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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했어? 경험 한 스푼

거인의 생각법 288-삶의 지평을 넓히는 경험 쌓기

by 와이작가 이윤정

처음이 어렵지, 한 번만 해보면 전문가가 될 수 있습니다. 삶의 지평을 확장하기 위해 실수해도 좋으니, 시작하고 도전해 보는 시간을 마련해 보는 건 어떨까요?


어제는 정월 대보름이었는데요. 부럼 다들 깨셨어요? 늘 정월대보름이면, 기대하는 음식이 있습니다. 바로 묵은 나물 반찬이죠. 아빠 생신이 항상 정월 대보름 전날이라, 대보름이 늘 기억에 남습니다. 어렸을 때는 옆집, 앞집, 뒷집 아주머니들께서 나물반찬과 찰밥을 해서 저희 집에 나눠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서울로 와서는 작은 언니가 늘 정월 대보름 반찬을 요리합니다. 가지와 호박은 직접 건조기에 말려두었다가, 대보름에 말린 나물을 꺼내서 반찬 재료로 활용합니다. 어제도 반찬 만들어 두었다고, 한 통 가져가랍니다. 반찬가게에서도 가끔 묵은 나물 반찬을 사 오곤 하는데, 역시 언니가 해준 반찬이 제 입맛에는 최고더라고요. 냉큼 오전 수업을 듣고 아빠집으로 갔습니다. 아빠 집과 언니 집은 거리상 걸어서 3분 컷이라, 반찬 가득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어 두었더라고요. 아빠에게 오전 수업 끝나고 갈 테니 같이 식사하자고 했습니다. 외식을 할까 했는데, 언니가 만들어 놓은 걸로 집에서 밥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저녁에 언니랑 통화했는데, 반찬 장사 해도 될 것 같다고 칭찬해 주었습니다. 저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반찬요리입니다.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에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물어봤습니다. 경험 한 스푼 얻어봅니다.


노랑, 빨강 파프리카가 들어간 잡채도 데워 주시고, 나물 반찬과 찰밥, 그리고 미역국 한 그릇을 식탁에 꺼내놓으니 풍성합니다. 미역국이 달큼합니다. 아빠는 미역국을 좋아하지 않으셨는데, 몇 주 전부터 미역국을 직접 끓여 드십니다. 유튜브에서 보고 끓여 봤더니, 조카들과 언니도 맛있다고 했다고. 제가 가면 저도 끓여달라고 지나가는 말로 툭 내뱉었었는데, 어제 제가 집에 간다고 했더니, 끓여 놓으셨더라고요. 어떻게 끓였는지 물어봤습니다. 처음 마른미역을 맹물이 아닌 소금물에 1단계로 뿌려야 합니다. 2단계는 마늘 넣고, 참기름, 넣고 볶는 과정은 동일하지만, 물을 한 번에 붓지 않고, 세 번에 나눠서 물을 넣어야 한대요. 3단계는 양파를 통째로 미역국에 넣고 함께 끓이다가 마지막에 빼냅니다. 물론 조선간장도 넣어야 하고요. 미역국 한 그릇에 아빠의 자신감이 느껴졌습니다. 먹어보니 설탕을 넣지 않았음에도 달큼한 맛이 느껴졌어요. 아빠의 음식은 제게 감자볶음, 호박국이었는데, 이젠 미역국도 하나 추가해야 할 듯합니다.


조카 하은이가 아빠집, 그러니까 하은이에게는 외할아버지집에 와 있었습니다. 식사하고 있을 때, 외출했다가 현관문 키패드 누르는 소리가 났습니다. 목이 패인 하얀 티에 재킷 하나 걸치고 들어옵니다. 아직 쌀쌀한데, 목을 다 드러내고 들어오네요. 역시 젊습니다. 대학교 3학년 올라가니까요. 어디 다녀왔는지 물어보니, 헬스장에 다녀왔데요. 잠시 올라와 있는 데 어떻게 헬스장에 다녀왔는지 물었습니다. 헬스장에 1일권을 끊어서 다녀왔다는군요. 1일 권으로 다녀올 수 있다는 걸 몰랐네요. 기특합니다. 찾아서 운동을 하고 왔다니, 잘했다고 해주었습니다.


