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6『애덤 그랜트의 생각수업』 MAR 18. 자신을 지킬 줄 아는 여성
MAR 18. 자신을 지킬 줄 아는 여성들을 격려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51개 연구 결과, 자신을 위해 협상한 여성은 이기적이고 공격적으로 보일까 봐 걱정하고 실제로 그런 역효과를 마주한다. 하지만 여성이 다른 사람들을 위해 협상하면 갑자기 배려 깊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자신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을 격려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애덤 그랜트의 생각수업』 하루 한 장, 당신의 일상에 영감을 불어넣는 문장, 애덤 그랜트
소규모 자영업에 종사하는 대표님과 직원들은 언제 손님이 올지 몰라서 하루 종일 가게를 열어 놓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장사가 잘 된다면 하루 종일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 예를 들면 하루 네시간 영업하고 단호하게 가게를 닫고, 내일을 준비하는 가게로 운영하고 싶어할 수 있다. 문제는 손님을 어떻게 거절하는가에 달려 있다. 거절하면, 다음에 오지 않을까봐 걱정되고 불안하기 때문이다.
점심은 신천동 장미 상가에 있는 '시부야돈까스'에 다녀왔다. 바삭함과 육즙이 공존하는 일본식 돈까스 전문점이다. 2000년 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메뉴는 딱 4가지다. 안심까스, 등심까스, 생선까스, 시부야 정식(안심+생선). 주로 나는 생선까스를 먹고, 배우자는 안심까스를 주문한다. 난 생선이 더 좋고, 배우자는 돼지고기를 더 선호하기에 내가 생선가스 두 점을 배우자 접시에 건네준다. 배우자도 안심 덩어리 2개를 내 접시로 올려준다. 시부야 정식을 먹는 것보다 각자 좋아하는 종류를 더 많이 먹을 수 있어서 각자 주문하고 있다. 문제는 맛집이라는 게 문제다. 먹고 싶어서 가더라도 바로 먹을 수 없다. 시부야 돈까스 식당은 저녁에 장사를 하지 않는다. 토요일, 일요일도 쉰다. 평일 점심만 먹을 수 있다. 한정된 시간이라 대기줄이 길다. 대기줄이 있다는 건 맛집이라는 것. 10년 넘게 근처에 살면서도 여길 알게 된 건 바로 작년이었다. 그 전엔 몰랐다.
가게 앞을 지나다가 대기줄이 길어서 여긴 어떤 곳인가 궁금했다. 2시 15분 까지 라스트 오더다. 늦은 점심을 먹느라 2시 15분을 넘겨 도착했더니, 아주머니께서 죄송하다며 오늘은 못 먹는다고 하셨다.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렸다. 벼르다가 다음에는 2시 15분 전에 입성했고, 생선까스와 안심까스를 주문해 먹었다. 그렇게 종종 시부야 돈까스가 먹고 싶을 땐 서둘러 나갔다. 오늘은 배가 일찍 고파서 1시 30분 즈음 도착했다. 비가 와서인지 대기줄이 없다. 자리도 치우지 않은 그릇이 몇 개 올려져 있었다.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요리가 나오기 시작했을 무렵 손님들 대기가 6~8명 정도 생겼다. 테이블이 비워지고, 새로운 손님들로 채워졌다. 예전에 다녀간 학생인지, 아주머니가 반갑게 인사한다. "잘 지냈어?" 잠시 후 다른 손님이 입장하려는 찰나, 아주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죄송해요, 오늘은 끝났어요." 2시 3분 경이었다. 2시 15분도 아니다. 식사하고 나가는 할머니들도 계셨다. 한참 요리가 나오지 않았었는데, 이유는 그 할머니들이 식사 후에 한두 박스씩 포장까지 해가셨던 것. 배달은 하지 않지만, 포장은 하는 곳이었다. 배달하지 않아도 와서 먹는 사람만으로도 음식이 부족한 곳이니까.
손님들은 아주머니가 바쁘니 계산대에서 직접 카드를 꽂고 결제까지 셀프로 하고 나갔다. 셀프 결제 하는 식당이 아님에도 말이다. 한 번은 멀리서 오랜 만에 먹고 싶어서 찾아 온 학생도 있었다. 2시 15분이 넘어서 거절하셨다. "한 번만 해주시면 안 될까요?"라는 처절한 학생의 목소리가 더 안타까워 보였다. 주방장과 아주머니, 이렇게 두 명이 근무한다. 수많은 거절은 아주머니가 한다. 주방장은 무뚝뚝한 인상이었다. 시부야 돈까스집 대표님은 자신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다. 2시 30분까지만 장사하고, 그 이후나 오전은 내일 장사를 위한 음식재료 준비를 하실 테지만. 선을 넘지 않는다. 적당히 손님을 거절하는 태도가 멋져 보였다.
공저 작가들의 1차 퇴고 원고를 살펴보는 날이다. 2차 퇴고 안내를 위해 열 명 작가의 글을 아이패드로 옮겼다. 애플 펜슬을 쥐고 한 글자씩 읽었다. 작가들의 메시지가 독자들에게 잘 전달되는 게 우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제외하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형용사, 부사, '을, 를, 이, 가', '적, 의, 것, 들' 같은 조사를 생략할 때 글에 힘이 더 생긴다. 작가가 글을 쓸 때는 '~하는 것 같다.' 보다는 '~이다. ~하다'로 표현하는 게 좋다. 이렇게 써야 글이 산다. 독자가 작가의 말에 확신을 갖는다. 작가조차 확신 없이 '~같다'라는 표현을 하는 건 독자가 공격적으로 볼까 봐 두렵다는 의미가 글에 그대로 담긴 표현이다. 작가는 일기를 쓰는 게 아니라, 글을 쓰는 행위를 한다. 일기는 독자가 자신 뿐이다. 아무 글이나 써도 괜찮다. 책은 독자가 있는 글이다. 독자를 위해 자신의 실패와 쪽팔림을 드러내면 갑자기 연민이 느껴지는 사람으로 평가 받는다. 자신의 실패나 아파했던 순간을 드러내는 작가들이 오히려 존중받는 세상이지 않을까.
자영업을 하든, 직장에 다니든 자기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아무래도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겠지만, 당당하게 자기 자신을 위해 의사를 표현해도 괜찮다. 휴가를 내기 어려워 신혼 여행까지 미루었던 적이 있었다. 15년 전의 우리 부부는 당당하게 휴가 가겠다고 말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을 위해 일정을 조율한 건 어느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었다. 지금 되돌아보니 배려하는 사람으로 존중받은 게 아니라, 멍청한 사람이었던 게 아니었나 싶다. 이타심도 중요하다. 하지만, 적절한 이기심을 갖고 자기 것도 챙길 줄 아는 사람이 영리한 사람이다. 이렇게 해야 하던 일을 계속해 낼 수 있다. 이렇게 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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