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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야 Jan 15. 2020

꽃 파는 처녀

피바다 악극단의 대표작 

북경에서 북한 피바다 예술단의 [꽃파는 처녀]를 본적이 있었다.

 (섬뜩하지 않은가? 아름다움을 전하는 예술단체의 이름이 피바다 라니..중국에선

 직역해서 血海가극단 이라고 한다.)


제목 ; [꽃 파는 처녀] 

시대 배경 : 1920 -30년대 일제 시대 농촌 

등장인물 

 주인공 ; 꽃분이 

 순희(동생) 

 모친 

 오빠 철룡(김일성의 분신이라고 보면 됨.) 

 악덕 지주 및 그 마누라 

 지주 밑에서 빌붙어 사는 앞쟁이. 

 한약방 주인, 경찰, 무당 , 동네 사람 다수 등 

 일제시대 악덕 지주 밑에서 소작농을 하던 꽃분이 아버지는 일찍 죽었다. 

 가족끼리 어렵게 어렵게 살아서 지주의 빚을 다 갚고 이제 머슴살이를 끝낼 때쯤 

 지주는 좁쌀 두말에 대한 이제까지의 이자를 내놓으라고 하면서 

 다시 꽃분이 어머니에게 종살이를 시킨다. 

 끝없이 갚아도 갚아도 이자는 줄지 않고 계속 종살이를 할 수밖에 없는 

 암담한 현실이 계속된다.(요새로 치면 사채 이자에 말린 거다.) 

지주는 몸 보양을 위해 마당에서 산삼을 달이려고 약탕을 끓이는데 

 막내 순희가 실수로 이를 깨뜨린다. 

이에 화가 난 지주가 약탕관을 발로 차는데 이게 순희의 눈에 들어가고 

 결국 순희는 눈이 멀게 된다. 

 (구절구절 노래로 전달하는데 그야말로 관중은 눈물이 줄줄 흐른다. 초반에는 거의 신파다.) 

혈기 왕성한 오빠는 지주에게 대들고 지주를 패다가 일본 순사에게 잡혀서 

 감방에 가게 된다.  


그 후 어머니는 병이 들었지만 약도 못쓰고 계속 종살이를 하게 되고 

 꽃분이는 눈먼 동생을 보살피면서 살아가는데 핍박의 연속이다. 

중간중간 오빠에 대한 그리움 , 삶의 고달픔에 대한 노래가 계속 나온다. 

특히 동생 순희에 대한 애정과 안타까움을 

 노래 [뜨거운 사랑이 너를 지키리]로 표현한다. 

꽃분이는 어머니의 약값을 구하기 위해 산에서 꽃을 따다가 시내 유흥가에 나가서 판다. 

알다시피 시내 유흥가가 어떤 데인가? 

온갖 시장 잡배들이 꽃 파는 꽃분이를 괴롭힌다. 

돈도 안 주고 뺏어가는 깡패, 꽃을 던져 버리는 술집 주인 등... 

그러나 ...아다시피 그런 곳에서 꽃이 팔일 일이 없잖은가? 

밤에 되어도 꽃을 못 판 꽃분이는 옆에 있는 한약방에 들어가 

 어머니 병을 위해 돈 대신 꽃으로 약값을 내겠다고 한다. 

한약방 할아버지가 꽃분이에게 한마디 한다. 

 " 세상은 꽃만으로는 살 수 없어...."(멘트 죽이지 않는가? 세상은 꽃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이 할아버지가 노래를 한다 세상은 꽃만으로는 살 수 없다고.. 

 (혁명을 해야 살 수 있음을 암시한다.) 

극 구성에서 눈치챘듯이 맘씨 좋은 이 한약방 할아버지는 가여운 꽃분이에게 돈을 안 받고 약을 지어준다. 

빨리 어머니에게 드리라고 하면서.. 

그러나..... 약을 갖고 집으로 간 꽃분이의 효심도 뒤로 한채 

 어머니는 끝내 꽃분이를 못 보고 눈먼 순희를 뒤에 두고 죽는다. 


이때부터 

 꽃분이는 지주 놈의 악랄성과 착취 사회 모순을 점차 깨달으면서 원한과 증오가 쌓이게 된다. 

꼭지가 돌아버린 꽃분이는 지주에게 대들고, 

열 받은 지주는 아직도 빚이 있다고 하면서 지주네 앞잡이를 시켜 꽃분이를 팔아 치운다. 

