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생각법 299- 이상적인 나를 규정하는 요소 찾기
5시 25분 눈이 떠졌다. 한 달 전만 5시 25분에 일어나는 게 어려웠던 나이다. 2주 전부터 브런치에 글 쓰는 시간을 밤이 아닌 새벽으로 바꾸었더니 저녁에 잠드는 시간이 당겨졌다. 잠들어 있는 시간은 비슷해도, 내가 느끼는 마음에 여유는 다르다.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은 어딘가에 쫓기지 않고, 마음이 여유로운 사람이다. 한 발자국 가까워졌다고 할까.
꽹과리가 울려 퍼지는 운동장에 잠시 후 고요한 적막 속에 굴렁쇠를 굴리던 소년이 1988년 등장하며 온동장 사람들을 집중하게 했다. 이어령 선생님의 기획력이다. 소음이 있었던 하루가 자고 일어나면 온전하게 다시 고요함을 즐길 수 있다. 이상적인 나는 늘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는 사람이다. 평단지기 독서법으로 바로 세상의 글을 접하며 9년을 살아왔었는데 루틴이 조금 바꾸는 중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A5노트에 한 페이지 먼저 쓰기 시작했다. 일기를 쓴다. 어제 하루는 '봉사'의 날이었다. 아침에 읽은 책은 <수도자처럼 생각하기>. '봉사'에 관한 내용으로 봉사를 하면 심신이 좋아진다는 메시지가 있었다. 일요 조찬모임과 <이 지랄 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조승리 에세이로 천무 독서모임 일정이 있었다. 출석체크를 하고, 모임을 운영하고, 내가 읽은 것들을 나눠주고, 더 많은 걸 받아들이는 시간이다. 하나를 줄 뿐인데 받는 건 10가지가 넘는다. 이기적인 삶을 늘 살아간다.
봉사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동네 앞 공원 카페에서 열리는 일요 조찬 모임에 다녀왔다. 평소 같으면 7시에 맞춰 도착했을 테인데, 리더의 부재로 대신 임무를 부여받았다. 7분 일찍 도착이다. 7시에 오픈하는 파리크라상은 분주하다. 오픈 전에 도착한 식자재를 나눠 분류하고, 주방 안까지 들이느라 손님이 와도 신경 쓰지 않는다. 자신들의 임무, 식자재 주방으로 옮기는 작업을 계속 이어간다. 양배추 피클, 샐러드 재료, 잠봉뵈르 햄 등이 테이블 위와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게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면서 여유로운 공간으로 본래 모습을 찾는다.
조찬모임 하는 자리는 안쪽이다. 2인석 자리를 모아 12명 좌석으로 만들었다. 아침에는 손님이 아무도 없다. 옆 테이블을 하나 더 옮겨 14인 좌석을 미리 만든다. 한 명씩 자리를 잡고 앉았다. 12명 정원에 대기자 12명이라 걱정을 했지만, 정시에 도착한 사람이 많지 않다. 참석한 대기인원도 같은 테이블에 합류했다. 늦게 도착한 사람들은 좌석만 가져와 책상 모퉁이에 끼어든다.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은 모임에 나가서, 자유롭게 대화를 주고받고, 서로 공감하며 상대에게 에너지를 채워주는 모습이다. 하지만, 무의식 때문인지, 상대방이 말하는 기회를 내가 뺏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에 쉽사리 대화에 끼어들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대화법을 읽다 보면, 내가 말하는 것보다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어야 한다는 '경청'에 초점을 둔다. 내가 말하지 않고도 상대방이 말을 더 많이 하는 것, 질문만 하나 던지고, 상대방이 대화를 주도해 가는 대화법이 나의 대화법이다. 오프라인에서 하지 못했던 말들은 이렇게 온라인 플랫폼에 마음껏 쏟아낼 수 있으니까. 그리고 내가 쓴 생각을 공유해 주면 되니까. 덕분에 내가 현실에서는 I형으로, 온라인 세상에서는 E형으로 살아간다.
노후에 후회하지 않는 삶이 내가 바라는 삶이다. 그렇다면 지금 여유를 즐겨야 한다. 내겐 아빠가 롤 모델 중에 한 명이다. 복지관에서, 주민 자치회관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주변 할아버지, 할머니가 따라가지 못하는 수업에 옆에 앉아서 알려드린다. 카카오페이로 더치페이하는 법을 알려드리고, 키네마스터로 사진과 영상을 모아 템플릿에 맞춰 영상을 하나 뚝딱 만들어 가족 방에 공유해 주신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유튜브 보고 배워서 직접 따라 해 보기도 하고, 혼자 여행도 다녀오신다. 아빠가 누군가 가르쳐주셨다는 이야기, 혼자 어딜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입가에 미소가 절로 생긴다. 남편에게 아빠 오늘 또 OO 했다며 내가 한 것 마냥 즐기며 자랑을 한다.
며칠 전 줌 상담을 했다. 책을 출간하고 나서 도서관이나 외부에서 강의 의뢰가 많이 있냐는 질문이 있었다. 그건 전적으로 작가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각자만의 이상적인 삶의 기준이 다르다. 내 경우에는 조용한 삶을 좋아한다. 적극적으로 유튜브 채널에 나가고, 도서관이나 여러 기관에 강사 신청을 하면 강연의뢰의 물꼬를 틀 수 있다. 하지만, 나의 이상적인 삶은 여기저기 하러 다니는 강사가 아니다.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유럽 증권 투자계에서 유명했던 앙드레 코스톨라니처럼 퇴사 후 나의 무기력증에 에너지를 채워주는 아마추어 북토크에 있기 때문이다. 일요 조찬 모임에 참여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온라인 독서모임을 좋아하는 이유다. 파이어북 라이팅 글쓰기 수업에서 충분히 말을 할 수 있으니까.
책 쓰기 수업을 일주일에 두 번, 세 번하는 강의하는 코치들도 있다. 물론 수업을 많이 할수록 시간에 맞는 수강생이 찾아올 수 있으니 수강생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와 통하는 사람들에게도 여유로운 마음이 전달되고, 평생토록 읽고 쓰는 삶을 즐기기 위해서는 내가 할애할 수 있는 에너지만 할애하게 된다. 인원을 늘려나가는 것보다 나의 심신을 위한 게 우선이고, 중간에 멈추지 않는 게 나의 철학이니까. '나만의 속도로, 내가 원할 때' 나의 심신부터 챙기고, 주변사람에게 여유로운 마음을 전한다. 봉사는 심신을 좋게 해 준다니까. 내가 봉사할 수 있는 것을 나눈다. 한쪽에 너무 치우치면, 일상이 무너지기 쉽다. 에너지를 다 소진한 번아웃 삶 보다, 은은한 향처럼 오래 퍼져나가는 조화로운 삶의 모습이 내가 살아가고 싶은 이상적인 나의 모습이다.
내 삶의 에너지가 소진되지 않고 보존되는 방법이다. 남편이 내게 말하는 열역학 제1법칙처럼. 취한만큼 되돌려 주는 삶도 필요하겠다. 강의를 듣던, 롤모델을 찾든 내게도 그런 사람이 이상적인 멘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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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족 책 쓰기 코치 와이작가 이윤정
2872일+ 꾸준한 독서, 365독 글쓰기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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