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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해 글을 쓰는가? (feat.원고투고 답변)

거인의 생각법 176 - 벽에 부딪혔을 때 비유 바꾸기

by 와이작가 이윤정
선생님. 안녕하세요. 원고 잘 읽어보았습니다.
엄청 공들여 쓰셨다는 생각이 읽는 순간 확 드네요.
일단 몇 가지 의견을 드리겠습니다.


세 번째 책에 대해 원고투고 후 출간계약이라는 벽에 부딪혀 있습니다. 왜냐하면, 1차 투고 당시에 기존에 출간했던 출판사를 제외하고 다른 출판사에 투고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존에 계약한 출판사에 투고하면 바로 연락이 올 것 같았거든요.


협상이나 계약을 할 때는 항상 갑과 을이 존재합니다. 경쟁자가 없을 경우 계약이 좀 더 수월합니다. '갑'이 '을'을 대상으로 조건을 제시하면. 여러 군데에서 제안서를 제출합니다. 단 한 군데만 제안서를 제출한 경우에는 '갑'의 입장이 불리합니다 왜냐하면 '을'이라는 곳 한 군데밖에 없기 때문이죠. '을'이 수락하지 않으면 '갑'의 입장에서는 일을 계속 추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 '수의 계약'을 진행합니다. 한 번에 계약이 진행될 수도 있지만, 정부기관에서는 한 번 더 공고문을 냅니다. 그렇게 일정 기간이 지난 다음에 '을'이 되는 업체에서 제안서를 다시 제출하면 '을'이 되어 계약이 성사됩니다. 아무래도 '을'에게 유리한 입장으로 계약이 진행되죠.


이번에는 작가의 입장에서 출판사에 투고를 진행합니다. 출간계약이 성사되어 출판권 계약서 상에는 작가가 '갑', 출판사가 '을'의 입장이 됩니다. 하지만 투고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아무래도 출판사가 '갑' 작가는 '을'이 되는 기분이 들지요. 세 번째 쓰는 책은 기획에 공을 들였습니다. 세 번째 책이니만큼 좀 더 나은 글을 쓰고 싶었고, 머리를 쥐어짜면서 아이디어를 꺼냈습니다. 쓰면서 이건 좀 괜찮은 아이디어다 싶을 정도로 준비했습니다. 첫 번째, 두 번째 책보다는 더 많은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지 않을까 기대감을 솔직히 갖고 있었습니다. 첫 번째 책을 투고했을 당시에 받았던 출판사 거절메일보다는 이번에 투고한 원고에 대한 거절메일을 더 많이 받았습니다. 같은 거절메일이라도 회신에 담긴 글의 내용은 '글은 괜찮아 보인다'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지난번에 출간계약을 진행할 뻔하다가 계약을 중단시켰던 출판사에도 투고 메일을 보내봤습니다. 그 당시 계약을 진행하지 않아서 미안한 마음도 있었고, 이번 원고와 출판사의 철학과도 연결될 거라 예상했습니다.


오늘 회신받은 글에는 제가 투고한 원고의 주제가 더 이상 수요가 많지 않다는 생각을 전해주셨습니다. 워낙 많이 나왔고, 관련해서 유명한 해외서적이 많으니(과학적이고 임상적인) 제가 출간한 책 판매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 현실입니다.


대신 요즘에도 역시나 '재테크' 관련 책은 수요가 있다고 하고요. 돈 관련 책 말고는 도서관에 가서 빌려 보는 분이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에게 재테크 관련 에세이를 써보는 게 출판 가능성이나 판매면에서 더 유리할지 모르겠다고 의견을 보내주셨습니다. '부자' 키워드를 잡고 정리해 보라는 조언이었어요.


공들여 쓴 것 같다는 회신을 받았다는 점은 기분이 좋았지만, 역시나 제가 쓰고 싶은 글을 쓰면 팔리기 어렵다는 회신을 받게 되니 벽을 만난 기분입니다. 저는 돈 얘기보다 꾸준한 습관에 관해 쓰고 싶었는데 그게 출판시장에선 통하지 않나 봐요. 부자와 돈 얘기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내가 과연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고민해 보겠다고 답변을 보냈습니다. 그러자 대표님이 이렇게 생각하면 좀 더 쉽지 않을까라는 내용을 메일로 회신해 주셨습니다. 제가 정보를 직접 알려주는 게 아니라 '이렇게 실천했는데, 극복할 수 있었고, 도움이 됐고, 나름의 노하우가 만들어졌어. 그래서 나는 OO가 되었어. 내가 실천한 거 들어볼래? 들어보면 따라 하고 싶어 질 거야'라며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보라고요. 즉, 저의 경험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더 중요하다면서요.


실제, 가목차 정도 나오면 다시 한번 연락 달라는 메일로 의견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투고라는 벽을 만났을 때, 혼자 끙끙거리기보다는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면 더 좋은 기획아이디어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원고를 투고하면 출판사는 세 가지 정도의 반응이 나옵니다.

첫째, 읽었는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어떤 출판사는 100통 이상의 원고 투고 메일을 받았다는 글을 스레드에서 읽은 적이 있거든요.

둘째, 통보형 메일이 회신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면, 잘 받았으니 검토해 보고 다시 결과를 알려주겠다. 또는 회신이 없으면 잊어버려라. 눈 밝은 출판을 만나라. 이미 올해 출판계획이 끝났다. 출판사 방향에 맞지 않다.

셋째, 조언/첨언형 메일이 회신되기도 합니다. 잘 읽어봤다. 이렇게 고쳐보면 어떻겠느냐? 계약을 하고 싶으니 언제 연락이 가능하냐?


가제, 목차, 원고 한 두 편 보내서 계약하고 글을 쓰는 곳도 있지만, 제 경우는 책 원고를 다 채워서 투고를 진행합니다. 작가가 쓰고 싶은 글을 써서 투고를 진행했는데, 출판사는 독자가 읽고 싶어 할 원고를 찾습니다. 평범한 무명작가도 발 붙일 가능성이 있을까요? 독자를 돕기 위해 글을 씁니다. 글쓰기의 본질과 가치입니다. 작가가 쓰고 싶은 글을 써야 할까요? 독자가 읽고 싶은 글을 써야 할까요? 누구를 위해 글을 써야할지 고민해 볼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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