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생각법 108 - 부자의 질문 따라 해보기
다산 정약용(1762-1836)은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학자이자 실학자로, 방대한 양의 저서를 남겼습니다. 그의 저서는 정치, 경제, 법률, 철학, 문학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그중에서도 실용적이고 실천적인 학문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 아방강역고, 탕론, 기예론, 대학강의, 마과회통 등이 있습니다.
유배지에서도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보낸 적이 있는데요. 그 편지들을 엮은 책이 바로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박석무 편역된 책이 있죠. 다산 정약용의 저서들은 그의 시대를 넘어 후세인 오늘까지 학문적인 통찰을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두 아들에게는 독서를 강조했습니다. 폐족이기에 더욱 독서를 강조했습니다.
그렇다면, 독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다산 정약용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나는 몇 년 전부터 독서에 대하여 깨달은 바가 큰데, 마구잡이로 그냥 읽어내리기만 한다면 하루에 백번 천 번을 읽어도 읽지 않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무릇 독서하는 도중에 의미를 모르는 글자를 만나면 그때마다 널리 고찰하고 세밀하게 연구해서 그 근원을 터득하여 글 전체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날마다 이런 식으로 책을 읽는다면 수백 가지의 책을 함께 보는 것과 같다. 이렇게 읽어야 책의 의미를 훤히 꿰뚫어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니 이 점 깊이 명심하거라. "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독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105p, 정약용
책 한 권을 읽는데 그냥 후루룩 읽어낸다면 백번 천 번을 읽어도 읽지 않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책을 읽고 있나요? 제 경우에는 아침에 일어나서 먼저 하는 습관은 독서입니다. 새벽의 상쾌한 기운을 느끼며 책을 읽는다는 표현을 빌어 <평단지기 독서법>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읽기 전이었는데, 다행히 제가 아침마다 읽었던 책을 다산 정약용이 알려준 독서법과 일치했습니다. 독서하는 중에 의미를 모르거나 처음 보는 내용을 고찰하고 세밀하게 연구했습니다. 그 근원을 찾아 저자가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습득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날마다, 2680일 동안 책을 이렇게 읽었습니다. 전 약 600권 이상의 책을 읽었습니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숫자입니다. 하지만 다산 정약용 선생이 말한 것처럼 수백 가지의 책을 함께 보는 느낌이 뭔지 조금은 이해가 갑니다. 남들보다 책을 읽은 숫자는 적을지 몰라도, 책들 간의 연결고리가 머릿속에서 실타래처럼 연결되어 있습니다. 한 권을 읽으면 다른 책이 문득문득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초서 하는 방법은 반드시 먼저 자기 뜻을 정해서 만들려는 책의 규모와 항목을 세운 뒤에 남의 책에서 간추려내야 일관된 묘미가 있게 된다. 만약 그 규모와 항목 외에도 꼭 뽑아야 할 곳이 있으면 별도로 책을 만들어놓고 좋은 것이 있을 때마다 기록해 넣어야 만 힘을 얻을 곳이 있게 된다. 물고기를 잡으려고 그물을 쳐놓았는데 기러기란 놈이 걸렸다고 해서 어찌 버리겠느냐?"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107p, 정약용
다산 정약용은 초서를 통해 남의 책에서 필요한 부분만 발췌하여 따로 적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과 함께 정리하고 체계적으로 기록을 하는 일입니다. 핵심 내용, 자기 생각, 체계적인 기록을 통해 이해력과 기억력을 높이고, 비판적 사고를 향상할 수 있습니다. 지식들도 체계화되어 정리가 되고요.
다산 정약용 선생은 그 외에도 목적을 갖고 독서하고, 정독과 숙독을 통해 여러 번 곱씹으며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반복했습니다. 비판적인 독서와 실천하는 독서, 기록하는 독서 등 그의 독서법은 자기 계발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중요한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처럼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며 실용적인 책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르는 것을 만날 때마다 널리 고찰하고 세밀하게 연구하는 습관부터 시작이겠죠?
오늘은 조카의 대학 졸업식에 다녀왔습니다. 23년 전 제가 졸업했던 공간이었습니다. 조카가 제 동창생이 되었네요. 다음 주부터는 취업해서 연수원에 들어간다고 해요. 앞으로 독서할 때는 조카에게 도움 되는 내용들을 발췌해서 초서 하며 조카에게 보내는 레터를 하나씩 작성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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