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에 대하여

거인의 생각법 295 - '나는 누구인가'에 답해보기

by 와이작가 이윤정

"왜 내 그릇 양이 더 많을까? 조금만 먹으려고 여길 왔는데..."


오전 9시 30분 즈음 아침밥을 차리려고 했더니, 밥이 없습니다. 깜박하고 밥을 안 했더군요. 이럴 때를 대비해서 사뒀던 오아시스 연잎밥 하나를 꺼냅니다. 둘이 먹기엔 부족해 보이네요. 라면기 같은 포장용기가 냉동실에 있었습니다. 어디서 배달했다가 남겨둔 밥입니다. 접시에 두 덩어리 밥을 올리고, 냉장고에 남겨둔 주먹만 한 글라스락에 절반 정도 남은 밥까지 꺼냈습니다. 전자레인지 3분에 맞춥니다. 3분 지났는데도 밥이 뜨거운 것 같지 않아서 2분 더 돌립니다.


남편을 밥양을 측정하기 위한 밥그릇에 연잎밥 반공기와 어제 남겨준 밥을 담으니 한 공기가 나옵니다. 연잎밥 반공기와 냉동실에 있던 남은 밥이 접시에 남았습니다. 아침밥으로 다 먹기엔 양이 많아 보여서, 한쪽에 냉동실에서 꺼냈던 밥을 밀어 둡니다. 전날 저녁에 남편이 스팸을 구워달라고 했는데, 부챗살 사둔 게 있어서 고기를 구워 먹었거든요. 스팸 생각이 나서 아침부터 구워봅니다. 프라이팬에 구워내니 갈색빛이 돌 때 즈음, 기름이 자글자글 올라옵니다. 식탁 위에 올려놓고 뜨거운 밥 위에 올려 먹으니 왜 이렇게 고소하고 맛있을까요? 스팸 한 조각에 추억이 떠오릅니다.


어릴 때 외삼촌 집에 갔을 때, 외숙모가 햄을 구워준 적 있습니다. 처음 햄을 먹었던 날인데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돼지고기로 만든 햄이었는지, 한 잎 먹었는데 역해서 '꾸웩' 올라올 뻔했거든요. 그 뒤로 햄을 입에 대지 않았습니다. 대학생 때인가 우연히 스팸을 먹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너무 맛있게 먹길래 한 조각 집어 입에 넣었습니다. 예전에 먹어봤던 햄과 맛이 너무 달랐고, 처음 맛본 햄의 신세계에 빠졌던 기억이 납니다. 그 뒤로 가끔 스팸을 사서 구워 먹게 되었죠.


연애시절, 지금의 남편을 집에 초대해 밥을 해줬습니다. 기숙사 생활을 하던 남편에겐 집밥을 먹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스팸 한 통 굽고, 돼지고기 넣어 김치찌개를 끓이고, 갓 지은 밥 한 공기로 밥상을 차렸습니다. 스팸 반찬에 그날이 떠올랐는지, 그때 너무 맛있었다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혼자 자취생활하면서, 매일 밥을 사 먹는 남편이 안쓰러웠는지, 당신에게 밥 해주려고 결혼했다고 하니, 제발 그러지 말라고 합니다.


스팸에 꽂혀 접시 끝에 밀어두었던 밥을 다 먹었습니다. 수업 듣느라 점심 밥하는 것도 깜빡하고 잊었네요. 남편이 미용실 다녀온다니, 시간 맞춰 나가서 점심도 사먹고 오기로 했습니다. 배가 안고픈데, 간단히 먹으려고 식당을 물색했습니다. 남편이, 청국장, 돈가스, 카레를 제안했지만, 배가 불러서 간단히 커피랑 먹을 수 있는 걸 찾다가 프로퍼 커피바에 가기로 했습니다. 브런치 메뉴가 있어서 스프나 하나 먹어야겠다 생각했거든요.


카페에 들러 메뉴판 그림을 보니 스프만 먹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저를 지배합니다. 결국은 후무스가 있는 그릴 야채를 골랐는데요. 남편은 바질 새우스파게티를 선택했습니다. 음식이 나온 걸 보니, 제 그릇이 더 큽니다. 양도 더 푸짐해 보이고요. 조금만 먹기로 했던 저는 어디로 갔는지, 맛있어 보이니 배가 불러도 꾸역꾸역 입에 음식을 가져가는 제가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 미즈노 남보쿠의 <결코, 배불리 먹지 말것>을 읽었는데도 말이죠. 그 책을 읽은 저는 없었습니다.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좋은 감정이 생길 때도 있지만, 나쁜 감정이 생기기도 합니다. 한 번의 나쁜 감정이 생기면, 다시 시도하려고 하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였습니다. 한 번 아니면 아닌 사람이었죠.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많은 저자들이 자기 계발서, 인문학, 고전, 철학 책을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쓰고 있습니다. 몽테뉴는 모든 걸 내려놓고 자신을 찾기 위해 <수상록>, 엣세(Les Essais)를 쓰기도 했고요. 명상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하고 답을 찾아갔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부터 토니 로빈스의 <네 안의 잠든 거인을 깨워라>, 졔이 세티의 <수도자처럼 생각하기> 등 나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 있습니다. 데이비드 이글먼의 <무의식은 나를 어떻게 설계하는가>를 읽어보니, 나란 존재는 우주 안에서 바이러스 크기 정도에 불과해 보입니다. 아무리 연구하고 나에 대해 알고 싶어도 평생에 걸쳐도 알지 못하는 존재처럼요. 나폴레온 힐의 <결국 당신은 이길 것이다>에 언급된 '또 다른 자아'도 있습니다.


수십 년 동안 자신에 대해 연구해 온 사람들조차 자신을 완벽하게 아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완벽한 자아를 만들어 가는 것은 더 어렵겠죠? 하루가 다르게 나이가 들어가는 나는 어제의 나도 아닐 테고요. 어제의 경험을 오늘 똑같이 경험하게 되면, 어제와 오늘은 똑같은 감정을 느끼지 못합니다.


어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도, 오늘 다시 생각해 보면 쉽게 해결되는 문제도 있습니다. 어제는 신나서 깔깔거리며 웃었지만, 오늘은 서글퍼질 때도 있습니다. 헬스장 가야지 했다가도, 남편이 올림픽 공원 한 바퀴 돌까물어보면, 바로 마음이 바뀌는 내가 있습니다.


과거에 정의했던 나를 여전히 그대로 정의하고 있나요? 지금은 당신은 그때와 다른 사람입니다. 5년 후 당신은 지금의 당신과도 다른 사람입니다. 나에 대하여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 오늘의 당신은 어제와 다른 사람이 됩니다. 행동심리학 박사 데니스 웨이틀리는 "우리는 백 번을 살아도 다 쓰지 못한 잠재력을 지니고 태어났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럼에도 글을 써보면, 내가 조금은 파악이 됩니다. 과거의 나를 잊고, 새로운 나에 대하여 생각해 보는 지금 이 순간의 나를 만들어 나갑니다. 똑같은 나는 없습니다.


https://blog.naver.com/ywritingcoach/223751238094


모든 사람의 이야기는 세상을 바꿀 힘이 있습니다.

Write, Share, Enjoy, and Repeat!


파이어족 책 쓰기 코치 와이작가 이윤정

2870일+ 꾸준한 독서, 365독 글쓰기 노하우

책 한 권으로 삶을 바꾸는 실천 꿀팁

책쓰기 수업, 독서모임 더 알아보기

https://litt.ly/ywritingcoach

#나는누구인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하루 10분 2800일, 나를 바꾼 정체성 확장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