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지속 가능한 괜찮은 독서모임의 조건

8년, 200회, 그리고 지금도 계속되는 이유

by 와이작가 이윤정

연재 브런치북 괜찮은 독서모임발행글입니다. (이전 글) Y.오늘 왜 읽는가? 나의 이유를 찾는 독서모임

Z.지속 가능한 독서모임의 조건


드디어『괜찮은 독서모임』 A to Z, 마지막 챕터! 지속 가능한 독서모임의 조건에 대해 풀어볼게요.


2017년 9월, 내향형인 나는 "독서모임에 가도 될까?"라는 두려움에서 시작했다. 2025년 9월, 지난 8년 동안 거의 매월 독서모임에 참여했다. 평균 월 1회라 치면 8년 × 12회로만 계산해도 96회, 참여한 모든 독서모임을 합하면 200회가 넘는다. 독서모임에서 읽은 책만 해도 200권이 넘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독서모임이 좋으니 계속 이어가는 중이다. 블로그에서 '송파 독서모임'을 검색하니, 과거에 활발했지만 어느 순간 더 이상 후기가 보이지 않는 모임들이 있었다.


왜 어떤 독서모임은 사라질까?

지속 가능한 독서모임을 이어갈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이유는 이렇다.


첫째, 처음의 열정이 타올랐다가 점차 사라지는 경우이다. 대학생 조카 이야기를 하자면, 일주일에 한 번 독서모임을 하다가 결국 몇 달 가지 않아 그만두었다. 조카뿐 아니라, 처음의 과도한 열정은 오히려 지속하는 힘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한다.

둘째, 공통된 주제가 없을 때이다. 기대감 갖고 독서모임에 참여했으나, 본인의 목적과 다른 독서모임으로 변할 때가 있다. 처음엔 경험 삼아 한 번 참여한다. 목적과 다른 독서모임으로 느껴지면, 다음부터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기관리, 재테크, 인문철학, 취미생활, 소설 등 분야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셋째, 나이와 환경에 따라 우선순위가 바뀐다. 연령대별로 삶의 우선순위는 달라진다. 결혼, 육아, 직장 등 시간 내기 어려워진다. 집안 대소사도 많다. 타인에게 우선순위가 있는지, 자신에게 우선순위를 두느냐에 따라 독서모임 참여 의지가 달라질 수 있다. 주거지 이동으로 참여가 어려워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하면 지속 가능한 독서모임을 만들 수 있을까?


지속 가능한 독서모임의 10가지 조건

지난 8년간 경험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독서모임의 조건 10가지를 소개한다.


1. 느긋한 연대로 이어가기. 자주 만나는 모임은 지양한다. 오래 가기 위해서는 느긋함이 필요하다. 일상생활 중에 시간을 낸다는 건 쉬운 일도, 당연한 일도 아니다. 한 달에 한 번도 때로는 벅차다.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일이 있으니, 느긋한 연대를 이어간다면 지속 가능한 독서모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 목적성을 분명하게 유지하기. 오프라인에 모이면 사람들은 책 이야기보다 다른 주제로 쉽게 넘어간다. 잡담으로 이어질 경우, 독서모임 후에도 남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독서모임 규칙을 만들어 진행하고,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독서모임을 끝내고 마지막 10~20분 정도 시간을 할애하여 다 못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장소를 이동해서 더 이야기 나누고 싶은 사람들끼리 나눌 수 있다.


3. 정기적인 날짜 정하기. 독서모임 날짜가 정해지면, 다른 약속을 잡을 때 피해서 잡을 수 있다. 물론 중요한 우선순위에 밀리기도 하겠지만, 선약의 힘이 있어야 한다.


4. 고정 멤버 유지하기. 독서모임은 자란다.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길 기대할 수도 있지만, 지속하는 모임을 이어가려면 멤버가 정해지면 그대로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중 한 명이 참여하지 못할 경우에만 추가 모집하는 것이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하다.


5. 1:N-1 기브앤테이크 유지하기. 참여한 사람들이 독서모임에서 배워가는 게 없다면 지속 가능성이 떨어지기 쉽다. 하나를 먼저 주어야 한다. 그러면 N-1개를 챙겨올 수 있다. 여기서 '준다'는 건 나의 경험과 생각, 노하우 등을 전달하는 일이니 부담 가질 필요는 없다.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만으로도 상대방에겐 배울 점과 느끼는 점이 생긴다. 책 읽고 떠오른 점, 좋았던 점, 배운 점, 실패를 막는 법 등 가볍게 소개해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6. 후기 남기기. 아무리 좋은 독서모임이라도 문 닫고 헤어지는 순간, '즐거웠다, 행복했다, 신났다, 재밌었다' 이런 감정만 남기 쉽다.(나이 들수록 더 심해진다.) 누군가에게 도움받은 점, 배운 점, 미처 다 말하지 못했던 점 등을 남겨 공유한다. 후기를 통해 타인의 존재 가치를 인정해 줄 때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각종 SNS 플랫폼에 후기를 남겨두면 추억이 된다.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던 독서모임이 보여지는 효과도 생긴다.


