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얻는 지혜』73 때로는 무조건 빠져나와야 할 때가 있다
책 출간후 생긴 일
『10년 먼저 시작하는 여유 만만 은퇴생활』을 출간한 후, 남편이 화를 낸 적이 있었다. 자신의 허락 없이 개인적인 이야기를 책에 썼다며, 당장 판매를 중단하라고 했다. 나는 갑작스럽게 복잡한 상황에 빠져버렸다.
사실 남편이 책을 읽지 않을 거라 확신했기 때문에, 성향이 다른 우리 부부의 일상을 생생하게 적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남편은 직접 읽지 않았지만, 시어머님이 마침 그 페이지를 펼쳐 보시고 남편에게 한 마디 하는 바람에 상황이 알려져 버렸다.
당황스럽고 복잡한 상황에서 어떻게 말해야 할까 고민하던 찰나, 글쓰기 수업에서 배운 대로 말을 꺼냈다.
"난 팩트만 쓴 거야. 사실 그대로 썼는데 뭘. 책을 전체 다 읽어봐야지. 그 부분만 읽고 내가 당신을 어떻게 썼는지 어떻게 알아. 책 전부 읽어봐."
없었던 상황을 지어낸 건 아니라, 있었던 일을 그대로 쓴 것이었다. 전체 중 일부분만 보고 화를 낸 것이라 생각하고, 일단 웃으면서 말하며 그 상황을 빠져나왔다. 그 이후에도 남편이 몇 번 더 이야기했지만, 점차 강도가 줄어들었다.
드디어 마음이 바꼈다
하루는 수원 스타필드에 갔을 때였다. 내 책이 별마당 도서관에 꽂힌 것을 발견하니, 남편도 좋아했다. 그때 화를 냈던 상황은 희석되었고, 더 이상 그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되었다.
어제 저녁 블로그에 그 책 표지가 있는 걸 보더니, 한 마디 하면서 지나간다.
"여보, 어떻게 그렇게 책을 썼어? 지금 보니 대단하다."
흐뭇하게 미소 지으면서 당신도 쓸 수 있다는 말을 전했다. 남편의 50년 경험을 혼자만 알기엔 아까워서 책을 써보라고 계속 권유하고 있는데, 여전히 끄떡없다.
우리 부부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감정표현을 잘 하지 않지만, 서로에게는 직설적으로 팩트를 말해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너무 솔직한 답변에 서로 흠칫 놀라거나 복잡한 감정에 빠질 때도 있지만, 10년 이상 살다 보니 방법을 터득했다. 그럴 땐 그냥 웃어넘기기였다.
잘잘못을 따지다 보면 화로 번지는 경우가 많았기에, 내가 그냥 미소 지으며 가볍게 빠져나온다. 그렇게 싸움을 무마시키는 내공이 쌓인 것 같다.
어제 골든티켓 독서모임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지난주에 주문해 둔 옷 찾아가라고 매장에서 연락이 왔다. 밖에 나온 김에 남편과 같이 가서 옷 찾아올 생각으로 전화를 했다. 남편도 알겠다며 근처에 오면 연락하란다. 지하철 40분 이상 타고 오는 동안 졸음이 쏟아졌다. 책을 펼쳐 읽고 있다가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집에 가서 자고 싶었다. 남편에게 다음에 가자고 말해야 했다. 뭐라고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머뭇머뭇 피곤하다고, 졸리다고만 했다. 다음에 가자고는 내가 직접 말하지 않았다. 남편이 얼른 와서 자라고 말해준다. 히힛!
집에 오는 길에 집 앞 빵집에 들러서 모찌 식빵 하나와 고로케, 커피 브리오슈를 사서 식탁 위에 올려두었다. 남편 먹으라고 빵을 사다 준 것이다. 옷 찾으러 가자고 미리 말했던 내가 슬쩍 상황을 빠져나가는 방식이다. 저녁 반찬이 없다. 남편이 일단 자라고 한다. 그 뒤에 생각하라고 한다. 씻고 바로 침대로 갔다. 저녁은 배달해 먹잔다. 약속했다가 피곤함이 몰려와서 슬쩍 상황을 빠져나올 때,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화제를 돌리곤 한다.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을 때, 미소 지으며 가볍게 빠져나올 수 있는가? 거절해야 할 때 대화의 화제를 슬쩍 돌려보자. 가끔 이해하지 못하는 척하며 빠져나올 때가 필요하다.
"위험을 모면할 줄 알라."『사람을 얻는 지혜』73 때로는 무조건 빠져나와야 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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