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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작가 이윤정 Jul 19. 2024

그냥 하는 거야. 아무거나, 다 좋아!

거인의 생각법 80 - 학습된 무기력 극복하기

행복한 삶을 결정하는 건 무엇보다 건강에 대처하는 자세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제 부산에 갔다가, 오늘 5촌 고모부의 장례식장에 다녀왔습니다. (5촌 이면 너무 친척 같지만, 저희 아빠 기준에서는 제일 가까운 친척입니다. 아빠가 외동아들이셔서...) 당뇨 합병증으로 중환자실에서 한 달 있다가 신장 투석도 15일이나 하실 정도로 상태가 안 좋으셨데요. 결국 요양원으로 옮기셨는데 달 만에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이젠 고통 없는 곳에서 편안해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살아있는 동안 고생이 많으셨데요. (자세히 적기 불편할 정도로 ㅠㅠ) 이야기 들으며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또 다른 5촌 큰 아저씨는 작년부터 인지 장애가 왔다고 해요. 수십 년간 세무 회계 일을 친구 회사에서 도맡아 하셨다고 합니다. 숫자 하나로 스트레스받는 업무잖아요. 갑자기 올해부터 몸이 안 좋아지셨데요. 스트레스가 원인이었을까요. 요즘은 뭘 결정하더라도 숙모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물어볼 정도로 의존한다고 합니다. 혼자 다니시기는 하지만 살도 쏙 빠졌다고 하시네요. 결국 오늘은 못 뵙고 왔습니다. 


바쁜 일상과 스트레스, 불규칙한 식습관, 운동 부족은 건강을 잃기 쉽습니다. 하지만 건강할 땐 우리가 그걸 잘 모릅니다. 젊은 땐 툭툭 털고 일어나는 경우도 있을 만큼 건강하니 그게 계속될 거라는 착각을 갖고 있죠.  결국에 나이가 들어서 건강에 적신호가 옵니다. 사람들은 이런 신호를 가볍게 여기고 무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빠는 아빠의 사촌 형제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습니다. 여든 둘. 사촌형제는 다들 동생이죠. 오늘 보니, 아빠가 제일 건강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빠도 당뇨환자입니다. 신경과에서도 약을 처방받고, 비뇨기과에서도 약을 받으시고, 치과도 다니시죠. 그럼에도 몸 상태는 잘 유지하고 계십니다. 드시는 걸 철저하게 건강식으로도 드시고 계십니다. 처음엔 살이 쏙 빠지시더니, 서울로 이사 온 후에는 다시 살이 조금 붙으셨죠. 혼자 계시다가 조카와 언니가 근처에 함께 살다 보니 좀 더 잘 챙겨드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외부 활동으로 주민 센터와 노인 복지관을 다니시면서 스마트폰을 배우시고, 문인화, 서예, 세계사까지 배우고 있습니다. 카카오 페이, 삼성페이, 카카오톡 선물 보내기 등을 자유자재로 쓰시면서 선물도 종종 보내주세요. 요즘은 아빠가 참 신나 보입니다. 


이런 활동을 나이 들어서까지 계속할 수 있다는 건 복이었습니다. 아빠는 뭘 잘하고 싶어서 배우러 다니는 게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냥 사람들 만나는 시간을 즐기고 계셨어요. 잘하려면 집에 와서 연습을 해야 하는 데, 그건 필요 없다면서, 그냥 하는거라고. 아빠 오늘은 뭐 할까 여쭤 보면, 아무거나, 다 좋아라는 표현을 자주 하세요. 건강하지 않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충분히 누릴 수 없습니다. 신체 건강, 마음의 건강 모두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은 날입니다. 


이틀 동안 아빠와 함께 보낸 시간은 그동안 너무 편협한 곳에만 빠져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서와 글쓰기는 삶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하지만 너무 깊숙히 나에게만 빠져들지 말고, 다른 사람들도 만나면서, 나의 위치는 어디쯤에 있나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일시적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평생 주욱 함께 가는 삶이잖아요. 한 가지 목표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인생의 균형이 필요합니다. 놓치는 게 많았던 편협한 건강적 측면이 아니라 광범위하게 건강한 삶의 시간으로 바라본다면, 우리의 자세가 달라지지 않을까요? 제 삶에도 이젠 변화를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이 들어서 저는 울 아빠처럼 살고 싶거든요! 


ps. 아빠한테 해운대 암소갈비 먹자고 했어요! 젊은 시절 20년 동안 부산에서 가난하게 살아서, 50년 된 갈비집에 못 가보셨데요.이젠 아빠는 그 정도 사주실 형편이 되시니까! 아쉽게 오늘 먹을 시간이 없었습니다. 다음에 먹으러 다시 부산에 가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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