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려고 했는데

『사람을 얻는 지혜』 279 반응하지 않는 것도 반응이다.

by 와이작가 이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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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W가 먹고 싶어 하던 메뉴를 사주기로 했다. 광진구에 가면 늘 떠오르는 음식이다. 며칠 전, 내가 아차산역 근처로 순두부를 먹으러 가자고 말을 꺼내자마자 W는 그 메뉴를 떠올렸다. 마치 연산이라도 하듯이. 하지만 월요일, 내가 배탈이 나는 바람에 광진구까지 가지 못했다. 집 근처에서 식사를 대신했다. 그 이후로 W는 계속 그 음식을 떠올렸다. 먹고 싶다, 먹고 싶다, 먹고 싶다. ㅎㅎ 그렇게 먹고 싶냐고.


화요일엔 수업이 있으니 수요일에 가자고 약속했다.


오늘 점심은 집에서 먹고, 저녁에 포장하러 가자고 말하니 W 기분이 좋아진다. W는 그걸 기억하고 있었냐며 고맙다고 했다. 함께 점심을 먹고 랩실로 이동했다. 퇴고 작업을 시작했다. 이번 달까지는 꼭 마무리해야 했다. 집중해서 두 꼭지를 퇴고하고 나니 5시 반을 조금 넘겼다.


잠깐 딴짓도 하고, 수강생 목차 기획을 챙기고, 십나오 여유당 글쓰기를 마치니 어느새 6시 50분.

이제 나가자고 하자 W가 묻는다.

“지금 거길 가겠다구? 거기 갈꺼면 진작 갔어야지.”


아차. 차를 집에 두고 왔다.

집에 들러 차를 가져와야 했고, 오는 길에 한살림에 들러 옥수수차와 보리차도 사야 했다.

W는 마무리 작업을 하고 나온다고 해서, 내가 먼저 출발했다. 식당에 다녀오면 한살림 영업 시간이 끝날 것 같았다. 서둘러 매장에 들러 차를 사고, 주차장까지 뛰었다.

결국 집에서 차로 출발한 시간은 7시 38분쯤. 매장 도착은 7시 50분. 이동 시간보다 준비 시간이 훨씬 길었다. 포장해 집에 도착하니 8시가 훌쩍 넘었다. 밥을 데우고 식탁 위에 음식을 펼쳐 놓으니 8시 반.

7시까지만 해도 배가 고프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8시가 되자 갑자기 허기가 몰려왔다.


W는 이동하는 동안 계속 나의 출발 시간에 대해 언급한다. 한 번 뭔가에 빠지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며. 거길 안 갈거면 괜찮지만, 갈거였으면 진작에 출발했어야 했다고. 더 일찍 출발했으면 다른 곳에서 식사해도 되지 않았냐며. 나의 잘못된 시간 예측에 대한 불만이었다.


점심부터 약속을 챙기며 오늘은 점수를 좀 따보려 했는데, 출발이 늦어지면서 결국 좋은 소리를 또 듣지 못했다. 며칠 전부터 대응 방식을 바꿨다. 이번엔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잘해보려고 했는데, 왜 항상 이렇게 되는지 모르겠다. 매번 난 당신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거지?” 예전에는 그냥 미안해하고 말았는데, 이렇게 말하니 반응이 달라진다. W는 아니라고 했다. 챙겨줘서 고맙다고 한다. 분위기가 금세 풀렸다. 배우자와 다투다 보면, 서로 자기 말이 맞다고 목소리를 높이기 쉽다. 그렇게 되면 결코 이길 수 없다. 결국 집요한 언쟁 끝에 각자 기분만 상한 채 끝난다.


W는 청개구리 같은 면이 있다. 내가 먼저 우기면 더 우기고, 내가 먼저 숙이면 한 발 물러선다. 때로는 반응하지 않고 혼자 화를 풀게 두기도 한다. 그게 내 마음을 지키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언론이나 SNS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의 잘못이 드러나면 사과를 한다. 하지만 사과를 잘못하면 오히려 더 큰 비난을 받는다. 어떤 사람은 먼저 잘못을 인정하고, 어떤 사람은 묵묵부답을 선택한다. 상대가 어떤 말에도 반박하겠다는 태도라면, 어떤 해명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꼬투리를 잡기 때문이다. AI로 거짓 증거까지 만들어내는 세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때로는 무관심이 답이 된다. 반응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반응이니까. 그만큼, 태도는 신중해야 한다.


그나저나 나는 마감시간보다 빨리 끝내면 쉬지 못하고 다른 일을 다시 시작하는 버릇이 있다. 오늘도 퇴고만 하고 끝냈어야 했는데, 다른 글쓰기를 또 시작한게 원인이었다. 남은 시간은 여유로 체울 수 있는 마인드가 필요해보인다.

『사람을 얻는 지혜』 279 반응하지 않는 것도 반응이다. "반박하는 사람에게는 반응하지 말라." 먼저 그 반박이 교활함에서 나오는지, 천박함에서 나오는지를 구분하라. 늘 집요한 언재 때문이 아니라, 교활한 계책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자라면 어려움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고, 후자라면 신세를 망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첩자들을 조심하려면 경계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마음의 자물쇠를 따는 도둑에 대해서는 신중함의 열쇠로 잠가두어야 최선의 방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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