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생각법 209 - 부자마음 8. 유쾌함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유쾌하다'라는 의미는 '즐겁고 상쾌하다'입니다. 이는 좋다, 기쁘다, 즐겁다, 흥겹다 같은 유의어로 사용됩니다. 신기하게도 제가 유쾌하면 주변 사람도 덩달아 유쾌해지고, 반대로 상대방이 유쾌하면 나도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오늘은 바로 그런 유쾌함을 느낀 하루였는데요.
알고리즘 덕분에 잠실에 사는 분의 스레드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잠실에 14년째 살고 있었고, 잠실동 인근 맛집 리스트와 그녀의 친구가 사는 반포 맛집까지 공유해 주셨더군요. 제가 가본 곳도 있고, 오늘 처음 알게 된 곳도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장어덮밥집이 눈에 들어왔는데요, 리뷰를 보니 가성비가 좋다는 평이 많아 마음이 끌렸습니다.
월요일은 저희 부부가 여유만만한 은퇴 생활 중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날입니다. '가족의 날'이거든요. 평일이라 사람이 주말보다 적고, 점심시간을 살짝 넘기면 맛집도 대기 없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오전에 블로그에 서점 산책 다녀온 글을 올리고, 오후 1시가 넘어 외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배우자에게 “어디 가고 싶어?”라고 물었더니, 늘 그렇듯 “마음대로 해”라고 하더군요. 먹고 싶은 게 없냐고 다시 물었더니 이번에도 “없어”라고 대답해서, 제가 눈여겨본 장어덮밥집으로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식당에 도착해 보니 손님은 두 테이블 정도만 있었고 나머지는 비어 있었습니다. 메뉴는 대(17,000원)와 소(10,000원) 두 종류가 있었는데, 하나씩 주문했어요. 장어덮밥은 샐러드까지 포함되어 있었고, 맛도 꽤 괜찮았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배우자에게 어땠냐고 물었더니, “가격이 15,000원이면 더 좋았겠어”라며 비싸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배우자는 퇴사할 때 점심 값으로 한 끼 5천 원으로 예상해 둔 상태였기 때문이죠. 저는 “두 그릇 시켜서 나한테 몇 조각 줬으니까 15,000원어치 먹었다고 생각해”라고 유쾌하게 말했더니, 알겠다고 합니다. 종종 방문하는 장어덮밥집에 비하면 가격이 저렴했고, 비리지 않고 맛도 괜찮았습니다. 이 정도 가격에 이 맛을 낼 곳은 드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점심 후 카페를 찾다가 예전에 가본 하남의 커피 로스터리를 떠올렸습니다. 드라이브 겸 37분 거리를 달려 도착한 그곳은 주변에 밭이 펼쳐진 2층 카페였습니다. 기본 메뉴가 없어 생소한 곳인데요. 직원의 추천으로 쥬시 롱블랙과 아인슈페너와 비슷한 메뉴를 주문하고, 티라미수 파운드케이크까지 곁들였습니다. 두 테이블에 사람이 있었고 다 비어있었습니다. 마침 한 팀도 이제 자리를 비우셔서 여유가 느껴졌습니다.
12월에 대만으로 한 번 가보자고 이야기한 상태라 티켓을 찾아봤습니다. 2박 3일을 갈지 3박 4일을 갈지 고민을 했는데요. 이번에는 정말 가볍게 가보자고 합의를 했습니다. 그래서 짧게 2박 3일 코스를 알아보다가 구글 맵을 열어봤어요. 이전에 대만에 다녀올 때 지도에 즐겨찾기 해둔 곳들이었습니다. 언제 다녀왔는지 배우자에게 기억하냐고 물어봤습니다. 배우자는 핸드폰을 열어 스토리를 찾아보더니 사진 하나를 보여줍니다.
“이 사진 좀 봐. 프랑스 갔을 때 둘 다 풋풋하네” 배우자가 보여준 사진 속 우리의 모습에 유쾌해집니다. 여행 중 티격태격했던 일도 생각났지만, 시간이 지나니 모두 좋은 추억으로 남네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저녁 메뉴로 순댓국을 포장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배우자가 불쑥 “얼큰한 육개장 생각나지 않아?”라고 묻더군요. 평소 제가 좋아하는 음식을 툭툭 내뱉으며 뽐뿌를 하는 배우자의 마음이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서로가 좋아하는 것을 기억하고 챙겨주는 작은 배려가 삶을 유쾌하게 만든다는 걸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육개장 사던 곳이 더 이상 팔지 않아 몇 군데 돌다가 그냥오긴 했어도 말이죠.
상대방을 유쾌하게 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습니다.
첫째, 상대방의 기분에 공감하고 칭찬을 하는 일입니다. "오~ 대단한데!" "어떻게 알았어?" 같은 칭찬은 상대방의 자존감을 높이고 대화를 더 긍정적으로 바꾸거든요.
둘째, 진심을 담은 질문으로 대화에 집중하는 일입니다. "정말?" "어땠어?"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해야 질문할 걸 잘 포착할 수 있습니다.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만 있어도 호감을 느낍니다.
셋째, 미덕의 언어와 밝은 표정을 짓습니다. "고마워!" "좋아!" 긍정 에너지가 바이러스가 되어 전염되어 유쾌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그저 좋아하는 걸 물어보는 한 마디만으로도 상대방을 즐겁고 상쾌한 기분이 들게 할 수 있습니다. 돈이 들지 않는 질문 하나가 유쾌함을 만들어준다면, 시도해 볼 만하지 않을까요? 당신은 언제 유쾌해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