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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자까야 Jan 19. 2020

울릉도(2)

40년 만에 다시 찾은 울릉도

당시 울릉도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었다.

오징어 잡이 어선이 울릉도 섬 전체를 먹여 살리던 시절이다.

척박한 섬은 깎아지른 절벽이요, 배를 댈만한 부두도 없다.

다닐수 있는 길도 없다.

그래서 당시 울릉도를 3無의 섬이라 했다.

그중에 하나가 바퀴였다.

당시에는 바퀴 달린 물건은 리어카도 없었다. 지금도 울릉도에는 자전거가 없다.

워낙 가파르다 보니 자전거를 탈 수가 없다.

섬을 구경하고 성인봉에 오르려면 오로지 걷는 방법 외엔 없다.

바위벽마다 흰 페인트로 구호를 써놓았다.

"파도를 막자! 길을 뚫자!"

당시 공사를 시작했던 섬 일주 도로는 50여 년이 지나서야 대림산업에 의해 겨우 완공되었다.


우리 넷은 그저 젊음 하나로 온 섬을 여행했다.

이리저리...가볼수 있는 곳은 다 다녔다.

그래보니 바위,나무,풀 바다가 전부 다.

박정희가 국가 혁명위원회 의장 시절 김재규를 데리고 섬에 왔다 갔다는 기록이 있고,

그게 당시 그 섬에 온 최고위 인사였는지라

당시 섬의 중요 포인트에 흡사 진흥왕 순수비 마냥 박정희 육군대장이 다녀갔다는

비석이 세워져 있다.

그 비석 앞에서 당시 같이 간 멤버끼리 단체 사진도 찍었는데

세월 탓인가 그 사진은 지금 나에게 없다.

대신 이번에 찍은 [육군대장 박정희 장군 순찰 기념비]를 올린다.

이번에 과거의 추억이 떠올라 일부러 그 비석을 물어물어 찾아갔다. 저동항에 있는데

과거에는 길가에 눈높이로 되어있던 것이 이번에는 높은 곳으로 옮기고

단장을 많이 해서 알아보기가 쉬워졌다.

리어카 한대 없던 울릉도는 40년 지난 지금은

각종 차량, 렌터카, 관광버스, 자가용 등등 3000여 대 가 있다고 한다.

한진 렌터카, 무슨 렌터카 등등 렌터카 회사만 200군데 있단다.

넓은 곳이라야 왕복 2차선, 어떤 곳은 일방 도로.... 섬 전체에 최대 속도가 40Km인데

이런 이곳에도 Audi가 있다니 그저 희한할 따름이다...

그 아우디 타고 다니는 아저씨는 울릉도에서 무슨 가오다시 하려고 샀는지는 모르겠으나

최대 속력 40Km 도로에 웬 아우디냐...

일주도로 자체가 1차선인 곳이 많다. 터널은 1차선이라 신호로 한쪽만 가도록 되어있다.

흡사 서울의 도로공사 할때처럼 한쪽 차량이 다 가고 난후에 신호가 바뀌면 반대편 차량이

통행하는 시스템이다.


요새와 달리 그 당시에 뭐 쓸만한 아웃도어 용품이 있었나? 등산화를 제대로 갖췄나?

그저 맨몸에 시원찮은 운동화 차림으로 섬의 최고봉인 성인봉까지 온갖 원시림을 뚫고 개고생 해가면서

올라갔었다.

이번에는 눈도 많이 와서 접근도 힘들었고 , 이번 목적이 성인봉 등산이 아니었고

장비도 시원찮아서 올라갈 수도 없었다.

당시의 섬 인구는 35,000명이었는데 40년이 지난 지금은 10,000명 수준이다.

오징어도 그때처럼 많이 잡히지도 않고

오징어 배를 탈 어부도 없다.

오징어가 없어서 어부가 없어진 건지 어부가 없다 보니

오징어를 못 잡는지 헷갈린다만 아무튼 섬 인구는 계속 줄고 있고

이제는 관광과 인근의 독도 팔이로 먹고 산다.

그때 성인봉을 올라갔다 와서는 다음날인가? 다 다음 날인가 섬 일주 배를 탔다.

길이 없으니 섬을 구경하는 방법은 밖에서 배를 타고 일주하면서 섬을 보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지금도 섬 일주 유람선은 있는데 겨울이라 운행을 안 한다.

독도 가는 배도, 강릉-울릉, 묵호-울릉 가는 배도 모두 안 한다.

섬사람들도 많은 이들이 장사 등의 영업을 안 하고 포항, 대구 등 육지에 나가서 겨울을 보낸다.

겨울에는 관광객이 없다 보니 수지가 안 맞는 거라..

겨울철 특히 음력 설 전 후에 울릉도에 관광하러 들어가면 쫄쫄 굶을 수밖에 없다.

내 친구는 내가 워낙 울릉도 자랑과 칭찬을 해서인지 작년 설에 울릉도 갔다가

컵라면만 먹고 왔다고 하면서 울릉도 사람 갈곳 못된다고 하면서 안티 울릉도 멤버가

되었다.


섬 일주 배 역시 당시에 만만찮은 가격으로 기억이 된다만 그것마저 아낄 수는 없고,

타기로 했다. 마침 숙명여대생 두어 명도 배를 탄다고 하길래 같이 타서 섬 일주를 했던

기억이 남는다.

그 배 역시 정식 관광 유람선이 아니고 그저 통통배 수준의 어선이었다.

오징어 잡는 것 보다는 손님 태우고 섬 한바퀴 도는게 더 실익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당시 울릉도 최대 번화가인 도동항에는 변변한 집도 없었다. 다들 어려웠던 시절에

오징어 잡아서 먹고살던 시절에 집인들 제대로 되어있을 리 없다.

이번에 보니 아파트까지 있다.

휴먼시아 브랜드의 아파트까지..(울릉도의 타워팰리스인 듯..)

아무튼 이리저리 울릉도 구경을 마치고 빠듯한 예산에 대충 먹고 자고 술 한잔 하고

그저 울릉-포항 가는 배 다시 타고 포항에서 완행 기차 타고 서울 가면 될만한 돈만 남았다.

내일이면 포항 간다...

민박집 아주머니에게 비용도 다 지불하고, 우리 내일 섬 떠나요..

그동안 고마웠어요..

물론 나의 장발은 그대로다. 깎고 싶지도 않았겠다만 깎을 돈도 없고 이발소도 못 찾았니라...

섬 나갈 때 그 경찰의 눈을 어떻게 피할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울릉도의 3無 중의 하나는 도둑이다.

섬에 도둑이 없다. 이번에 묵은 민박집의 렌터카 주인은 차에 키를 늘 꽂아놓고 다닌다.

아무 문제없단다.

그도 그럴 것이 도동, 저동항만 지키고 있으면 도둑이 도망갈 데도 없다.

숨어 지낼 만한 곳도 별로 없다.

내일이면 섬을 떠난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 게다.

섬이다 보니 기상이 안 좋으면 배가 안 떠나는 거다.

빠듯한 경비로 온 우리에게 날벼락이 떨어진 게다.

풍랑이 세져서 배가... 우리를 포항으로 데려다 줄 유일한 배가

안 간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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