7. 부담 없는 유료 독서모임 운영하기. 책값이 1만 원~2만 원 정도다. 도서관에서 대여하기도 하고, 전자책을 읽을 수도 있지만요. 여기에 독서모임 회비로 3만 원, 5만 원 정도 들어가면 책 한 권 읽는 데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장소 섭외 비용이나 음료·다과 비 정도는 1/N로 나누거나, 장소 섭외가 필요 없는 카페에서 더치페이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독서모임 운영해서 떼돈 버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독서리더들은 그냥 나눔과 봉사, 사람과 책이 좋아서 한다.


8. 저자 초대 이벤트 진행하기. 저자들에게 연락해 북토크에 와주십사 부탁하면 흔쾌히 수락하는 작가가 있다. 저자들도 독자들을 만나는 걸 좋아한다. 자신의 책으로 독서모임을 한다면 선뜻 나서는 경우가 많다. 거절당했다고 마음 불편할 필요는 없다. 회원들 간의 독서모임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으니까.


9. 지역 기반 독서모임 운영하기. 아무래도 자주 만나야 친근하다. 장거리 독서모임은 어느 순간 와해되기 쉽다. 모임 참여 비용 외에 교통비, 시간까지 고려하면 이동 동력이 더 필요하니, 지역 기반에서 가볍게 만날 수 있으면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10. 동반 성장하기.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다. 하지만 독서모임 멤버가 잘되면 나에게도 유리하다. 충분하게 축하해 주고, 나도 자극받아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해 나가기 좋다. 동반 성장할 때 서로의 영향력으로 도움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 덧붙인다면, 독서모임 리더라면 기억해야 할 원칙이 있다. "당연한 건 없다."

사람들이 오고 가는 건 독서 리더의 잘못이 아니다. 독서모임 멤버의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할 뿐이다. 절대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럴 수 있다"라는 생각만으로도, 지속할 힘이 생긴다. 지속 가능한 리더의 마인드로 늘 그 자리에 있다면, 당신은 사람들을 자석처럼 끌어당길 수 있다.


독서모임이 내게 준 다섯 가지 선물

8년을 돌아보니, 독서모임은 제 삶을 바꾼 다섯 가지 선물을 주었다.


첫 번째, 소속감. 16년 다니던 직장을 떠났을 때 두려웠던 건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일이었다. 나를 기다리는 독서모임이 생겼다.

두 번째, 표현하는 용기. 회사 회의에서 말 한마디 꺼내기 어려웠던 내향인이, 독서모임에서는 달랐다. "저는 이 문장이 좋았어요."라는 한 마디가 받아들여지는 경험이 쌓여 지금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당당하게 발표할 수 있다.

세 번째, 지속하는 힘. 3000일이 넘는 독서 루틴의 비결은 혼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음 달에 만날 사람들이 있고, 오늘도 나눌 이야기가 있었기에, 계속 책을 읽고 공유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다.

네 번째, 평생 친구들. 학교 동창도 직장 동료도 아닌, '책'으로 만난 친구들이 많이 생겼다. 지금은 서로의 퇴사를 응원하고, 창업을 축하하고, 슬픔과 아플 때도 곁에 있어주는 동료가 되었다.

다섯 번째, 작가의 길. 독서모임 멤버의 응원 덕분에 『평단지기 독서법』, 『10년 먼저 시작하는 여유만만 은퇴생활』, 『습관은 시스템이다』개인저서 세 권을 세상에 내놓았다. 독서모임이 아니었다면 상상도 못 했을 일이다.


이제 10년 차 독서모임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지금은 "독서모임 하고 싶어서 사직서를 냈다."라고 말할 정도로 책이 좋고, 독서모임에서 제 삶의 소속감을 챙기고 있다.


미루고 미루다가 괜찮은 독서모임 운영 노하우에 대해 A부터 Z까지 풀어 보았다. 여전히 글에 다 담지 못한 사연이 많다. 그럼에도 만약 누군가가 독서모임을 운영하게 된다면 이 책이 여러분의 독서모임을 시작하고 지속해 가는 데 도움 되기를 기대한다.


10년 후 여러분의 댓글을 기다리고 싶다.

"10년 전, 와이 작가 이윤정의 『괜찮은 독서모임』를 읽고,
무작정 시작한 독서모임이 오늘의 저를 즐겁게 만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삶의 동반자가 될 괜찮은 독서모임 멤버들과 이어지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끝까지 『괜찮은 독서모임』연재글 읽어준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새로운 브런치 북에서 또 뵙겠습니다.


Write, Share, Enjoy!


책으로 여는 두 번째 삶, 파이어북 콘텐츠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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