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오늘 왜 읽는가? 나의 이유를 찾는 독서모임

스타트 위드 와이(Y&WHY)

by 와이작가 이윤정

연재 브런치북 『괜찮은 독서모임』발행글입니다. (이전 글) X. 엑스! 독서모임할 때 주의해야 할 실수

Y.오늘 왜 읽는가? 나의 이유를 찾는 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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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토요일 아침 8시 10분. 강남역 인근 강의장 6층 앞, 셔터가 닫혀 있었다. '잘못 왔나?' 싶었다. 마흔에 처음으로 자기계발서를 읽기 시작한 지 9개월 만에 첫 독서모임에 나갔다. 《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로 시작해 그 해 33권을 읽었고, 재테크 카페 온라인 활동을 하면서 처음으로 오프라인 독서 스터디 신청이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들 앞에서 책 이야기를 한다는 게 두려웠다. 내향인인 내게는 신청 자체가 큰 용기였으니까. 그런데 셔터가 닫혀 있다니... 알고 보니 8시 30분 정각에 문이 열렸다. 한 번이상 참석해 본 사람은 이미 알고 있었다. 미리 커피숍에서 사전 미팅 하고 오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줄도 몰랐다. 엘리베이터 앞 복도에서 기다리니, 한두 명씩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다. 자기소개를 하며 반갑게 맞아준다.

그때는 미처 몰랐다. 그 반가움이 완전히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 거라는 걸. 첫 독서모임에서 《레버리지》를 읽고 모였다. 그날 발제 질문 중 하나는 "당신의 가치 목록에는 무엇이 있나요?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느끼는 일은?"이다. 당시 나의 대답은 단순했다. 건강, 가족, 돈, 자유, 학습, 성장...


8년이 지난 지금까지, 난 독서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첫 독서모임과는 연결이 끊어졌다. 하지만, 새로운 연결고리가 생겼다. 골든티켓 77회, 평단지기 독서클럽 50회, 천무 85회. 그리고 이제는 리더로서 독서모임을 운영한다. 왜일까? 처음엔 그저 '레버리지'를 잘 몰라서 배우고 싶었다. 지금의 이유는 완전히 달라졌다.


첫 독서 스터디 모임의 하이라이트는 조별 토론이었다. 12조에서 여섯 명이 돌아가며 《레버리지》에 대한 생각을 나눈다. 누군가는 재테크 레버리지를 이야기했고, 누군가는 헬스 레버리지를, 또 누군가는 직장생활 레버리지를 이야기했었다. 같은 책을 읽었는데, 각자 자신의 상황에 맞춰 완전히 다른 것을 읽은 것. 내가 기억하지 못한 부분들은 다른 사람이 설명해주고, 내가 중요하다고 본 부분을 누군가는 스쳐 지나갔다. 그거였다. 10권의 독서보다 1권으로 10명이 함께하면 좋은지 알 수 있었다. 보는 관점이 각자 다르다는 걸 처음 알았다.

2019년, 2년간 참여했던 그 독서모임에 변화가 찾아왔다. 멤버들이 하나둘 빠지기 시작했다. "이번 달은 너무 바빠서요." "요즘 책 읽을 시간이 없어서..." "당분간 쉬려고요."

처음엔 아쉬웠다. 난 독서 열정이 계속 넘치는데, 다른 이들은 번아웃이 찾아오고 있었다. '내가 뭘 잘못했나?' '모임이 재미없어졌나?' 독서모임에 저만 남는 게 이상한가라는 생각이 찾아온 적도 있었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모여 이야기하던 사람들이 하나둘 사라진다는 게 허전했다.


2019년 12월, 소규모 독서모임을 새로 시작했다. 가계부 TF팀에서 함께했던 멤버 두 명과 골든티켓 독서모임을 가졌다. 몇 달 뒤 한 명이 더 합류해서 지금은 단 4명으로 7년째 이어가는 중이다. 그 중 한 명이 어느 날 책을 출간했다는 소식에 이웃작가를 처음 경험했다. 깨달았다. 독서모임은 단순히 책을 읽는 모임이 아니라는 걸. 이웃 작가 영향으로 나도 책쓰기에 도전했고, 개인 저서를 3권이나 출간할 수 있었다. 골든티켓 독서모임은, 삶의 여정을 함께하며 서로의 꿈을 키워주는 온실이었다.


