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3. 『사람을 얻는 지혜』008 감정에 휘둘리는 순간 일을 그르친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감정보다 생각이 한 걸음 먼저 나가면 흔들림을 줄일 수 있다.
일주일 주간 계획을 세운다. 이번 주에는 공저2기 디렉팅과 파이어북 라이팅 책쓰기 수업1주차 수업이 있다. 공식적인 수업이고, 출판사 일정에 맞춰 일을 추진해야하는 계획이었다. 지난 주말 생각지 못한 콧물감기에 걸려 토요일부터 컨디션이 나빠졌다. 일요일 아침엔 결국 아침 루틴 글쓰기와 독서만 하고 하루종일 침대에서 자야 했다. 이번 주엔 어버이날 행사로 언니가 1박 2일 여행계획도 세워둔 상태였다. 감기는 하루 지나자 더 심각해졌고, 일요일, 월요일까지 밖에 나가지 못했다. 월요일마다 배우자랑 외출하는 시간을 갖는 날이지만, 어쩔 수 없이 집에서 쉬기로 했다. 머리가 지끈지끈거리고, 가만 앉아 있으면 콧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코를 팽하고 풀었다. 보리와 옥수수를 찾아서 무선 주전자에 넣고 뜨거운 차를 끓여 마셨다. 생강차도 마시고, 프로폴리스 필름도 입에 넣었다. 감기약 하나를 사와 5번 먹었다.
화요일은 책쓰기 수업 일정이다. 오전 중에 강의 자료를 업데이트 하고나니, 기운이 없다. 다시 침대로 갔다. 한 시간만 자고 일어나자 싶었는데, 결국 세 시간이나 침대에서 나오지 못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강의 리허설을 한 번 했다. 코맹맹이 목소리로, 겨우 두 시간 수업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수요일에는 공저 2기 디렉팅에 따른 작가들의 수정본을 종합하는 일정으로 잡았다. 8일 오전 10시까지 출판사에 넘겨주기로 한 일정이었기에 수요일 하루는 다른 일정 대신 공저 종합에 집중했다. 아침 9시 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책상 앞에 앉아 꼼짝도 안했다. 겨우 1차 종합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배우자 혼자 영화를 보고, 끝날 무렵 만나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2시에 맞춰 차를 몰고 롯데 몰에 가서 점심을 먹고, 햇볕 잠시 쬐고 돌아왔다. 강의 후기를 남기고, 저녁에 책쓰기 수업을 들었다. 수업을 끝내고, 작가들의 2차 수정의견을 받아 최종원고에 업데이트하고나니 새벽 12시 25분이었다. 출판사에 예약메일을 발송했다.
8일 아침이 되니 정상적인 체력으로 95%까지 회복되었다. 언니들과 아빠와 화담숲으로 향했다. 1박 2일 일정으로 오랜만에 이가네 식구들만 여행을 왔다. 햇살이 좋다. 기온은 25도다. 서울 하늘은 파란 하늘이 보이지 않았는데, 경기도로 나오니 하늘이 파랗다. 연록색 잎사귀들, 자홍색, 자주색, 파란색, 연분홍색, 노란색 꽃들과 분재들, 하늘 색까지 완벽한 날씨다.
전자책 출판하기, 종이책 초고 쓰기, 수강생 투고 안내, 독서모임 책까지 읽어야 하는 스케쥴이 여전히 남아있다. 이번 주는 계획이 꽉 차 있었다. 브런치 글쓰기 루틴, 평단지기 독서 루틴은 다른 무슨 일정보다 먼저다. 단기 일정이 아니라 평생 목표로 나의 루틴, 습관을 만들어 가는 일이기 때문에 이것만은 꼭 챙긴다.
몸이 말을 안 듣는 날은 마음도 같이 흐트러진다. '이러다 계획대로 못하는 거 아니야?' 그 순간부터 머릿속엔 수십 가지 생각이 쏟아졌다. 사실, 감기보다 더 나를 흔든 건 '정념(情念)'이었다. 감정에 따라 일어나는, 억누르기 어려운 생각들이다. '계획 못 지켰다'는 자책, '내가 괜히 민폐 아닐까?' 하는 불안. 이런 생각들이 찝찝하게 마음에 붙는다. 나는 계획대로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흔히 말하는 'J형'이다. 일주일 스케줄을 시간 단위로 짜놓고 우선순위에 따라 정리하는 게 일상이었다. 변수가 생기면 갑자기 감정이 흔들리는 경우가 생긴다.
예전의 나는 아파도, 피곤해도, 말하지 않았다. “조금 쉬었다가 하자.” 하며 스스로를 달래다가, 결국 멍할 정도로 일했다.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다.
배우자가 가끔 말해준다. “혼자 끌어안지 말고, 지금의 상태를 잘 설명해 줘. 그래야 다른 사람이 알아.”
조금씩 다르게 바꿔보는 중이다. 감기로 체력이 떨어졌다는 것도 조심스럽게 공유한다. 약속도 정중하게 일정을 조율한다. 상대는 그러면, 천천히 해도 된다고 여유를 챙겨준다.
정념은 억누르거나 숨기는 게 아니라, ‘지금의 나’를 솔직하게 꺼내는 연습을 통해 조율할 수 있었다. 예상치 못한 하루가 왔을 때, 계획이 어긋난 게 아니라, 내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계획이 흔들릴 수 있어도, 나 자신까지 흔들릴 필요는 없다.
해야할 일들을 종이에 적어 보자. 일정을 재조율하자. 다른 사람에게 일정을 공유하자.
정념에 사로잡히지 않는 사람 - 『사람을 얻는 지혜』 발타자르 그라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