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기록

by 제인

며칠 몸이 안좋았다. 그래도 딱히 반응하지 않은 채 내 할일을 묵묵히 해내가고 있었다.끊임없이 말해주는 몸의 신호들을 무시해서일까. 어제 오후에는 머리가 어지럽다 못해 구역질이 나더니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움직이다 멈추면 내 몸이 핑하고 돌 것 같았고, 숨이 가쁘고 답답했다. 저혈압때문인가 생각하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몸의 신호를 무시하고 나의 할 일들을 해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다리에 추라도 달아놓은 것 같이 몸이 천근 만근이었고, 입맛은 없지만 한끼라도 먹자 하고 먹었던 밥이 소화가 되지 않았고, 아이들의 놀아달라는 말에도 불구하고 나는 접어놓은 이불에 머리를 기대어 잠이 들었다. 그리고 어지러움과 답답함은 가지 않았다. 결국 오늘 아르바이트를 쉬고 병원을 다녀왔다. 나의 증상을 들어보신 원장님은 "올해 3월에도 오셔서 비슷한 증상을 이야기하셨다. 그런데 가슴답답함과 식은 땀 등이 나는 걸로 보아 아무래도 스트레스성 공황장애가 온 것 같아요." 라고 하셨다. 원장님의 이야기를 든는 순간에도 나의 이야기가 아닌 듯 대수롭지 않게 듣고 있다가, 어느 순간은 머리가 멍해져서 무슨이야기를 했는지 잠깐 기억이 안나다가 결론은 공황장애가 와서 일주일동안 처방해 드리는 약 잘 먹으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며 나오는 문 앞에서 정신이 들었다. 어이가 없었다. 내가 왜. 나는 딱히 내가 지금 힘들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나한테 왜 공황장애가 생긴거지? 진료비 결제를 기다리는 동안에 머릿속에서는 하얀구름만 둥둥 떠다녔다. 아무생각이 들지 않았다. 차로 돌아와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무렇지 않게 통화하려고 했던 내 계획을 엄마목소리가 무참히 깨뜨려버렸다. 나는 엄마 목소리를 듣자 마자 말없이 계속 울기만했다. 엄마가 너무 보고싶었고, 뭐가 잘 못 된건지, 내가 뭘 잘 못한건지 모르겠다고, 뭔지 모르겠지만 억울하다며 울어댔다. 엄마는 듣고만 있었다.엄마는 "아가, 괜찮아. 엄마가 아빠랑 이야기해보고 갈께. 커피만 먹지말고 귀찮으니가 밥은 밖에서 사먹어."라며 정말 괜찮다는 듯 말했지만 목소리에는 걱정이 담겨 있었다. 엄마눈에는 30대의 아줌마가 아직도 아기로 보이나보다. 엄마와의 통화를 끊고 멍하니 앉아있다 뭐부터 해야할까, 뭘해야 이렇게 둥둥떠있는 마음을 달랠 수 있을까 하다 이대로 집에가면 더 늪으로 빠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차를 몰로 무작정 바다를 보러 달렸다. 나의 불안과 걱정과는 다르게 바다가 너무 눈부시고 찬란해서 나를 더 속상하게 만들었지만 또 나를 차분하게 만들어주었다.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카페에 들어가 창 밖만 처다본다. 뭐부터 해야할까. 뭐부터 해야할지 모르겠다. 나는 열심히 산다고 살았고, 아이들을 바르고 올곧게 키운다고 노력했고, 잡생각에 빠지기 싫어 아르바이트도 했다. 삶의 힘듦은 어느 구간에나 있고, 삶의 틈틈이 언제든지 나타날 준비를 하고 있다.힘든 시기또한 지나갈 것이라 생각하고 나름 굳건히 살았는데 힘듦이 지나가는게 아니고 내안에 차곡히 쌓이고 있었다보다. 힘듦을 다스리는 법을 몰라 꾹 참고 버텨내왔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뭐부터 해볼까. 우선 내가 나를 안아줄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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