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4. 『사람을 얻는 지혜』009 결점을 고칠 수 없다면, 숨겨라.
본캐가 두려운 날엔, 다른 내가 대신 나섭니다.
본캐는 내향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부캐는 외향적인 성향이 된 것 같다. 즉, 오프라인에서는 내향적인 존재로 조용히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주로 듣는다. 외향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 어떻게 저렇게 표현을 잘할까 부러워하기도 했다. 새로운 세상에서는 나도 새로운 사람으로 살아보고 싶었다.
직장인이었을 땐 가급적 '개인정보 노출'을 자제했다. 회사에서 알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온라인에 글을 공유해야 하는 이유보다, 부정적인 댓글이나 두렵고, 무서운 감정이 더 컸다. 강제로 써야 할 이유도 없었다. 그냥 필요한 정보를 검색해서 찾아보는 수준에 머물렀다. 아무리 도움 되는 정보가 있어도 마음속으로만 감사했을 뿐, 공감 버튼조차 누르지 않았다. 왜냐하면, 공감 버튼 누르면 누가 눌렀는지 알게 되니 그것 또한 개인정보 노출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욕먹을까 봐, 이상한 사람 될까 봐, 나중에 누군가 검색하면 어쩌나 싶어서 무서웠다. 그러니 내 얘기 꺼내는 게 참 어려웠다.
그러던 내가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캐를 끊고 온라인에서는 새로운 부캐로만 존재해도 가능한 일이었다. 진짜 내가 아닌 '부캐'로 먼저 시작해 보기로 했다.
2018년 4월 부캐 하나를 만들었다. 행복한 동남랜드에서 살아가는 더블유와이랑이다. 나와 남편의 이니셜을 더해 만들었다. 내 경우에는 '책'과 '동네 소식'을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블로그를 개설했다. 블로그 앱도 설치했다. 블로그 앱을 설치하고 나니 블로그의 장점이 그제야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관심 있는 이웃들의 새 글이 '이웃새글' 탭에서 한꺼번에 보이는 게 아닌가. 어떤 콘텐츠를 주제로 글을 써볼까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물론 매일 아침 하루 10분 독서하고 한 줄 공유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그 밖에 관심 있는 주제 하나를 정하고 정보를 검색해 봤다. 정보를 찾으면서 아이디어가 솟구쳤다. 구청 홈페이지에 방문했더니 송리단길 맛집 정보를 깔끔하게 포스팅해 둔 블로그를 발견했다. 동네 맛집 정보를 블로그에 공유했다.
잠실역에 갔다가 건물 간판을 보니 대기업들이 보였다. 잠실역 2호선 7,8번 출구, 8호선 9번 출구 뒤편 직장들이 궁금했다. 쿠팡본사(타워 730), 삼성 SDS, 국민연금 송파지사, 홈플러스 잠실점, 대한제당/쌍용건설, 삼성생명, 수협중앙회, 교통회관이 있었고, 송파구청, 소피텔, 롯데칠성음료, 롯데쇼핑롯데마트 사업본부, 쌍용건설, 우아한 청년들, 롯데 케미컬, 유한 킴벌리 데상트코리아 등이 있었다.
문정동 법조타운 인근도 찾아봤다. 대기업보다는 서비스업, 소프트웨어업, 경영 컨설팅업, 건축사무소 등이 있었다. 동부지방검찰청과 동부지방법원이 들어섰다.
2023년 10월 새로운 부캐를 만들었다. 글 쓰는 사람이다. 부캐 활동을 하다 보니, 더 많은 사람들이 글을 읽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공을 들여 좋은 정보를 담아도 검색이 잘 안 되니 노출도 잘 되지 않았다. 새로 만든 부캐 블로그에서는 '키워드'를 선택했다. '작가', '송파독서모임', '파이어족', '직장인', '글쓰기', '책 쓰기', '베스트셀러', '서점'이다. 대부분 책과 글로 채웠다. 적어도 주 1회 이상 서점에 다녀오니, 나의 관심사를 공유하기 위한 글감은 부족하지 않았다. 오히려 글감이 너무 많아 포스팅을 미루는 일이 더 많아졌다. 6개월 후부터는 '밀리의 서재', 강서구 문화복지센터 등에서 검색을 통해, '독서모임'과 '글쓰기 수업'에 관심을 보였다. 그렇게 협업까지 진행할 수 있었다. 재미로 시작한 부캐가 이제는 본캐가 되어가는 중이다.
오프라인에서 내향적이었던 내가, '책'을 주제로 하는 경우라면, 쉬지 않고 말을 하고 싶을 정도로 적극적인 '책 홍보대사'가 되었다. 잘못 말했다가 누군가로부터 상처를 입을까 봐, 말 꺼내기를 무서워했던 내가 이제는 누군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도움 줄 수 있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직장에 퇴사하고 나니, 본캐가 사라졌다. 처음 도전해 본 부캐는 이제 더 이상 부캐가 아니었다. 부캐가 바로 나의 진짜 본모습이었다.
"자기 민족의 결점을 숨겨라" -『사람을 얻는 지혜』 발타자르 그라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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