2021년 6월, 평단지기 독서클럽을 처음 시작했다. 첫 모집 공지를 올렸을 때 떨렸던 마음은 2017년 9월 그날의 떨림과 비슷하다. 책 읽고 한줄 정리해서 네이버 카페와 블로그, 오픈 채팅방에 공유하던 습관덕분에 사람들이 응원해주었다. 그렇게 나는 더 이상 배우기 위해서만 독서모임 회원의 일부가 아니라, 첫 모임에 참여했을 때의 떨림을 처음 느끼는 사람들을 맞이하는 리더가 될 수 있었다.


"이번 달은 빠질게요"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다. 독서모임 운영하면서 힘든 순간은 바로 멤버들이 떠날 때다. "요즘 너무 바빠서 책을 못 읽겠어요." "잠깐 쉴게요." "죄송해요, 이번 달까지만 할게요." "회사에 일이 많아졌어요." 처음엔 상처였습니다. '내가 뭘 잘못했지?' '모임이 재미없나?' 수시로 고민이 떠올른다. 처음 모임에서 받았던 환대를, 나도 잘 전하고 있는가? 계속해도 되는 걸까라는 질문까지 던져본다.


니체는《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정신의 세 가지 변화'를 이야기합니다. 낙타, 사자, 아이.

낙타 단계에 있을 땐 "모든 멤버를 붙잡아야 한다"는 짐을 짊어졌다. 2017년 첫 독서모임에서처럼, "책을 다 읽고 가야 한다", "좋은 의견을 말해야 한다", "모두 기록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사자 단계로 넘어가면서 깨닫기 시작한다. "아니구나. 모든 사람이 같은 시간에 같은 이유로 독서를 할 순 없겠다." 떠나는 사람은 지금 그 사람에게 필요한 다른 우선순위 여정이 있었다. 2017년 첫 독서모임에 함께했던 그 많은 사람들은 많이 떠났고요. 함께 해왔던 사람도 지금은 다른 책과 다른 모임을 갖고 있는 것처럼. 늘 함께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만남이 무의미한 건 아니었다. 첫 독서모임에서 만난 사람과 지금까지 골든티켓 독서모임을 함께 하고 있으니까. 각자의 시간, 각자의 이유로 독서모임에 왔다가, 각자의 시간에 떠날 수 있다. 독서모임도 시절인연이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걸 이제는 이해한다.


어떤 달은 멤버들이 책을 다 못 읽고 오기도 한다. "저 이번 달 너무 바빠서 절반밖에 못 읽었어요." "저는 앞부분만 읽었어요." 처음엔 서운했다. '나는 발제문도 준비하고, 시간도 내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마저도 무거운 짐이었나 보다. 골든티켓 독서모임에서는 여유를 배운다. 한 멤버가 솔직하게 완독 못했다고 말했을 때, 나도 한 번은 "저도요! 읽은 부분에서 반 만 읽었어요."라고 화답할 수 있었다.


2017년 9월, 첫 독서모임에서 그랬다. 《레버리지》를 다 이해하지 못했다. 대신 조원들이 "저는 이 부분이 좋았어요", "저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하며 나눠준 내용을 기록해두었다. 읽은 만큼만 나누면 충분했다. 나부터 완벽주의를 내려놓자, 멤버들도 편안해보였다.


내 방식과 다른 사람의 기대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한다. 어떤 멤버는 깊이 있는 토론을, 어떤 멤버는 편안한 수다를 원할 수 있다다. 어떤 사람은 자기계발서, 재테크책을, 어떤 사람은 문학을 읽고 싶어한다.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다.


3년차쯤, 깨달았습니다. "모두에게 좋은 독서모임은 없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딱 맞는 독서모임은 있다."

2017년 첫 독서모임은 100명 넘는 대규모 모임이었다. 계속해서 나온 사람은 점점 줄었다. 맞는 사람은 남고, 안 맞는 사람은 떠나고 있었다. 2021년 시작한 천무 독서 모임은 84회차까지 참여했다. 가족모임과 아팠을 때를 제외하고 아마 80회 정도 참여한 듯 하다. 천무독서모임도 처음에는 많은 사람이 참여했지만 지금 남은 사람은 40명이 채 되지 않는다. 매번 같은 사람이 2주에 한 번 모이고 있다.

자기계발서와 재테크책 중심, 인문학으로의 확장으로 이어지는 실천과 성장을 추구하는 독서모임을 하겠다고 명확하게 결정했다. 난 늘 그자리에 있다. 사람들은 오갈 수 있었다.