대학원 다닐 때 지도교수님 후배 교수가 저한테 해준 말이 떠올랐습니다. 하은이에게 다음에는 압구정동, 청담동, 논현동 이런 곳에 헬스장에 가보라고 했네요. 예전에 교수님이 대학원에서 공부하지 말고, 부자 동네 헬스장에 다니라고 했던 기억이 떠올랐거든요. 하은이가 왜냐고 물었는데, 새로운 경험을 해보라고 알려 주었습니다. 제가 말하는 것보다, 눈으로 직접 보는 게 다르니까요. 헬스장에 다녀온 하은이가 하는 말이 평일인데도 헬스장에 사람이 많이 있더라는 거예요. 나물 반찬에 밥을 비벼 먹고, 스터디 카페에 가서 공부한다고 다시 집을 나섭니다.


저도 출발해야 할 시간이라 하은이를 지하철역까지 태워주기로 했어요. 지난번에 가져가려고 했다가 차를 놓고 가는 바람에 책이 뒷좌석에 있는 걸 발견했어요. 하은이가 소설을 좋아한다길래 2권을 골라 두었었기에, 하은이 보고 2권 중에 직접 책을 한 권 골라 보라고 했습니다. <부자의 마지막 가르침>와 <세상 끝의 카페>였어요. 자기 계발서, 경제 경영서인데, 모두 소설 형태의 책이거든요. 직접 책을 고르는 연습을 해보는 게 좋을 듯했고, 직접 골랐으니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선택권을 하은이에게 돌렸습니다. <세상 끝의 카페>를 읽으면서 자신의 꿈을 어떻게 꿈을 만들어 가는 지 알아챌 수 있을까요.


시아버님이 미국에 다녀오고 싶으시다네요. 동생 두 명이 미국에 살고 있어서 그런 것인지, 여행이 하고 싶으신 건지 잘 모르겠지만요. 두 분은 LA와 샌디에이고에 살고 계신데, 어머님과 아버님 두 분만 처음엔 가자고 하셨데요. 어머님이 이제 나이도 들었고, 아버님이 움직이는 것도 오래 못하셔서 혼자서는 못 가겠다고 하셨답니다. 남편에게 다녀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운전을 못하고, 미국에서 생활해 본 적 없으니 선뜻 혼자 나서지 못합니다. 저는 2015년 7월에 일 년 동안 혼자 LA에서 포닥을 했었습니다. 처음이라 낯설어서 실수도 많이 했습니다. IC를 잘 못 빠져나가기도 하고, 주차를 잘 못해서 닦지도 끊어보고요. 1년 동안 살다 왔더니, 미국 생활이 그래도 익숙해졌습니다. 운전도 해봤고요. 제가 시간을 내어야 시부모님 미국 여행 소원을 들어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삶에는 다양한 재료가 많습니다. 경험 한 스푼씩 내 그릇에 담아내어,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맛있는 요리가 되기도 하고, 맛 없는 요리가 되기도 합니다. 더 많이 넣는다고 좋은 것도 아니지요. 다리 갯수를 세느라 도랑에 빠진 불행한 지네의 이야기 처럼 말입니다. 적당한 양의 경험이어도 됩니다. 1/2 작은 티스푼의 경험이어도 충분한 것들이 있지요. 주변 사람에게 "어떻게 했어?" 라고 물어보면, 더 쉽게 얻을 수 있고, 더 좋은 재료, 더 싸게 구입하거나 무료 사은품처럼 얻을 수 있는 재료도 많습니다. 내 삶의 인생 그릇에 경험 한 스푼 챙겨보는 하루로 채워나갑니다.



모든 사람의 이야기는 세상을 바꿀 힘이 있습니다.

Write, Share, Enjoy, and Repeat!



파이어족 책 쓰기 코치 와이작가 이윤정

2863일+ 꾸준한 독서, 365독 글쓰기 노하우

책 한 권으로 삶을 바꾸는 실천 꿀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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