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만 둘 줄 몰랐어.

거인의 생각법 298 - 무한한 정체성의 변환

by 와이작가 이윤정

"어떻게 퇴사한거야?"

"요즘 새로운 일 하시던데요?"


이번 주에 우연하게도 두 곳의 대학원 랩실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거의 20년 전에 만나던 사람들입니다. 그동안 숨겨왔던 저의 정체성을 드러낸 날이었습니다. 20대의 저는 대학교 4년을 포함해 한 학교에서 10년을 보냈습니다. 늘 배우는 학생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었습니다. 모르는 게 많았죠.


첫 번째 랩실에서는 점심도시락을 싸갔습니다. 선배는 전자렌지에 라면 끓여서 밥과 라면을 물물교환 했지요. 토요일 오전마다 랩실 세미나를 했습니다. 세미나 시간에 깨지더라도, 점심시간에는 교수님이 밥을 꼭 사주셨습니다. 학교 앞 분식점에는 짜파게티를 파는 곳이 있었어요. 가끔 짜파게티 먹었던 시간도 기억이 나네요. 그렇게 5년을 연구실 생활을 했습니다. 교수님이 췌장암으로 수술을 하신 뒤로, 병상에 누워계시다가 돌아가셨죠. 결국 저만 랩실에 남았어요. 다른 사람들은 졸업을 했거든요.


두 번째 랩실로 옮겨가게 되었습니다. 보통은 새로운 교수님 랩실로 옮겨가면, 교수님의 의사에 저의 졸업 여부가 달려있었습니다. 다행히 새로운 지도교수님이 이전 연구를 인정해 주셔서 논문만 써서 발표하고 바로 졸업을 시켜주셨어요. 운 좋게 4년 만에 박사학위를 받고 졸업증을 받았습니다.


공대 대학원생 입장에서는 교수님 말씀은 하늘과 같았던 시절이었어요. 학위를 줄 것이나 말 것이냐 교수님 손에 달려있으니 시키는 일을 주로 했지요.


서른에 정부출연 연구소에 취업 했습니다. 학생 신분이 아닌 선임 연구원이라는 타이틀을 달았죠. 협력업체와 회의를 주관하면서, 책임자로, 파트리더가 됩니다. 무엇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야 하더라고요. 물론, 팀장, 부서장이 있긴 했지만, 학생일 때는 교수님이 책임을 졌지만, 직장에서는 스스로 책임을 저야 하더군요. 철저한 보안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곳이라 온라인 세상과는 연을 끊을 수 밖에 없었는데요.


20년 동안 IT분야에 종사하다가, 마흔에 온라인 세상을 만나면서 저의 정체성에도 변화가 생겼어요. 오프라인에서는 내향적 성격의 I형 소유자이지만, 온라인세상에서는 외향적 성격의 E형 소유자더라고요.


제가 퇴사할 줄은 다들 몰랐다고 합니다. 정년이 보장된 곳인데, 왜 퇴사를 했냐고. 나이가 들면서, 정체성은 바뀌기도 합니다. 딸, 아내, 며느리, 동생, 이모, 선배, 후배, 작가, 라이팅코치, 동료, 친구 등 다양한 정체성이 제 안에 존재합니다. 어떤 날은 다 내려놓고 바닥에서 뒹굴거리며, 챙겨주는 밥만 얻어 먹어도 좋은 딸이 되기도 합니다. 냉장고 털어서 볶음밥 해주는 낭만적인 아내가 되기도 하고, 식판과 수저를 놓고 밥만 푸는 든든한 며느리가 되기도 합니다. 아침마다 독서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냉철한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기도 하고, 글쓰기 수업을 배우는 작가일 때도 있고, 작가들에게 글쓰기 수업을 하는 라이팅 코치가 되기도 합니다.


정체성은 자신이 무엇이 될 것인가 정의하는 데에서 시작했습니다. 조금씩 그 일을 해나간다면, 시간이 걸릴 지라도 그 무엇이 될 수 있습니다. <더 빠르게 실패하기>를 통해서 새로운 정체성을 발견할 기회를 발견할 수도 있고요. 내 안에 잠든 잠재력 깨울 수 있습니다,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을 정하는 순간부터.


책과 강연, 그리고 새로운 동료들이 있다면, 즐겁게 새로운 결정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당신의 정체성은 변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의 이야기는 세상을 바꿀 힘이 있습니다.

Write, Share, Enjoy, and Repeat!


파이어족 책 쓰기 코치 와이작가 이윤정

2872일+ 꾸준한 독서, 365독 글쓰기 노하우

책 한 권으로 삶을 바꾸는 실천 꿀팁

책쓰기 수업, 독서모임 더 알아보기

https://litt.ly/ywritingcoach

hytABqLOBOaIzR1KItAFJB37bp8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SNS가 신분증인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