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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제인 Jan 21. 2021

[2021Jan:1월] 불 건전한 인간

   

  인간은 의미를 찾는 것이 살아가는 주된 동기라고 빅터 프랭클은 말했다. 그는 건전한 인간이 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초월하여 어떤 사람 혹은 어떤 일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관계 맺는 것에 특화되어 있으면서도 언제나 어려워하는 내 동년배들은 N포 세대라 불렸었는데, 요즘엔 그 마저도 시들해진 신조어가 되었다. 빅터 프랭클이 말한 건전한 인간의 정의로 보자면 나는 不건전한 사람이 아닐까.     




  1월이 되면 시끌벅적한 해넘이 또는 해돋이를 보러 가는 분주한 소식들이 들려올 텐데, 올해는 통 잠잠했다. 모두들 막혀버린 소통의 광장, 대개는 그것이 카페로 대체되곤 했던 공간마저 통제당한 후로는 집 밖 출입이 현저히 줄었다. 인스턴트커피로 대체된 나의 홈카페는 커피를 다 마시기 무섭게 기웃거리게 되는 곳이다. 내가 카페인이 모자란 것인지 사람이 고픈 것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온라인으로 컨택트(contact)하면 된다,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코로나 블루에 빠져버린 것인지 모든 일이 귀찮게 느껴진다. 누군가와 메신저로 소통하는 것이 가장 간편하면서도 가장 성가신 일이 되었다. 이 지루함의 원인은 말로 하는 대화가 끊긴 데에서 느끼는 갈증이다. 밖은 눈이 펄펄 내린 동시에 집 안의 온도도 낮추게 했다. 창문을 닫고 커튼을 치고서 나는 컴퓨터에 열어둔 창들도 모두 닫았다. 열어둔 마음도 이렇게 닫아둔다는 듯이.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숨통이 트일 드라이브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애칭까지 붙여준 나의 차는 내가 운전하고 다니면서 부쩍 더러워졌다. 모처럼 세차를 하는 날이면 눈이 왔고,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 똥차가 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차에게 영혼이 있다면 나를 욕할 것이라 생각했다. 폭설이 내려 고속도로에서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던 아찔함을 경험하고는 고급 휘발유를 넣어줄 테니 제발 안전한 곳까지만 가자고 달랬다. 겨우 도착한 주유소에서 나는 5만 원을 내고 고급유를 먹였다. 걸어서 집을 가는 사람도 있던 날 나는 신기하게도 숙소를 잡았고 신기하게도 다음날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사람과의 컨택트보다 무생물과의 컨택트를 실감했다.


     




  마음을 곱게 써야 한다는 뻔한 말에는 받는 이가 빠진 채 나의 행동과 실천을 가리킨다. 내 마음이 평안히 보드랍게 전하려 한다면 상대가 무생물이든 사람이든지 간에 곱게 전달되는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 돌려받고자 하는 마음을 위하여서 고운 말과 고운 마음을 쓴다. 하지만 실상 고운 말과 고운 마음은 내 기대를 충족할 만큼 돌아오지 않기도 한다. 아쉽지만 나는 고운 말과 고운 마음만 전할 수밖에. 그건 세상 가장 소중한 나를 향하는 것이므로.     



  이번에 내린 눈은 기온이 높아져 채 쌓이지 못하고 녹았다. 겨울인데 0도를 가리키자 봄이 성큼 오려나 기대도 해본다. 아직 1월, 아직 추워야 할 날이 많은 겨울, 그래도 나는 내리는 족족 녹아버리는 눈처럼 따뜻해지고 싶다. 얼어버린 사람들의 마음에도 금세 녹아버리는 이른 봄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커튼을 열어젖히고 창문을 열어야겠다. 환기를 시키기 좋은 햇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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