이제 아이 단계로 넘어간다. 독서모임을 창조한다. 독서모임은 더 이상 "해야 하는 일"이 아니다. 설레는 놀이이다. 평단지기 독서클럽에서 읽고, 파이어북 라이팅에서 쓴다. 천무 독서모임에서는 작가들과 함께 책을 읽고, 다음 책의 소재를 발견한다. 골든티켓에서는 인생 동료들과 서로의 성장을 응원한다.


'오늘 왜 읽는가?라'는 질문에 제 답이 명확하다. 책을 읽는 이유? 나를 발견하기 위해서다. 독서모임을 하는 이유? 서로를 살리기 위해 참여한다. 글을 쓰는 이유? 다음 세대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서다.


8년 전, 마흔에 처음 독서모임에 갔던 이유는 "레버리지를 배우고 싶어서"였다. 지금은 "누군가의 마흔이 외롭지 않도록" 독서모임을 운영해 나갈 예정이다.


왜 책을 읽는가? 독서모임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제안한다.


첫째, 나의 독서 WHY 찾기

2017년 9월, 첫 독서모임에서 받았던 질문을 소개한다.

□ 당신의 가치 목록에는 무엇이 있나요?

□ 올해 가장 마음에 남는 책은? 왜?

□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내 삶은 어땠을까?

□ 10년 후에도 독서를 계속하고 있다면, 그 이유는?

□ 내가 독서모임에 처음 온 이유는?

□ 지금도 그 이유로 오고 있나? 아니라면 무엇이 바뀌었나?


두번째, 낙타-사자-아이 단계 찾아갑니다. 지금 어느 단계에 있나요?

1. 낙타 단계: 책을 다 읽어야 한다는 부담, 빠지면 안 된다는 의무감이 있는가? 괜찮다. 2017년 9월, 저도 그랬습니다. 이 과정이 독서 근육이 생긴다.

2. 사자 단계: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말할 수 있는 용기, 나만의 관점을 이야기할 시간이다. 참여자의 목소리가 모임을 풍성하게 만든다. 같은 책 읽고 다른 생각 하는 건 정상이다!

3. 아이 단계: 독서가 놀이가 되고, 자연스럽게 글이 나오고, 삶이 바뀌는 단계를 말한다. 이 단계에 이르면, 누군가를 초대할 수도 있다. 문 밖에서 떨고 있는 누군가를. 문 활짝 열어주셨으면 좋겠다.


세번 째, 1년에 한 번, 독서하는 이유, 올해 목표를 공유한다. 연말이나 연초에 독서모임에서 이런 시간을 가져보면 좋다. "올해 내가 책을 읽은 이유는...", "내년에 그 책을 읽는다면, 그 이유는..."

각자의 이유를 듣다보면, 독서모임에 나오는 이유도 더 선명해진다.


자신이 옳다. 누군가는 위로를 위해, 누군가는 성장을 위해, 누군가는 관계를 위해 독서모임에 온다. 모두 정답이다. 당신만의 이유를 찾는 게 중요하다. 그 이유가 명확할 때, 멤버가 떠나도 흔들리지 않는다. 슬럼프가 와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왜냐하면 "왜 여기 있는가?"를 알기 때문이다.


첫 독서모임에 갔을 때 무지 큰 용기가 필요했고, 떨렸다. "나 같은 사람이 가서 낄 수 있을까?" 그날 받았던 환대를 기억한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들이 닉네임을 불러주고, 질문하고 반갑게 맞아주었다.


여러분은 꼭 필요한 존재다. 책 읽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그 여정을 맛보았으면 좋겠다. 그 여정에서 삶의 이유까지 발견하실 수 있기를 기대한다.


독서모임은 책을 읽고 한 번 만나고 끝내는 게 아닌 새로운 인생의 시작점이다. 처음 온 이유와 지금 함께하는 이유가 달라져도 괜찮다. 중요한 건 "오늘 왜 여기 있는가?"에 대한 나의 답을 찾는 데 있다. 답은 명확하다.독서모임은 단순한 모임이 아니었다. 독서모임 너머 인생의 전환점이 있다.


그 시작을 <스타트 위드 와이>와 함께 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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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연재 [Z. 지속 가능한 독서모임의 조건]은 10월 2일에 연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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