꽃분이는 불쌍한 순희를 동네 아주머니에게 잘 부탁한다고 하면서 감옥에 있는 

 오빠 철룡이를 찾아 700리를 떠난다. 

중간에 꿈을 꾸는데 꿈속에선 온갖 선녀들이 나와 춤을 추면서 

 밝은 미래를 보여준다.(더욱더 혁명을 해서 핍박된 민중을 구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렇게 어렵게 어렵게 오빠가 있다는 감옥에 가서 면회를 신청하지만 

 간수는 오빠는 이미 죽었다고 얘기한다. 

 (실제 오빠 철룡이는 감옥에서 탈영하여 산속으로 도망간 상태다.) 

이 말을 들은 꽃분이는 절망하고 괴로워하면서 결국은 쓰러지고 만다. 

그 후 여관에서도 쫓겨나고 아픈 몸을 간신히 가누며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이때 중간 휴식 시간이다. 이른바 인터 밋션 15분... 

 (재미없는 오페라 그것도 고음의 혁명 노래를 계속 듣던 동네 아줌마들은 

 휴식 시간 후에 다시 자리에 안 들어오고 휴게실에서 커피와 수다로 후반전을 포기했니라.. 

아니 혁명을 하자는데 커피 마시면서 수다질? 그렇게 당성이 약하고 사상 무장이 안돼서야 어찌 

 혁명을 한단 말인가....) 

다시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한편, 

지주집에서는 지주 마누라가 병에 걸렸다. 온갖 약에도 효험이 없어 

 결국은 무당을 불러 굿을 하는데 

 그 무당이 집에 눈먼 애가 있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이에 지주는 눈먼 순희를 산에 버리기로 하고 산에 버리고 온다. 

집으로 돌아온 꽃분이는 마지막 희망이었던 순희마저 잃게 되어 인간다운 모든 것을 

 깡그리 빼앗기게 된 기막힌 상황에 맞닥들어져 꽃분이의 가슴속에 있던 

 원한과 증오는 드디어 폭발하여 항거로 변한다. 

꽃분이는 결연히 지주 놈의 앞에 나타나 분노의 불벼락을 안긴다. 

산속에 버려진 순희는 구사일생으로 빨치산 일당에게 구해진다. 

빨치산 일행은 순희를 대장에게 데리고 간다 

 대장은 어찌 눈먼 어린아이가 산속에 있냐고 묻고는 

 결국 그 눈먼 아니가 자기 동생 순희라는 것을 알게 되고는 피가 거꾸로 솟는다. 

오누이가 부둥켜안고는 재회의 기쁨과 지주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다. 

결국 꽃분이가 마을 사람들과 함께 지주를 타도 하고 있을 때 오빠 철룡이가 혁명군이 되어 

 마을에 나타나 수세에 몰렸던 마을 사람들을 구하고는 꽃분이와 재회한다. 

그런 후에 꽃분이와 혁명군 오빠 철룡이는 마을 사람들에게 

 큰소리로 외친다. 

혁명합시다. 

혁명합시다. 

혁명합시다.라고..... 

극이 종료된다. 

관중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넘어간다. 

기립박수와 커튼콜에 출연진 전원이 다시 무대 인사한다. 


주로 모택동과 문화 대혁명을 거친 4-50대의 중년들은 과거가 생각나서인지 

 과거를 회상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10년 전에 본 것과 다르지 않다. 

어찌 보면 1970년대 만든 것과도 다르지 않을게다. 

30년 동안 각색 한번 없이 우려먹는 것도 한계다. 

세월이 바뀌었으면 노래나 춤을 각색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 

그게 포인트 인지  아니면 북한 가극단의 한계인지는 모르겠다만.... 

극을 다 보고 나오면서 주위를 보니 중국 관중들은 같은 일제 시대를 어렵게 넘겼고 혁명을 해서 

 현재의 중국을 이루었다는 자긍심이었는지 뿌듯한 감정이 충만된 사람들로 보였다. 

1970년대에 극으로 영화로 본 [꽃 파는 처녀]를 

이제는 향수로 느긋하게 감상하고 나오는 것 같았다. 

현재의 북한은 

 혁명합시다 

 혁명합시다 라고 외칠게 아니라 식량 혁명을 해서 배고픈 민중을 

 해방시키는 게 더 급한 거 아닌가 싶어서 

 씁쓸했다. 

10년 전에는 나도 보고 나오면서 내용을 공감했다만 

 이번에 공감이 아니고 

 측은한 마음밖에 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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