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과 건강

673『애덤 그랜트의 생각수업』MAR 5. 진정성의 핵심

by 와이작가 이윤정

MAR 5. 진정성의 핵심은 일관성이 아니라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다.

『애덤 그랜트의 생각수업』 하루 한 장, 당신의 일상에 영감을 불어넣는 문장, 애덤 그랜트


'나는 건강해.' '운동은 나중에 해도 돼.' 한 번 내뱉은 말을 계속 주장하다 보면 간혹 모순에 빠질 때가 있다. 일관성 있게 말해보지만, 결국 몸이 먼저 구멍을 낸다.


최근 오른쪽 다리와 오른 발이 저려 오는 주기가 짧아졌다. 뭐가 잘못됐지? 아침에 서울대 정선근 교수의 《백년허리》를 읽었다. 요추전만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5개 척추 관절이 우리 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디스크에 문제가 생기면 허리가 아플 뿐만 아니라 다리가 저린다고 한다. 운전하면서도 다리가 저리고 발이 시큰거려서 자동차 의자가 나랑 맞지 않아서 그런가 싶었다. 문제는 자동차가 아니라 나였다. 너무 오래 앉아 있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을 흡연에 버금가는 건강 위험 요인으로 경고한 바 있다. 하루 8시간 이상 앉아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아진다고 한다. 직장인뿐 아니라, 재택근무자, 프리랜서, 1인 창업자까지.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는 사람일수록 이 함정에 빠지기 쉽다. 열정이 건강을 갉아먹는 아이러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오래 앉아 있게 됐을까. 이유는 하나다. 재밌어서.


어제는 오전 10시에 작업실에 갔다. 남편은 6시 즈음 저녁 먹고 귀가했지만, 나는 글을 좀 더 쓰고 가겠다고 먼저 보냈다. 이것저것 글을 쓰다 보니 밤 9시 40분이다.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언제 올 거냐고. 10시에 땡하고 가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타이머 돌려놓고 작업하듯 키보드로 타닥타닥 신나게 글을 한 편 썼다. 초고를 쓰고 나니 분량이 부족했다. 좀 더 보완하고 한글에 옮겨 놓다가 시계를 보니 밤 10시 20분이다. 어이쿠. 늦었다. 얼른 PC를 끄고 집으로 향했다. 10여 분 남짓 거리를 헐떡거리며 뛰었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몰입의 즐거움》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에 빠져드는 순간을 '몰입'이라고 했다. 요즘 나는 책상에 앉으면 뭔가 홀리듯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타이머를 설정해 보기도 하지만, 타이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던 일을 계속 이어간다. 책쓰기 수업이 끝난 뒤에도 후기를 남기고 정리를 하다 보면 한 시간 이상 더 앉아 있기도 한다. 책, 글쓰기, SNS, 수업, 투자. 하루 종일 몰입하고 있어도 재밌다. 하지만 그 대가로 허리가 망가지고 있었다.


남편은 자기 관리를 잘하는 편이다. 컴퓨터로 작업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허리가 아프다며 침대로 가서 누웠다가 온다. 잠깐 쉬면서 게임을 할 때도 있다. 내가 너무 앉아 있으니, 다른 활동을 좀 해보라고 한다. 밖에 나가서 누굴 만나거나, TV 드라마라도 보든지, 아빠랑 어디 다녀오든지 하라며. 그런데 솔직히 요즘은 다른 게 재미가 없다. 몰입이 재밌을 뿐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5~6시간 글을 쓴다. 하지만 오후에는 반드시 달린다.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할 정도다. 그는 '소설을 쓰는 건 육체노동'이라고 말했다. 장편 한 편을 끝내려면 체력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몰입을 오래 하려면 몰입을 멈추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는 몸으로 증명했다. 아침마다 달려볼까 생각해봤지만, 아직 시도를 하지 못했다. 내가 나를 가로 막고 있었다.


남편의 말을 들을 때마다 "알겠어, 운동해야지"라고 대답했다. 그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그리곤 무시했다. 일관성 있게 말은 했지만, 실천을 못했다. 솔직하게는 안했던 거다. 진짜 이유는 간단하다. 운동보다 글쓰기가 더 재밌고, 마감 시간이 있어서였다. 욕심도 많은 탓이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고 있었다.


직장 다닐 때는 틈새 운동을 했었다. 90분에 한 번씩 움직였다. 복도 끝에서 중앙계단까지 4~5개의 사무실을 지나야 화장실이 있었다. 화장실 한 번만 다녀와도 운동이 됐다. 화장실에 틈새 운동 사진을 붙여둬서 잊지 않고 3분 정도 운동을 하고 왔다. 그게 습관이었다. 그런데 집에서는 그 사진을 붙여두지 않았다. 사진이 없으니 잊었고, 잊으니 안 했고, 안 하니 다리가 저려 왔다. 원인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인정하지 않았을 뿐.


오늘에서야 솔직하게 받아들인다. 문제는 허리가 아니라, 멈추지 못하는 내 습관이다. 몰입도 좋고, 자유도 좋다. 하지만 이 두 가지를 오래 누리려면 건강이 받쳐줘야 한다. 다시 틈새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AI 프롬프트로 벽에 붙일 운동 포스터도 만들었다. 내일부터가 아니라, 오늘 지금 일어나서 한 번 펴야겠다.


우리 부부 둘 다 운동과 바른 자세가 필요하다. 남편은 아직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 안 하고 있고, 나는 필요를 느끼면서도 잊어버려서 안 하고 있었다. 아파보면 후회할 텐데, 지금은 아직 덜 아파서 운동을 피하고 있다. 하지만 덜 아플 때 시작해야 안 아플 수 있다.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 그게 바뀌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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