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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제인 Mar 10. 2021

[2021Mar:3월] 배웅


2월의 짧은 겨울을 보내고 3월이 되는 것은 봄을 맞이하는 기분이 든다. 추위도 훨씬 덜해졌다. 꽃이 필 수 있겠다 싶은 따뜻한 햇볕에 노곤해지다 보면 어느새 추워지는 밤공기에 놀라곤 한다.



모처럼 본가에서 엄마가 올라오셔서 며칠간 내 집에 놀러 오셨다. 이렇게 초대를 해서 엄마와 단둘이 지내는 게 퍽 어색했다. 바리바리 음식을 싸온 엄마는 각종 집 반찬을 선보이셨고 나는 빈둥거리며 맛있게 먹기만 했다. 엄마와 하고 싶던 카페 투어를 하고 고깃집에서 소고기도 실컷 먹었다. SRT를 예매해드리고 캐리어도 옮겨주고, 곧 달릴 열차에서 내려 잘 가시란 손짓을 했다. 엄마도 같은 마음이었을까? 나는 돌아서서 핑 도는 눈물을 참느라 애를 써야 했다.



떠나는 것과 떠나보내는 것의 차이를 나는 여실히 느껴왔다. 수백 번쯤은 이동수단으로 옮겨 다녔고 적지 않은 이사를 하면서, 또는 애인이나 친구와 헤어지던 터미널과 공항을 드나들면서, 나는 꼭 떠나는 쪽이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배웅을 해주는 건 남겨진 내 쪽이 더 힘들었다. 오롯이 혼자 느껴야 할 공허는 때때로 그것을 잊기 위해 집에 늦게 들어가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번 엄마의 방문도 그랬다. 내가 열렬히 초대하고선 그렇게 우리 집에 온 사람을 위해 시간과 공간을 내어주는 일이란 공허를 허용하는 일이었다. 오롯이 남겨질 나를 견디는 일. 떠나보내는 쪽보다는 내가 떠나오는 쪽이 덜 힘든 편이어서.



2월은 바쁘고 급변했던 달이다. 폭설이 내리던 날, 여러 번 사투 끝에 도착한 숙소에서 하룻밤 자고 집에 가기도 했으며 느닷없는 무급휴가에 이직을 준비하기도 했다. 다사다난한 2월을 떠나보내는 일은 아마 내게 잊히기 힘든 시간이라 기억할 것이다. 3월을 맞이하는 마음 어느 구석에는 반드시 따뜻함이 있어야 한다는 보상심리도 생겼다.



그렇게 잊히기 힘든 2월은 잘 지나갔으면 하는 배웅을 한다. 2월 달력을 넘기면서 응달에 남은 눈이 어서 녹기를. 잠시 지나갈 3월의 봄에는 꽃샘추위도 있겠지만 어쩌랴, 꽃을 틔우는 힘이 다시 4월을 맞이할 용기를 줄 것이다. 그렇게 모든 생명이 성장하는 것이다. 나는 서른다섯이 되었지만, 가끔은 엄마가 보고 싶다. 엄마는 늘 나를 보고 싶어 한다는 걸 알면서. 아직 덜 자란 것일까. 떠나보낸 것 같은데 떠나보내지 못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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