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얻는 지혜』184 어리석은 사람은 자기 명예를 우상처럼 숭배한다
2011년 결혼 후, 시어머니와 엄마에게 용돈을 드렸다. 금액은 변함이 없다. 매월 양가에 20만원, 생신 20만원, 어버이날 20만원, 설날/추석 20만원이었다. 금액이 많고 적음 보다,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면 아들 딸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실 것 같아서다.
퇴사 후에 용돈 드리는 걸 중단하면, 부모님들이 우리가 잘 먹고 사는 지 걱정할 것 같았다. 5년치 용돈 드릴 만큼은 공제회에 남겨두었다. 5년 동안 월급처럼 계좌로 분할해 입금했다. 매월 자동이체 해드린다. 시댁에서는 이제 그만 줘도 된다고 하셨지만, 돈보다 ‘안심’을 보내는 일이다. 우리가 여전히 잘 살고 있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신호였다.
오늘이 시아버지 생신이다. 대구에 다녀왔다. 대구 5성급 호텔 인터불고에서 가족들이 모였다. 시누이가 뷔폐에 그곳 다녀온 적 있었는데 괜찮았다고 해서다. W와 얘기해서 오늘 식사비를 우리가 내기로 마음 먹었다. 사촌 동생과 시누이,시누남편, 부모님까지 7명이 함께였다. 10% 행사 기간이라 1인당 89000원이다. 팔순 잔치도, 칠순 잔치도 그냥 지나갔었다. 식사 중간에 W가 미리 카드로 계산하기로 했었다.
결혼하고 처음에는 시댁에 갔을 때 격식을 많이 차렸었다. 며느리라는 생각에서였나보다. 오늘 뷔폐에 가서 딸처럼 양갈비도 가져다 드리고, 스프도 가져다 드리고, 논알콜 칵테일, 쥬스도 챙겨다 드렸다.
테이블에 영수증이 놓였다. 시어머니와 시누이가 음식 가지러 간 틈에 미리 계산하려고 W를 쿡 찔렀다. 눈치 채셨는지 시아버지가 영수증을 챙겨버린다. 영수증 없이 카운터에 가서 결제해보려고 했더니 영수증을 가져오란다. 결제 실패다. 예약을 시누이가 했는데, 예약한 사람이 결제하는 거라며 시누이가 밥 값을 계산한다. 우리가 내겠다니, 시어머니가 돈 주셨다며 결제를 한다.
빈손으로 가기 뭐해서 홍삼 엑기스 3만원 짜리가 유일한 선물이되었다. 용돈 20만 원 대신 밥값으로 생색내려했던 계획이 무산됐다. 아무것도 드리지 못하고 돌아왔다.
오히려 내게 옷을 사주고 싶다고 전부터 말씀하셨었는데, 오늘 백화점에서 시아버지가 내 옷을 사주셨다.아는 브랜드도 없고 뭘 사야할 지 몰라 아무데나 들어갔다. 롱코트를 입었다가 너무 격식을 차리는 것 같아서 짧은 반코트를 선택했다. 내가 가진 옷 중에서 제일 비싼 옷이다. 매년 부모님 생신마다 입고 갈 옷이 생겼다.
그동안 ‘잘하는 며느리’로 보이기 위해 격식을 너무 지켜온건 아닐까. 관계는 마음으로 채워진다. 어쩌면 부모님은 우리 부부가 잘 먹고 잘 사는 모습 그 자체로 이미 행복하신지도 모른다.
오늘 경험을 통해 깨달은 5가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용돈보다 안심을 드린다. 돈이 아니라 ‘지속적인 마음의 신호’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격식을 내려놓는다. 완벽한 선물보다 함께하는 시간이 진짜다.
빈손이 부끄럽지 않다. 사랑은 금액이 아니라 태도로 전해진다.
받을 줄도 안다. 부모님의 ‘주고 싶은 마음’을 막지 않는다.
도움을 새 형태로 드린다. 이제는 자산을 불려드릴 방법을 함께 고민한다.
책으로 여는 두 번째 삶, 파이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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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족 책 쓰기 코치 와이작가 이윤정
3000일+ 꾸준한 독서, 365독 글쓰기 노하우
책 한 권으로 삶을 바꾸는 실천 꿀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