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912 의사 뚜렷하게 표현하기 오늘은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 일어날 것 같아요! 와이작가 이윤정 라이팅코치
“기왕 오신 거 들어오세요. 다음부턴 이렇게 불쑥 오시는 건 안 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아니면 미리 전화를 주시든가. 전 예고 없이 찾아오는 사람 딱 질색이거든요. 오늘은 선의로 와주신 거니까 좋은 마음으로 받아들일게요” 《잠실동 사람들》, 정아은, 평단지기 독서법 2709일째
《잠실동 사람들》을 읽어보는 중이에요. 책을 산 지 1~2년 지난 것 같은데 이제 펼쳐봅니다. 《순례주택》 읽어보고 원더 그래디움 아파트와 순례주택에 사는 사람들의 사고 방식이 다르다는 걸 느꼈거든요. 그래서 이 책은 또 어떻게 사람들을 해석하는 지 궁금했습니다. 지방에 내려오느라 책 한권 들고 오는 김에 소설책 한 권 가지고 왔거든요.
잠실 리센츠 아파트에 48평 한강뷰에 사는 해성 엄마와 33평에 전세로 사는 지환 엄마집에서 일하는 파견 도우미 최선화란 인물편입니다. 양쪽 집에서 일을 똑같이 하지만 해성 엄마는 6만원을 주고, 지환 엄마는 4만원을 줍니다. 해성엄마는 아이 옷을 몇 번 입지 않은 걸 선화씨 손자에게 주라고 바리바리 싸줍니다. 지환엄마에게는 남는 옷을 달라고 하니 꼭 줘야 하냐고 되물어요. 지환엄마는 옷을 중고로 인터넷에 팔아야 합니다.
일을 지시하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어요. 해성 엄마는 해야할 일을 딱 딱 정해줍니다. 불편함 없이 지시하는 반면, 지환엄마는 하나를 지시하고 다른 일은 알아서 해주기를 원하는 사람이죠.
선화씨는 너무 하다 싶을 만큼 명령조로 일을 시키는 해성엄마에게 더 호감이 가네요. 선화가 생각해도 희한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요. 사실 저도 지환엄마처럼 파견 도우미에게 일을 시키는 걸 불편해 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파견 도우미 고용하려면 해성엄마처럼 해야하는데, 그걸 잘 못하거든요. 저보다 나이 많은 분이 오시면, 일을 시키기 죄송한 마음이 들어서 못하고 있네요.
상사라면 직원들에게 무얼 해야 하는지 상세하게 일러주는 게 팀원들이 일하기 편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 동료들에게 할 일을 딱 정해서 메일로 뿌린 적이 있었는데요. 역효과가 나타났었어요. 상하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호 협의가 되지 않는 경우라면 불화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팀장 입장에서는 하나를 딱 지시하면 나머지는 알아서 해주기를 바라는 경우가 많았죠.
같은 아파트에 살지만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르다는 걸, 업무지시는 명확하고 또렷하게 의사를 표현해야한다는 걸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인간 본성이 잘 드러나 있는 책이라 글쓰기에 도움도 되고, 잠실동이 아파트가 머리속에 그려지니 재미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