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생각법 133 - 더 고통스러운 것을 활용하기
글쓰기 챌린지가 참 많지요? 혼자 하기 힘드니까 강제로 이끌어 주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요. 그런 사람은 함께 하면 안 쓰던 글도 글을 쓰게 할 수 있습니다. 책을 한 권 분량을 채우고 초고를 쓰는 확실한 방법이 있습니다.
매일 글을 함께 쓸 동료를 모읍니다. 철저한 글쓰기 루틴 원칙을 정합니다. 마감을 정합니다. 그리고 이 마감을 어기면 모임에 더 이상 다음 모임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규칙을 정합니다. 하루라도 어길 시, 참여비의 100배 벌금을 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참여자의 몇 퍼센트가 글을 쓸까요? 당신도 무조건 글을 써내시겠죠? 책을 한 권만 출간하겠다면 이런 방법으로 초고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다음 책은 어떨까요? 하지만, 누군가는 다시는 글을 쓰지 않겠다고 선언할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앞에서 소개한 글쓰기 시스템이 있으면, 여러분은 참여하실 건가요? 저는 글쎄요. 저는 저만의 속도가 를 중시하거든요. 시스템에 떠밀려 가다 보면, 지레 겁먹거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마감하기 어려운 경우가 생기기도 하니까요. 갑자기 아플 수도 있고, 출장을 가야 하는 경우도 생기고요, 가족들과 약속이 생길 수도 있고요. 매일 정해진 분량을 채우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마감일정에 채우지 못하면 나만 못하는 것 같아 자책하게 되고요. 다시는 글을 안 쓰고 싶어 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첫 원고를 투고했을 당시에, 한 출판사 대표와 미팅을 했습니다. 제가 투고한 원고보다는 기획해서 새로 글을 쓰면 좋겠다고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첫 투고 원고였고, SNS 활동도 잘하지 않던 시절이라 첫 투고했을 때 거절메일을 수 없이 받았거든요. 그럴 때 연락을 한곳에서 받으니 얼마나 기뻤겠어요. 그런데 만나자마자 새로 글을 쓰라고 하니 맥이 탁 풀리더군요. 처음 쓴 글은 책이 안되나 보다 좌절한 상태에서 미팅을 하니 출판사에 끌려가게 되더라고요. 목차기획과 샘플 원고를 보냈습니다. 빨간펜 선생님처럼 한글 파일에 메모가 빼곡했습니다. 다시 수정해서 제출하기까지 시간도 걸렸고요. 제가 쓴 글이 형편없이 보여서 다음 장을 쓰기가 겁이 났어요. 그렇게 기분이 착 가라앉아 있는데, 저녁에 전자계약서가 툭하고 메일로 날아왔습니다. 병 주고 약 주는 느낌처럼 이거 뭔가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내가 과연 마감일까지 이 글을 다 쓸 수 있을까라고 제 자신에게 질문해 봤습니다. 안 될 것 같았죠. 결국 전자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장문의 메일로 거절 메일을 드렸습니다. 다음 기회에 인연이 되면 좋겠다고 하면서요.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니, 처음 투고했던 원고를 어떻게든 책으로 출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다시 출판사를 알아보기 시작했고, 2차 투고를 진행하기로 했죠. 2차 투고하고 그날 저녁에 바로 다른 출판사에서 문자를 받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통화를 했어요. 편집장님이 격양된 목소리로 이 방법대로 본인도 실천해 보고 싶다고 합니다. 고민할 것도 없었죠. 바로 계약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렇게 첫 번째 책이 출간됐습니다.
두 번째 초고를 쓸 때도 다 써서 투고를 진행했습니다. 초고가 완성된 상태에서 편집자와 협의하여 수정할 부분을 수정하는 게 저는 더 마음 편하더라고요. 일상을 살아가다가 독자를 수시로 생각합니다. 시간 여유가 있습니다. 글에 담아내는 내용도 다채로워졌죠. 출판사에 따라 퇴고 일정이 빡빡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초고가 있으면 퇴고 일정은 빡빡해도 해내게 되더라고요.
세 번째 초고는 6개월 동안 썼습니다. 글의 주제에 맞게 쓰다 보니 저절로 시간이 늘어난 것 같기도 합니다. 책을 출간하면 후기가 생깁니다. 좋은 후기도 있지만 나쁜 후기도 있습니다. 후기를 보면 마음이 상하는 게 인간 본성이죠. 오타라도 있으면 창피할까 싶어서 꼼꼼하게 퇴고합니다. 독자에게 창피하지 않게 글을 써야겠다고 설정하니 압박감 있는 글보다 편안하게 작가의 마음을 건네고 싶어 집니다. 세 번째 책 초고를 투고한 지 2주가 지났습니다. 첫 번째, 두 번째 책을 출간한 곳에 투고하면 바로 연락이 오겠죠. 하지만 다른 곳은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기도 해서 먼저 투고를 진행해 봤습니다. 아직까지는 거절메일이 계속 오고 있네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왜냐하면 독자들에게 제 글을 잘 전달할 수 있는 눈 밝은 출판사를 만나기 위해서니까요. 더 고통스러운 걸 활용하면, 기다림은 지겨움이 아니라 여유로움이 됩니다.
브런치에 발행하는 글의 마감시간은 제가 잠들기 전까지입니다. 오늘도 여유를 갖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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