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생각법 297 - 신분증 만들어보기
현대 사회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신분증은 무엇일까?
신분증이란 내가 나라고 증명해 보이는 도구다. 신분 확인을 위해 입장할 때, 나라는 존재를 확인시켜 준다. 지금까지 내게 신분증은 학생증,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회사 직원증이 있다. 자격증에도 사진이 들어간다.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정보처리 기능사 2급, 정보통신 기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신분증에는 번호, 사진, 이름, 날짜, 인증기관이 들어간다.
전 직장에서 블라인드에 가입하려고 했더니, 신분확인 절차는 회사 공식 이메일로 회신하는 절차가 있었다. 회사에서는 외부로 이메일을 발송하기 위해서는 팀장, 부장 승인이 필요해서 인증이 불가능했다. 공식적으로 내가 A라는 회사에 다니고 있지만 인증하기가 곤란했다. 방법을 찾아보니, 명함 5장을 찍어서 보내라고 했다. 한 장은 타인에게서 받을 수 있지만, 5장까지 다른 사람 명함을 갖고 있는 건 어려운 일인지, 아무튼 명함 5장을 나란히 놓고 사진 찍어서 보냈더니 나라는 사실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신분증도 함께 찍어서 보냈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렇게 회사 블라인드에 가입했다. 글을 올리진 않았지만, 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창구였다.
퇴사를 하고 나니 직원 신분증과 명함이 필요 없다. 학력도 필요 없고, 오직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신분증은 국가에서 발급해 준 신분증이 전부였다.
지금은 SNS가 나의 신분증이다. 처음 SNS에 나를 드러내는 건 무서웠다. 혹시 내가 남긴 글을 읽고, 누가 찾아오는 거 아닌가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건 SNS를 하기 전 컴포트존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머릿속 원숭이가 방어막을 치고 있었던 거였다. 페이스북으로 시작해, 블로그, 인스타그램, X, 브런치, 스레드, 유튜브 계정까지 만들었다. 페이스북은 내가 알 수도 있는 사람을 연결해 주는 플랫폼이다. 혹시 내가 남긴 글을 회사 사람들이 알 게 될까 봐 학교 등록도 하지 않고, 직장 정보도 입력하지 않았다. 먹으려고 깠던 삶은 밤 사진 찍어둔 게 있어서 프로필 사진을 밤으로 올려두었었다.
미국 포닥 시절, 사람들을 사귀면서 어쩔 수 없이 페이스북으로 소통해야 했다. 밤 사진 대신 원래 내가 있는 계정을 만들어 메신저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용도로 만들었던 적이 있다. 전 세계 친구들과 소통하려니 페이스북이 필요했었다. 회사를 다니고 있었기에 알 수도 있는 사람에 뜰까 봐 글을 남기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는 로그인 조차 하지 않았으니, 지금의 나를 보여줄 수 없는 곳이다.
블로그를 2018년부터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학교에서 배운 것, 직장생활에서 쌓인 것과 달리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공간이었다. 책을 읽고 리뷰를 쓰고, 동네 소식을 전하면서 WY라는 새로운 페르소나를 만들었다. 온라인에서는 내 이름 대신, WY가 나였다. 2017년부터 시작했던 독서한 내용을 블로그에 공유하기 시작했다. 이웃 하나 없던 내게 한 명씩 이웃이 생겼다. 대신 SNS에는 글만 남겼고, 내 사진은 공유한 적이 없다. 그러니 SNS로 나를 증명하는 방법은, 계정 이메일로 메일을 보내주면, 확인하는 과정으로 나를 보여줄 뿐이었다.
퇴사하면서 SNS에 내 사진을 공개했다. 인스타그램도 시작했다. 두 곳에 이제 내 얼굴을 공개한다. 인스타그램 프로필은 내 얼굴이 있다. 이젠 인스타그램, 블로그, 스레드가 나의 신분증인 셈이다. 엊그제 사은회에 참여했더니, 2명의 선후배가 나를 보자마자, 요즘은 다른 일 하고 계시던데요라며 말을 걸어왔다. 어떻게 알았냐고 했더니, 인스타그램에서 봤다고 한다. SNS가 나의 신분증이 된 듯하다.
개인 저서 3권을 출간했다. 책을 읽으면 내가 거기 있다. 책 출간할 때, 저자 사진을 넣을 것인지 물어보는데, 아직 거기까진 용기가 나지 않아, 책에는 내 얼굴이 들어간 사진이 없다. 동명이인이 많으니 내 책인지 다른 작가의 책인지 증명할 방법이 없지만, 단 한 줄의 링크 https://litt.ly/ywritingcoach 가 있다. SNS로 들어오면 내가 있으니까.
지금은 SNS가 신분증인 시대다. 아직도 신분증이 없다면, 오늘 당장 SNS 신분증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한국 사람이라면, 가장 추천하는 건 여전히 블로그이고, 두 번째가 인스타그램, 그리고 요즘은 스레드를 추천한다. SNS에 당신이 있다.
SNS 시작할 때 두려워서 나를 드러내는 걸 꺼려하는 분들이 있다. 그건 스스로 완벽주의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실수와 실패를 한다. 그조차 나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걸 인정하자. 미래에 문제가 되지 않으려면, 팁을 하나 주겠다. SNS에 기록할 때는 남을 비평하거나 비판하지 말고, 좋은 점만 공유하고, 읽는 사람들에게 뭐라도 하나 도움 되는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다면, 악플에 시달리는 일이 줄어든다. 제2의 인생을 위해, 새로운 신분증 하나정도는 미리 만들어 두는 건 어떨까. SNS 신분증은 일찍 만들수록 유리하다. 기록이 쌓이는 만큼 신분이 확실해진다. 영향력이 커질 수록 더 강력하다. 어디든 입장문턱이 낮아진다.
나의 SNS에는 읽는 책, 오늘 생각, 오늘 할 일, 나의 가치관, 주간 활동, 만나는 사람, 독서모임, 배우는 것, 먹은 것, 방문하는 곳들을 남긴다. 과거의 내가 있고, 미래의 나도 있고, 오늘의 내가 존재하는 곳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줄 수 있는 SNS 플랫폼은, 현재는 블로그와 브런치, 인스타그램, 스레드이다. 북위키와 평단지기 독서클럽 채팅방에도 내가 있으며, 해피라이프 서재 카페에도 내가 있다. 자신만의 SNS 신분증을 위해, 오늘 하루의 일상과 생각을 SNS 콘텐츠로 발행해 보면 어떨까. 내가 없어도 살아있는 내가 거기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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