가치는 글쓰기고, 점점 그 기반을 잡아간다고 생각한다. 흔들린 건 사실인데, 지금은 이 가치를 먼저 실현시키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래도 같이 일하자고 다시 문의가 온 것은 기분 좋았다. 다시 찾아주셔서 기뻤다. 그러니 포기라는 말 보다는 집중이 더 어울리는 말 같다. 올해 꼭, 데뷔하고, 수상하고 책을 출간하자. 그것이 모든 기회비용들을 상쇄하는 최선의 선택이다. 내 선택이 맞았음을 입증하는 것, 그것이 삼일 전의 나를 원망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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