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_① 'Tech Show', 세상을 바꾼다
기술 전시회와 Tech Show
EP8.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
"고생했다"
자리에 앉아 멍하니 활주로를 바라보던 내게 마케팅팀 최 팀장님이 말했다.
"아닙니다. 마케팅팀에서 더 고생 많으셨죠"
CES 담당자들이 라스베이거스 공항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기다리며 인사를 나눴다. 올해도 무사히 CES가 마무리되었다. 경영층들도 만족하셨고, 미디어 보도도 질적으로 양적으로 좋은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예전 같지는 않았다. 세계 최대의 기술 전시회였지만, 전시나 관람객 규모 면에서 코로나19 이전과는 다르다는 평가였다. 조금씩 다시 코로나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과거의 화려한 쇼로의 복귀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았다.
"내년에도 많이 도와줘야 해" 최 팀장이 웃으며 부탁했다. "저도 그러고 싶죠. 근데 모르겠습니다. 제가 내년에도 여기 올 수 있을지, 하하하"
사실 살짝 자신이 없었다. 올해도 모든 것을 담아서 전시물도 만들고, 발표 메시지도 만들었는데.
그 이상으로 어찌 준비를 해야 하는지. 걱정되고 두렵기도 했다. '내년에는 또 어떤 기술로 CES를 채워야 할지..'아직 1년이나 남았지만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면서 많은 생각이 이어졌다.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해야 했다. 모두의 기대에 맞춰 깜짝 놀랄만한 우리만의 Tech Show를 만드는 것. 지금부터 그 시작이다.
Tip 1. 'Show'에 대한 새로운 생각이 필요하다
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면서 지난 '19년에는 대규모 글로벌 전시 행사들의 줄줄이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이어졌다. CES, MWC, IAA 등 굵직한 행사들이 모두 취소되었고, '20년 글로벌 전시회는 대부분 비대면이나 가상 전시 등으로 그 모습을 바꿔나갔다. 보통 대규모 행사는 권역별로 기업의 이미지 제고와 판매 향상을 위해 미국이나 유럽 주요 도시에서 진행이 된다. 글로벌 사업을 하는 큰 기업이라면 각 지역의 특성과 기업 전략에 기반하여 발표도 하고 전시도 진행한다. 지금까지는 당연히 참여해야 하는 행사였고, 불참은 생각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대기업에서도 모터쇼나 CES에 참가하려면 부스와 설치비에만 수 십억 원이 들고, 전시물과 콘텐츠를 만드는데 또 수십억 원의 비용이 든다. 적어도 100억 원, 또는 그 이상의 비용을 지불해야만 근사한 전시 부스를 운영하고 홍보할 수 있었다.
코로나19는 그 생각의 기준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그 효과에 대해서 다들 고민하기 시작했고, 화려한 모델들과 디자인 요소보다는 본질적인 기술과 제품에 대해서 보여주려는 시도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실 오프라인 전시가 아닌 온라인을 활용할 경우, 그 비용의 1/10이면 그 이상의 홍보 효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Tip 2. 'Vision day'를 만들어라.
적과의 동침은 끝났다. 경쟁사들이 한 곳에 모여 각자의 제품을 뽐내던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 미디어의 다양화와 영상 플랫폼의 확장으로 인해 기존의 글로벌 전시회의 홍보나 마케팅 효과는 예전만큼 크지 않다. 이제 주목받고 있는 것은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 구글이나 애플의 개발자 콘퍼런스 등 기업들의 독자적인 플랫폼이다. 명확히 자신들의 타깃 고객에 집중하고, 이들을 진정한 기업의 팬으로 만드는 과정, 바로 이것이 기업의 독자적인 'Vision Day'다.
비전 데이를 추진한다는 것은 자신들이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자신감이며, 비전과 표준을 선도하고 있는 'First Mover' 리더십의 표현이다. 비전 데이는 영상 송출이 가능한 Youtube나 페이스북, 위챗 등의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면
전 세계 어디서든 내용을 전파할 있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우리가 잘하는 글로벌 테크 기업들은 글로벌 전시회보다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플랫폼에서 기술을 홍보하고 비전을 공유한다.
Tip 3. 본질은 기술이다.
Tech Show은 말 그대로 기술 선도성을 제시하고 그것을 무엇인가를 만들어 보여주는 행사다. 세상을 바꿀 기술이나 제품이 필수 요소다. 차세대 제품 기술일 수도 있고, 혁신 설계, 또는 특별한 양산 기술일 수도 있다. 단순히 기술의 설명뿐만 아니라, 그 기술의 양산 가능성과 경제성, 그리고 향후 시장성까지를 보여주면 최선이다. 지금의 관점이 아닌, 미래 관점에서의 가능성과 회사의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콘텐츠만 준비되어 있다면 언제든 Tech Show가 가능하다. 다만 단기적인 성과나 행사결과만을 생각하거나, 또는 단순히 경영층 지시로 인해 Tech Show를 진행한다면 핵심이 없는 쇼로 머물 가능성이 높다. 기술이 준비되지 않은 Tech Show는 돈과 시간의 낭비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Tip 4. 슈퍼 스타는 누가 될 것인가?
기술과 더불어 행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발표자다. 발표자는 기업을 대표하는 동시에 쇼를 이끌어가는 프레젠테이션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최근 기업이 주최하는 Tech Show에서는 그 역할을 CEO가 맡는다. 하지만 CEO 혼자서 30분이 넘는 전체 스토리를 끌고 나가기는 쉽지 않다. 발표에 능숙하더라도 기술적 내용을 모두 파악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사전 연습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 또한 쉽지 않다.
현실적인 한계를 감안한다면 CEO 혼자 보다는 몇몇 사람이 역할을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CEO와 유명 외부 패널의 대담 형식으로 기술을 소재로 문제를 풀어간다거나, 전략이나 R&D 등 각각의 담당 중역들이 나눠서 발표를 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CEO는 행사의 도입과 마무리, 혹은 중간 메시지를 담당하며 행사를 이끌면 된다.
내부자뿐만 아니라, 외부 진행자를 활용하여 딱딱하지 않게 형식을 구성하는 것도 가능한 아이디어다. 이를 위해서는 경영층의 격에 맞고, 서로 호흡이 잘 맞는 유명인을 섭외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영층의 라이브 발표가 부담스럽다면 사전녹화와 현장 진행 등등 적절히 섞어서 활용하는 것이 괜찮다. 분명한 것은 발표자의 능력에 따라서 Tech Show의 흥행 여부가 달라진다는 점을 명심하고 적절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
Tip 5. 확장성을 고민하라.
Tech Show는 단순히 발표만으로 구성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에는 진정성과 신뢰성이 떨어진다. 발표한 내용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전시물도 함께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그 회사가 진짜 기술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고 미디어나 투자자, 그리고 일반 대중들까지 충분히 설득할 수 있는 메시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기술 전시회가 항상 Tech Show에는 포함이 된다.
이렇게 준비한 전시물들을 단순히 한 번의 발표로만 끝낸다면 너무나 비효율적이다.
콘텐츠 자체가 현재의 제품이 아닌 미래의 제품과 기술이기 때문에 메시지만 조금씩 업데이트한다면 지속적인 활용 가치가 존재한다. 때문에 Tech show 기획안을 준비할 때는 하나의 행사가 아닌 국내외 주요 전시회와의 연계를 비롯한 다양한 활용에 대해서도 검토를 해야 한다. 중장기적 관점으로 일관된 메시지로 힘 있게 밀어붙일 때, 대중들은 그 기업의 진심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