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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미리 정해 놓아야 합니다.

이윤정 라이팅코치의 글쓰기 수업

by 와이작가 이윤정

평소에 어떤 독자에게 도움을 줄 것인지 미리 정해 놓아야 합니다. 오늘, 너 진짜 독자야! - 389 {파이어 북 라이팅}


책쓰기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무료특강에 오는 사람들이나 책쓰기 정규과정에 계신 분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누구를 위해 책을 쓰고 있는지 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은 건 많은데, 막상 글을 쓸 때 이 사람, 저 사람 다 떠오른다는 이야기죠. 독자가 정해지지 않으면 글의 목적도, 방향도 모호해지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래서 무슨 책을 써야 할지 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 책도 다시 돌아 봅니다. 글에는 분명히 '진짜 독자'가 필요했습니다. 그저 모두에게 유용한 글을 쓰려고 했던 건 아니었나 반성도 하게 되죠. 다수를 위한 글쓰기보다 ‘오늘 너를 위한 글’이 훨씬 더 진정성 있고 공감할 수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어떤 글을 쓸 때 저는 먼저 그 글을 통해 힘을 얻을 사람을 조심스럽게 떠올려봅니다. 예를 들어, 막 입사한 사회 초년생 조카의 직장 생활 고군 분투하는 시간이 떠올라 조카에게 편지를 쓴다는 마음으로 글을 적어본 적이 있습니다. 제가 첫 직장에 다녔을 때가 생각났어요. 똑같은 회사는 아니지만, 저의 입사시절을 함께 나누며 진심으로 조카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쓰다 보니, 그 글에는 저도 모르게 진심이 담기더라고요. 나중에 조카도 그 글을 가끔 읽고 책을 읽어보겠다고 말할 때, 뿌듯함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아, 이게 진짜 글쓰기의 힘이구나 하고 느꼈던 순간이죠. 가끔 조카들이 제 블로그 글이나 인스타그램을 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잘 살아야겠다 생각이 들죠.


다른 기억이 하나 더 떠오르네요. <퓨처 셀프> 책을 읽고 현재의 삶을 후회하면 안 된다고 깨달음을 얻은 적이 있어요. 그 감정을 남편과 나누고 싶어서 책을 한 권 더 사서 전달해 주었습니다. 물론 읽지 않았죠. 결혼기념일에 편지를 쓰겠다고 하니 괜찮다며 블로그에 써두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블로그에 배우자에게 편지를 쓴 적 있었어요. 남편은 저보다 더 냉철한 사람이라, 그에게 존재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담았죠. 남편이 언제 그 글을 읽을지 모르겠습니다. “고마워”라고 말해 주면, 그 말 한마디에 제 마음이 따뜻해질 거예요. 글을 읽을 사람을 떠올리며 썼을 때, 그 글이 가진 힘이 이렇게도 크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독자를 정하는 방법, 이렇게 한 번 해보실래요?


첫째, 단 한 명의 특정 인물을 떠올립니다. 그 사람이 가족이든 친구이든, 또는 아직 만나지 못한 특정한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떠오르지 않는다면, 10년 전, 5년 전 나를 선정하면 됩니다. 그것도 부족하면 인형 하나 옆에 앉혀두고 글을 쓰세요. 나 혼자 산다에 나오는 그 인형 있죠? 그 사람의 표정, 걱정, 고민, 불안, 초조, 행복 등을 생각하면서 글을 씁니다.


둘째, 독자의 진짜 문제를 상상해 보세요.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을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는 겁니다. 잠에서 일어날 땐 어떤 기분일지, 출근 시간은 어떠할지, 점심시간에는 무엇을 할지, 오후에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저녁 시간에는 무엇을 하고 있을지. 그 상황마다 그(녀)의 고민이 있을 거예요. 그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면 글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잡힙니다.


셋째, 이야기할 때처럼 글을 써보세요. 대화를 나누듯이 그 사람에게 직접 이야기한다고 생각하며 글을 써보세요. 독자는 멀리 있는 사람이 아니라 바로 앞에서 듣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런 느낌으로 쓰면 훨씬 더 진솔한 글이 나옵니다.



'진짜 독자'를 마음에 담아두고 글을 쓰면요. 글이 달라집니다. 신기하죠. 꼭 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글감도 풍부하고, 스토리도 훨씬 깊어집니다. '오늘 너 진짜 독자야!'라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글이 결국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줄 거라고 믿어요.


Write, Share, Enjoy! Rep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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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책쓰기 정규과정, 등록 마감일 : 11월 5일 (화) 개강

� 신청 및 결재 : https://forms.gle/jxNgfDd9gFurimHB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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