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고기와 크루즈 케이크

거인의 생각법 177 - 포기할 줄 모르는 삶

by 와이작가 이윤정

아들 며느리가 내려온다니 시부모님은 맛있는 것 사주고 싶으셨나 봐요. 지난번 왔을 때, 오리고기 사줄 걸 그랬다며 아쉬워하신 적이 있었어요. 이번에는 잊지 않으셨는지 내려오기 전부터 배우자에게 오리고기 얘기를 하십니다. 기차역에 도착하기 직전에 전화해서 기차역에 나오시라고 하면 어떠냐고 배우자에게 이야기합니다. 바로 식당으로 가기 적당한 시간이었거든요. 배우자는 부모님이 어떤 마음인지 모른다며 택시를 타고 일단 시댁에 도착했어요. 부모님이 뭐 먹을래 하면서 점심으로 먹을 고기는 저녁에 먹고, 팔공산에 오리 먹으러 갈래 물으십니다. 좋다고 했습니다. 어머님 차에 올라타고 팔공산 방향으로 갑니다. 조금 가다 보니 동대구역 앞을 지나 옆으로 돌아가는 길이더군요. 미리 전화해서 물어봤으면 시간과 택시비를 줄일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미리 포기하지 말고, 전화해서 서로 소통했었어야 했네요.


'화우정'이라는 식당에 도착했습니다. 1시 20분이 넘었습니다. 부모님은 지인분들과 한 달에 한 번 정도 여기서 식사를 하시는 데 네 분이서 2마리를 주문한다고 해요. 함께 오는 분들이 잘 드신다고. 그리고 마지막에 나오는 죽과 된장찌개랑 공깃밥을 주문해서 먹는데 맛있다고 몇 번이나 말씀하십니다. 가게 텃밭에서 키운 상추무침과 고추, 부추들로 상차림이 나옵니다. 고기가 익기 전에 상추와 무 장아찌, 양파, 열무김치, 다시마인지 미역인지 장아찌를 맛보니 새콤달콤합니다. 직접 기른 채소인지 상추도 연하고 술술 넘어갑니다. 한 젓가락 맛만 봐야지 했는데 고기 나오기 전에 상추 한 접시를 다 먹어버렸습니다. 오리 한 마리가 나옵니다. 넷이 먹기엔 양이 조금 모자랐죠. 어머님이 더 먹자며 한 마리를 추가했습니다.


메뉴판을 보니 1/2 반마리가 있었는데 그만 타이밍을 놓쳤네요. 이미 배가 불러왔거든요. 아들 며느리 많이 먹으라고 고기 구워주시면서 계속 더 먹어라, 얼른 먹어라, 이것도 먹어라 하면서 고기를 계속 저희 앞으로 밀어주십니다. 고기 굽느라 드시지도 못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두 번째 고기는 어머님 드시라고 집게를 달라고 해서 제가 잠시 구웠습니다. 고기가 남으면 포장하자 생각했는데, 어쩌다 보니 꾸역꾸역 다 먹게 되었습니다. 평소 저희 부부의 식사량에 두 세배는 먹은 느낌이 들정도로요. 된장찌개와 죽도 맛있다며 공깃밥 2개, 된장찌개 하나, 죽 2개를 주문합니다. 더 들어가지 못할 줄 알았는데 된장찌개 맛을 보니 밥도둑입니다. 죽도 한 숟가락 맛보니 마죽인지 콩죽인지 독특하게 담백하고 숟가락이 자꾸 갑니다. 아침을 굶고 왔습니다. 오늘 점심 한 끼로 하루를 가득 채운 기분입니다. 음식을 절제하지 못하고 계속 먹고 왔습니다. 부모님이 그래도 잘 먹으니 좋다 합니다. 그러면 됐습니다. 다이어트는 집에 가서 하기로 합니다.


위는 먹는 양에 따라 5배까지도 늘어난답니다. 다른 음식으로 종류가 바뀔 때 일시적으로 뇌가 위를 늘리게 만듭니다. 학술지 '위장학(Gastroenterology)'에 따르면 정상인 사람과 비만인의 위 크기는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먹고 싶으면 계속 늘어나는 거죠.


배우자가 저녁에 '크루즈 케이크'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느냐고 합니다. 톰 크루즈는 휴가 시즌이 되면 주변 동료 연예인들에게 코코넛 케이크를 보내기 시작했데요. 그 케이크가 정말 맛있어서 동료 연예인들이 토크쇼에 나가서 자랑을 했나 봐요. 나중에 톰 크루즈에게도 그 사실을 확인했더니 맞다고 합니다.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자신은 영화를 찍어야 하기 때문에 단 걸 먹지 않기로 했답니다. 대신 주변 사람들이 먹어 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크루즈 케이크를 보냈다고 해요.


배우자가 그 얘기를 하면서 자기는 절대 그렇게 못하겠는데, 톰 크루즈는 대단한 것 같다고 합니다. T 성향인 제가 또 분석해 봅니다. 톰 크루즈는 영화를 찍어야 하니 먹고 싶은 걸 참은 것이고, 당신은 목표가 없으니 음식에 대한 절제가 잘 안 되는 거 아닐까라고 말해줬습니다. 배우자가 이번엔 공감이 갔는지 그런가라고 대답하네요.

tom cruise cake.png https://www.goldbelly.com/restaurants/doans-bakery/white-chocolate-coconut-bundt-cake


미즈노 남보쿠의 <절제의 성공학>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건강한 음식을 먹고 절제할 줄 알면 몸도 가벼워지고, 정신도 맑아지며, 인상도 바뀌게 되어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목표가 있으면, 포기하지 않고 인내와 끈기를 기를 수 있습니다. 나는 보디 프로필을 찍겠다는 목표가 생기면 반짝 다이어트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세우면, 평생 인내와 끈기로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해 나갈 수 있습니다.


저녁을 굶으려다가 시댁에 왔으니 한 숟가락이라도 먹었습니다. 어머님이 해주신 음식이니까요. 작은 방에 가서 사이클을 20분 탑니다. 살아계신 어머니가 해주시는 음식은 먹을 수 있을 때 잘 먹는 게 효도가 아닐까요? 당장 살이 찌더라도, 금방 찐 살은 금방 빠진다고 합니다. 건강은 포기할 수 없는 식습관입니다. 끈기와 인내를 갖고 잘 유지해 나가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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