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생각법 175 - 스스로 희망을 찾아가기
여보, 난 희망이야. 무엇을 하든 잘 될 거라고 믿고 있거든. 모든 일이 내 가계획한대로 되는 건 아지만, 말이야. 어떤 선택이라도 결과에 상관없이 후회보다는 새로운 시작을 찾아보려고 해. 타인의 기준도 아니고, 오로지 우리 부부의 기준에 맞추면 되잖아. 어떤 목표라도 "난, 잘 될 거야!" 보이지 않는 확신만 가득 찼었지만 믿어줘서 늘 고마워.
우리가 살아온 13년 항상 밝았던 건 아니잖아. 가끔 내가 속상하게 만든 적도 많았을 텐데, 늘 참아주고, 견뎌줘서 늘 고마워. 말실수도 많았을 거고, 늘 이거 해봐라, 저거 해봐라 잔소리도 엄청 했고 말이지. T라서 당신의 감정을 잘 맞춰주지 못하고 이성적인 조언이나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했던 적이 더 많았던 것 같아.
책을 읽다 보니 당신이 더 좋아질 수 있는 방법들이 눈에 보였어. 그럴 때마다 캡처하거나 문장을 보내주었던 적도 많았던 것 같아.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건 지금의 당신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못했던 상황이었나 봐. 그런데, 내가 틀렸더라.
당신이 아파서 병원 응급실에 실려갔다가, 갑작스러운 수술을 하면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가 있었지. 간호 통합병동이라 내가 있을 수도 없어서 집에 와서 혼자 지냈거든. 집에 혼자 있으니까 참 무기력해지더라. 그제야 당신의 존재자체로서 감사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던 것 같아. 수술 끝나고 열이 떨어지지 않아서 퇴원도 못하고 몇 주 더 병원에서 보냈던 시간들. 평범한 일상을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
오늘 결혼기념일이잖아. 13년 차인지, 14년 차인지도 헷갈려하고, 결혼을 몇 년도에 했는지도 이젠 까먹을 때도 있었는데. 몇 주 전에 미슐랭 스타에서 별점을 받은 식당에서 이벤트가 있어서 신청을 했었어. 특별 이벤트에 꼭 당첨이 될 것 같았는데, 안 됐더라. 결혼기념일 이벤트를 운에 맡기다니. 특별한 이벤트가 없이 그냥 지나갈 뻔했네. 주말 동안 친정식구들과 여행 다녀와도 아무 말하지 않고. 오늘은 새벽부터 병원예약 때문에 나갔다가 저녁에 책 쓰기 수업준비해야 하니까 시간 없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집에서 대충 밥 때워야겠다 생각했거든. 기념일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는데. 안 와도 괜찮았는데. 비가 왔는데도 나 생각해서 나와주고, 육개장, 순두부 같이 나눠 먹고, 집 앞에 상가에 가서 커피 마시며, 특별한 시간 만들어줘서 고마워.
퇴사하고 함께 하기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느라 정신없이 보냈나 봐. 바깥세상 더 많이 구경하러 다니자. 기념으로 편지 써주려고 했더니, 종이에 쓰지 말고, 브런치에 써두라고 해서 여기에 남겨뒀어. 언제 읽을진 모르겠지만! 보이지 않는 미래를 확신할 순 없어도 "우린 잘 될 거야!" 왜냐하면, 내가 잘 될 거니까. 기다려 보라고^^.
내년에 또 이럴지 모르지만! 13년 간 옆에서 살아줘서 고마워. 모두 당신 덕분이야. 존재만으로도 감사해!
나의 희망, 함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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