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얻는 지혜』285 남들의 불행을 보며 지나치게 용기를 잃어서는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살아야 한다.
이십 년 전 친구 S에게 전화가 왔었다. 동생이 주식 투자를 하다가 손실을 봤다고 한다. 남편 모르게 지원을 해주고 싶은데, 돈이 부족하다고 했다. 500만 원을 빌려달라고 했다. 6년 넘게 친하게 지내던 친구였다. 사정이 안타까워 돈을 빌려줬다. 당시에 500만원은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돈이다. 내게는 당장 없어도 되는 돈이었고, 친구를 믿었다. 그래서 돈을 빌려주었다. 6개월 후 돈을 돌려 받았다. 하지만 얼마 후 다시 빌려달라고 했고, 그 후로는 연락이 끊어졌다. 남편도 나와 동기생이었다. 잠실에서 그녀의 남편을 스쳐지낙기도 했었다. 잘 지내냐는 말만 하고 헤어졌다. 하지만 S와는 연락할 수 없었다. 친한 J가 함께 얼굴을 보자고 했는데, 나는 곤란하다고 했다. J에게 S와의 이야기를 숨기다가 어쩔 수 없이 이야기를 했다. 얼마 후 J 에게 연락이 왔다. S가 돈을 빌려줄 수 있겠냐고 연락이 왔더라며. 우리는 친구 S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500만 원을 받지 못해도 살아가는 데 문제는 없다. 다만 S와 인연이 다했을 뿐이다.
외사촌에게 보증을 서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보증은 집을 담보로 해야 한다. 하지만 연대 보증은 당사자 뿐 아니라 보증을 서 준 사람까지 피해를 입기 쉽다. 사정은 안타까웠다. 빌려 줄 돈은 없고 모두 펀드 통장에 들어있다고 했다. 친적은 주식 통장 담보로도 돈을 빌려주기도 한다며 내게 말해 주었다. 그건 어렵겠다고 하면서 100만원 정도는 돌려 받지 않고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보증은 없던 걸로 했다. 그 후로 고모부, 즉 우리 아빠에게 연락이 왔고, 아빠가 그냥 돈을 얼마 지원해 줬다. 한 번이 아니었다.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연락이 왔었는데. 이제는 어디에 사는 지도 모른다. 그저 카톡에 가끔 사진이 올라오는 정도만 알 뿐이다. 연락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되었다.
남들이 불행할 때 손을 내밀면, 어찌해야 하나 당황했었다. 하지만 기준이 생겼다. 절대 돈은 빌려주지 않기로 말이다. 빌려 주면 받을 때까지 마음 조리는 사람은 돈을 빌려 주는 사람이다. 돈을 빌려 주고도 을의 입장이다. 돈도 돈이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크다. 돈 문제는 아무래도 불편하다. 그냥 주는 정도가 아니라면 빌려 주는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도움의 손길이 무조건 옳은 건 아니기에.
큰 언니가 설날에 서울에 못 온다고 연락이 왔다. 시어머니가 치매가 생긴 것 같다고. 언니는 지금까지 회사에 다녔고, 시어머니가 항상 식사를 책임져 주셨었다. 언니가 이젠 부엌 살림까지 챙겨야한다. 요리도 거의 해보지 않았던 언니를 보니 앞으로 어떻게 시어머니를 보살필 지 안타까웠다. 요양 병원에 모시고 가라고 할 수 있는 형편도 못 된다. 누군가 옆에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이 있으면 자신도 용기를 잃을 때가 많다. 자책하거나 죄책감이 생기기 쉽다. 아픈 사람이 있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은 사람은 그냥 살아내야 할 때가 있다.
남편은 "내가 치매에 걸리거나 아프면 날 갖다 버려."라고 한다. 어떻게 그러냐고 하지만, 나도 마찬가지다. 내가 만약 치매에 걸리면 병원에 입원 시키라고 누누히 교육 시킨다. 서로를 살리기 위한 방법이라며 설득하는 중이다. 부모님 중에 한 분이 다른 한 분을 계속 보살펴야 하는 상황으로 오래 지내오셨다. 무조건 희생하기 보다는 사회적 도움을 받으면서 잘 버텨내고 일상을 살아가시면 좋겠다. 누군가의 불행에 지나친 감정이입보다는 냉철하게 이성적으로 판단이 필요하다. 내가 살아야, 반복되는 삶에서 벗어날 수 있게 조금이라도 도움 줄 수 있으니까.
글쓰기도 같았다. 처음엔 누군가의 아픔을 대신 안아주고 싶어 아픔에 관한 이야기를 쓰다보면, 자신이 거기에 빠져버릴 때가 있다. 그럴수록 글을 쓰고 나면 먼저 지친다. 글로 사람을 구하려다 자신을 물에 빠뜨리는 셈이다. 그런 경우에는 내가 아닌 독자의 아픔으로 이입한 후 독자를 살려내기 위한 해결책을 제안하는 게 좋다.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도우면 된다. 글은 누군가를 살리는 도구이기 전에, 자신을 살려 내기 위한 도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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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 남들의 불행을 보며 지나치게 용기를 잃어서는 안 된다.
"타인의 불행 때문에 죽지는 말라. " 수렁에 빠진 사람들을 눈여겨보라. 또, 그들이 불행을 함께 나누고 위로해주길 바라며 당신에게 도움청하리라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들은 불행을 함께해줄 누군가를 찾는다. 그러면 그들이 행복할 때는 등을 돌렸던 사람들이 불행한 지금은 손을 내민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할 때 위험을 자초하지 않으려면, 대단히 주의해야 한다.
『사람을 얻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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