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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거인의 생각법 342 - 인격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by 와이작가 이윤정

위대한 사람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을 어떻게 통과하느냐에 따라 만들어진다.


김정선 작가는《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에서 김훈 소설을 읽을 때 직업병이 있다. 김정선 작가는 교정 교열 전문가다. 김순 소설을 읽으면서 '그리고', '그래서', '그러나'처럼 접속부사를 센다. 또는 보조사 '은, 는'과 주격조사 '이, 가'는 몇 번 사용했는지 세어본다. ‘그러나’가《남한산성》에는 ‘그러나’가 딱 한 번 나왔고, 《흑산》에는 열다섯 번 나왔다고 전했다. 유유 출판사에서 나온《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는 2016년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이라는 부제를 달고 책이 출간되었다. 서문에 담긴 이 책을 쓰는 이유는 무슨 법칙이나 원칙 같은 게 있는 것처럼 말할 수 없었다고 전한다. 다만 누가 쓰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순서에 따라 쓴 것뿐이라고, 나머지는 알지 못한다고, 굳이 알고 싶지도 않다고 말은 하고 있다. 이후 못 쓰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으로《열 문장 쓰는 법》, '하다', '되다'를 붙여 퉁치며 쓰는 글을《동사의 맛》으로 풀어내며 글맛나는 동사, 감칠맛 나는 동사를 활용해 문장을 요리하는 교정의 숙수로 자리매김했다. 이십 대 후반에서 오십 대 중반까지 20년 이상 출판 단행본 교정 교열 일을 했다. 쓰는 사람들에게 반복의 힘을 알려주는《끝내주는 맞춤법》까지 써냈다. 25년 간 교정 교열 전문가로 어떻게 통과했을까. 얼마나 많은 문장을 째려보았을까.


《가난한 찰리의 연감》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찰리 멍거가 2005년에 남긴 유일한 책이다. 2024년 김영사에서 번역해 국내에 최초출간되었다. 세계 투자자들의 바이블로 읽혀왔지만 저자의 요청으로 중국어판 외에 다른 언어권으로 출간은 막혀있었다. 국내에 들어온 책은 임종 직전까지 그의 견해를 덧붙이고 개정한 최종 4판으로 출간되었고, 찰리 멍거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김영사 판권 계약으로 공식 출간되었다. 1986년부터 2007년까지 그의 강연 11개를 엮은 책이다. 그가 쓴 유일한 책이자 마지막 책이다. 버크셔 해서웨이에서 그가 코카콜라, 애플 같은 종목을 발견하고, 오류를 최소화하는 사고의 모형, 투자를 성공하기 위한 평가 절차부터 그의 통찰력을 담아냈다. 2023년 11월 우리 곁을 떠났고, 《가난한 찰리의 연감》이라는 제목에서도 느껴지겠지만 《가난한 리처드의 연감》을 쓴 벤저민 프랭클린을 정신을 이어받아 검소하게 살았다. 자산이 26억 달러였음에도 말이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하는 독서광이었다. 재무, 철학, 물리학, 심리학, 사업 등을 공부하며, 자신의 인생과 기업의 가치관, 의사 결정을 위한 자신만의 사고 체계를 완성했다. 특히 유머, 역설, 비유, 상징, 반어법을 통한 강연 내용은 투자 원칙에서부터 삶의 지혜까지 배울 수 있는 책이다.


찰리 멍거와 벤저민 프랭클린의 삶에 대해 공부한 다음 브런치 스토리에 써내려 온 341개의 글을 담고 있는 매거진 제목을 《가난한 와이의 연감》으로 바꿨다. 앞에 소개한 책들은 단순한 글과 투자에 대한 지침서들이라기보다는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찾아 해결하고, 자신의 인생을 바르게 살기 위한 인생을 교정, 교열하며 살아가는 지침서이기도 하다.


위대한 사람은 타고 나는 게 아니라. 쓰이는 일이다. 내가 있는 위치에서 시련과 고통, 불안과 두려움, 행복과 즐거움을 어떻게 통과하느냐에 따라 벤저민 프랭클린이 쓴 《가난한 OO의 연감》 한 페이지가 쓰이고 있다고 생각전환을 해본다면 말이다.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는 사람과 위대한 목표가 있는 사람과는 살아가는 방식과 태도가 달라진다. 20년 후, 30년 후, 50년 후에 자신만의 연감을 한 권 펴낸다고 생각해 보자. 어릴 때 읽었던 자서전과 위대한 인물의 전기는 대부분 어려움과 고난을 극복해 낸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에 위대한 삶이 전개된다.


만약 지금 당신이 아픔과 고통, 시련을 마주하고 있다면 꿋꿋하게 이겨내면 될 일이다. 왜냐하면 자서전과 당신만의 《가난한 OO의 연감》으로 명명하고 책을 한 권 써내야 하니까. 글을 쓰는 일은 나의 운명을 바꾸는 데 필요한 모진 훈련도구다. 매우 유용하지만 때로 잘못 들어선 길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책쓰기 수업 시간에 '초고는 분량이다'라고 늘 말한다. 빠르게 채우는 일이다. 퇴고부터가 진짜다. 1차, 2차, 3차... 퇴고엔 끝이 없다. 작가가 여기까지다라고 멈출 때 까지 한다. 몇 번이나 고쳐쓸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반짝반짝 빛나게 만드는 일이 퇴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이란 전면적인 재집필이 가능하고, 개정판도 출간할 수 있다. 인생이 책이라면, 전면적인 재집필이 가능하고 개정판으로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초고라면, 앞으로 남은 인생은 몇 번의 교정 교열을 할 것인가? 퇴고할 때는 접속부사 지우고, 불필요한 형용사, 부사도 지우고, 적의것들도 삭제하면서, 짧게, 쉽게, 구체적으로 다듬는다. 퇴고는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담백한 인생으로 퇴고를 시작하려 한다.


글쓰기/책쓰기, 얼마나 위대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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