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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작가 이윤정 Jun 20. 2024

왜 화가 나는가? 지금 그냥 웃어라.

거인의 생각법 051 - 힘들 때 무조건 웃어보기

"어디야? 나 집 봤는데, 여기 너무 좋다!!! 내가 그쪽으로 갈게."


아빠가 혼자 살 집을 보러 다녀왔습니다. 동네에 새로 생긴 나 홀로 아파트지만 혼자 사시기엔 가격도 그렇고 괜찮아 보였거든요. 신축이고, 지하에 창고도 있고, 다락도 있고, 베란다도 있어서, 훌륭해 보였습니다. 아빠가 가진 돈으로도 가능해 보였거든요. 보물을 발견한 듯 W에게 자랑을 하는데, 갑자이 W가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나는 대구에 내려가서 살게. 당신은 아버님이랑 살아."


당황스러웠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화도 났습니다. 뭐지? 갑자기? 말문이 막혔습니다. 그때 팟타이와 푸팟 뽕가리가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아무 말 없이 음식을 덜어 먹었습니다. 누가 그랬거든요. 싸워도 밥은 같이 먹으라는 말.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가만히 있거나, 엉뚱한 대답을 하면 W의 기분이 더 나빠지겠구나. 일단 감정이 사그라질 때까지 참자. 더 악화될지 모르니까. 근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냥 크게 웃기로요. 어떤 책에서 본 게 기억이 났어요. W는 반대로 왜 웃냐는 표정을 보입니다. 알았다며 그래 한 달 정도 다녀와보라고 얘기했습니다. 이 사실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죠. 제가 이 걸 거라 확신했습니다. 시부모님도 좋아할 리 없다고 예상했거든요. 그리고 한 달, 아니 일주일만 함께 있어도 분명 트러블이 생길 것임을 알았습니다. W는 잘 몰라요 여자들의 마음을... 

(대신 W는 친정 아빠인 남자의 마음은 저보다 더 잘 파악하더군요!)


식사는 남김없이 끝까지 다 먹고 집으로 함께 왔어요.


작년에 9월 경에 있었던 일입니다. 지방에 살고 있던 아빠가 서울로 이사 오신다고 결정을 하셨습니다. 수십 년 지방에 사셨는데, 홀로 되고 나시고 적적해하셨어요. 그렇다고 딸들이 계속 내려가는 것도 쉽지만은 않았고요. 결국 아빠에게 서울로 이사오라고 설득했고, 몇 달 만에 결단을 내렸죠. 아빠가 살 집을 찾아보고 있었습니다. 지방에서 서울로 이사 오는 게 집값이 만만하지 않죠. 아빠가 가진 자산으로는 저와 언니집 근처에 있는 20평대 서울 아파트 한 채를 사기엔 역부족. 연금을 받고 있어도 여든 넘으셨는데 대출받아 집을 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 가성비와 거주 환경을 따질 땐 저희 집 옆 동네에 집을 얻으시는 게 이성적으로는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빠를 잘 보살펴 드릴 형편이 안되었어요. <10년 먼저 시작하는 여유만만 은퇴생활>을 읽어보신 분은 W의 성격을 아시죠? 친정 식구에게 부담감을 안고 삽니다. 그렇다고 싫어하는 건 아니고요. 시댁 부모님은 못 챙기는데 친정 식구들과 잘 지내는 게 미안해서 그렇습니다. 아빠가 우리 집 근처로 이사 오면 혼자 댁에 계신 데, 퇴직한 저와 W가 따로 외식하러 가는 것도 신경 쓰고 있었습니다. 함께 가면 되지 싶지만, 매번 아빠를 모시고 가는 것도 그렇고요. 그 생각은 못했는데, W가 얘기해 줘서 알았습니다.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그날 집 근처 맘에 담은 집은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네이버 부동산을 다시 켜고 집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언니 집 근처로요. 신기하게 언니 집 근처 3분 거리에 매물이 있었습니다. 밤이어서 다음 날 바로 부동산에 문의해서 집을 보여달라고 했죠. 몇 개 집을 함께 봤습니다. 어제 찜한 집이 가격대는 가장 비쌌지만, 일단 언니집과 가까운 게 장점이었습니다. 형부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지 몇 년이 지났습니다. 언니 혼자 아들 둘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언니에게도, 아빠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제대한 조카가 아빠집에 들어가 함께 살겠다고도 합니다. 그렇게 아빠 집이 정해졌습니다. 언니 집 근처로요. 지금 아빠가 이사 오신 지 8개월 정도 지났습니다. 언니가 수시로 아빠집에 다녀가고, 조카도 아빠와 함께 지내고 있어요. 휴일이면 가끔 언니가 아빠를 모시고 근처 여행도 다녀옵니다. 어제도 백운계곡에 모시고 다녀오고, 부처님 오신 날에는 광릉 수목원도 다녀왔더라고요. 저는 퇴직하고 집에만 있지만 뭐가 그리 바쁜 지 한 달에 한 번 정도 아빠를 만나러 가고 있습니다. 대신 전화는 매일 드리고요. W 말이 맞았습니다. 저보다 언니가 챙겨주고, 아빠도 언니집 근처에 있는 편한 환경이었죠.


아, 그래서 W와 저는 어떻게 되었냐고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예전처럼 잘 지내고 있습니다. W가 한 번 시댁에 내려갔다가 바로 올라왔거든요. 이틀도 못 참고 말이죠. 제 예상대로. 


시댁도 마침 집을 이사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살고 있던 집을 내놓았는데 갑자기 팔렸거든요. 제가 발 벗고 나섰습니다. 부동산 알아보고, 볼 집을 예약해 드렸습니다. 주말에 대구로 내려가 집을 같이 보고 계약서까지 작성하고 올라왔죠. 그러자 W는 이제부터 저를 달리 봅니다. 고맙다고요. 며느리가 최고라면서 엄지 척을 보냅니다. 


사실 이 때는 하와이 여행하기로 예약까지 해둔 상황이었어요.  W는 본인은 부모님 집 알아봐야 하니 자기는 못 가겠다며 저 혼자 다녀오라는 말까지 했었거든요? 결론은 계약서 썼으니 함께 다녀왔습니다.


제가 만약 W가 고민 끝내 내린 결론을 말했을 때, 제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화를 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지금 쯤 따로 지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문득 웃고 싶어 졌습니다. 어이가 없는 상황이었지만, 무조건 웃었습니다. 웃지 못한다는 건 상대의 말을 내가 동의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웃음이 때로는 함께 기뻐하는 웃음일 수도 있지만, 웃음이 때로는 인정불가에 대한 표현이 되기도 했습니다. 


혹시 지금 힘든 일 있나요? 웃으세요. 거울 보면서, 먼저 웃어주기만 해도 큰 힘이 됩니다. 


부부 사이에 싸워도 챙겨야 할것

1. 밥은 같이 먹는다. 

2. 지금 그냥 웃어라.

3. 시간을 기다려 준다.


"왜 화가 나는가? 지금 그냥 웃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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