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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작가 이윤정 Jun 04. 2024

비싸지만, 후회하지 않습니다.

거인의 생각법 35- 지킬 것인가 투자할 것인가

지금 이 순간, 설레는 경험에 투자하라.


어제는 서울스카이 123에 다녀왔습니다. 송파구민이라 언젠가 가봐야지 했던 곳인데 날씨도, 시간도 우연히 잘 맞아서 올라가기로 했죠.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밀크 바 아이스크림 가게에 대기줄이 많습니다. 한 층 더 올라가니 엔제리너스 카페도 있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고 올라온 김에 커피커피나 한잔하고 가자 남편에게 이야기했는데요. 남편은 시큰둥 반응입니다.


 내려오려고 반대편으로 가다 보니, 엘리베이터가 하나 더 있습니다. 123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였는데요. 알고 보니 서울 스카이라운지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였어요. 한 번 올라가 보자 했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니 전체가 식당 겸 카페였습니다. 스카이라운지이다 보니 식사비와 음료 가격대가 일반 식당보다는 비쌀 거라 예상했습니다. 남편에게 여기서 커피 한 잔 할까 물어보니, 마음대로 하랍니다. 잠깐 고민을 했습니다. 아메리카노 한 잔 값으로 비용을 치를 만 한가 하는 거죠. 잠깐 고민하다 결단을 내렸습니다. 평소에 부모님이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주는 용돈을 모아둔 통장이 따로 있거든요. 오늘은 부모님이 사주시는 거다 생각하기로 했죠. 가격 생각하지 않고 맛있는 거, 즐기고 싶은 거 마음껏 즐기기로요.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안내하는 분이 오시더니 여긴 식당 카페라고 하셔서 빨리 결정을 내려야 했죠.  차만 마시겠다고 했습니다. 따라 오라며 길을 안내해 줍니다.


오후 4시 무렵이라 식사 손님은 없었고 음료와 맥주를 마시는 외국인 두 테이블만 있었습니다. 반 바퀴를 돌아 좌석을 안내해 줍니다. 메뉴판을 보고 음료를 골랐죠. 저는 어디 가나 아메리카노, 남편은 아포가토를 주문했습니다. 비용은 15000원, 17000원입니다. 일반 카페보다 세 배 비싼 가격이었죠.

커피가 나오기 전부터 주변 사진을 계속 찍었습니다. 셀카도 찍고, 동영상도 찍고요. 커피가 나온 뒤엔 커피  마시면서 바깥 풍경을 즐겼습니다. 멍 때리면서요. 남편은 핸드폰을 보고 있길래, 여기서 왜 핸드폰을 보는 거냐고 한 마디하고는 그냥 내버려 두고 저는 올림픽 공원 쪽과 그 너머에 있는 산과 한강을 바라보며 여유를 부렸죠.  제가 좋아하니 남편도 좋다고 합니다.


집에 와서 어제 있었던 순간을 글로 적었습니다. 아주 멋진 날로 기록했죠. 글로 적은 메모지를  '멋진 날' 병에 넣었습니다. Chance, Flex 스티커가 붙어 있는 병이에요. 팀페리스가 알려준 <타이탄의 도구들>에 나오는 병이죠. 따라 만들어 두었거든요. 벌써 반통이나 채워졌습니다.


만약, 제가 돈을 아끼려고만 한 채, 설레는 여유를 미루기만 하고 산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나이가 들수록 하지 않은 일들에 대해 후회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젊을 때 더 놀걸, 젊을 때 더 여행 다닐 걸 하면서요. 누가 어디 다녀왔다고 하면 부러워하고, 자존감도 떨어지고, 일할 맛도 못 느꼈을 거예요.


그러니까 돈이 좀 더 들고, 노후 준비 기간이 늘어나는 것을 책임질 수 있을 정도로라면, 지금 이 순간에 꼭 느껴보고 싶은 경험, 설레는 경험에 비용을 투자하는 게 옳다고 여기니 후회 없는 삶을 삽니다. 그때만 느낄 수 있는 감정, 후회하지 않을 순간을 경험해 봤기 때문이죠. 돈이 많아지면 즐겨야지 하고 아끼다가는 몸이 쇠약해져서 움직일 수 없거나, 귀찮아져서 후회할지 모르니까요. 노인이 되었을 때 후회보다는'그땐 그랬지.' 추억으로 남을 젊은 날의 설렘에 투자하며 살아갑니다. 그 젊은 날의 설렘을 이렇게 글로 표현하고 남겨 둘 수 있음에 뿌듯함을 느낍니다. 글쓰기 공부를 배우기 위해 비용을 지불한 것도 운 좋은 투자였죠. 나중에 써야지 하다가 생생한 추억들 다 놓칠 뻔했으니까요.


후회하지 않는 설레는 경험을 쌓는 것에 투자하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Write, Share, En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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