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_② 전쟁의 서막을 열다

Tech Show 기획의 노하우

by Wynn

EP 9. 부서 간의 핑퐁게임


"이번 전시회는 누가 주관이 될 겁니까?"

초반부터 긴장감이 가득했다. 경영층 지시로 갑작스럽게 소집된 회의. 마케팅과 홍보실, R&D 등 커뮤니케이션과 전시 관련된 팀들이 모였다. "애플이나 테슬라는 뛰어넘는 우리만의 Tech Show를 기획하라는 것이 경영층의 의지입니다" 경영전략팀장이 먼저 말을 꺼냈다.

"보여줄 기술은 있습니까?" 홍보실에서 물었다. "저희도 내부적으로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R&D에서는 기획과 전략팀장, 디자인 담당자가 참석했지만, 쉽게 답할 수는 없었다. 회사의 미래 기술 비전을 발표하는 중대한 행사. 그리고 당연히 CEO가 참석할 것이기에 리스크가 상당했다.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그냥 맨땅에 헤딩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손을 드는 조직은 아무 곳도 없었다.


서로가 눈치만 보고 있을 때, "기술 중심의 행사니, 우선은 우리 연구소 쪽에서 콘텐츠를 고민해보고 마케팅, 홍보 부문이 참여해서 함께 고민해주시죠" 연구소 전략을 담당하고 있는 우리 팀장님이었다. '뭐지 우리 팀장님이 리스크를? 올해 중역을 달고 싶어 하시나' 또 불길한 예감이 서서히 다가온다. "저희가 주관이 되어, 전사적인 TF 조직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TF 조직까지... 그냥 '헐'이다. 그리고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우선은 PM 분과는 저희가 맡고 콘텐츠 분과, 전시물 분과, 그리고 전시 운영 분과 등으로 나눠 보겠습니다. " 총괄 PM까지 되시겠다는 팀장님. 마음속 깊숙이 '안돼! 더 이상은 안돼!' 이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팀장님의 희생정신으로 긴장감 가득했던 회의는 평화롭게(?) 정리되었다.

이제부터 몇 달간 긴장감 넘치는 프로젝트가 시작될 듯하다.


Tip 1. 밀당을 즐겨라.


Tech Show는 종합 예술이다. 전사적인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며 각 부문의 이해관계까지 조정해야만 모두가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첫 단추가 킥오프 (kick off) 회의다. 보통 이 회의에는 기술은 담당하는 연구소 부문과 전시를 담당하는 마케팅 부문, 미디어 대응하는 홍보실은 물론, 정부나 국회, 투자자 등의 이해관계자 대응을 하는 조직 등이 참여한다. 하지만 서로가 담당하는 역할이 다르기에 당연히 이견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연구소에서는 기술만을 생각하고, 마케팅은 어려운 기술은 고객 커뮤니케이션 대상이 아니라고 말한다. 홍보실도 간접 부문으로 적극적인 개입을 두려워한다. 회의를 통해 기획 목적과 메시지에 대한 공감대를 찾으려고 고민하지만, 서로의 이해관계가 너무나 달라서 언제나 평형선을 걷는다.


하지만 밀고 당기는 과정이 없다면 서로의 이견도 확인할 수 없고, 결코 한 걸음도 나갈 수 없다.

이 과정에서 각자의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한다. 가능하면 전사적인 TF 조직을 만들고, 조직장으로 힘 있는 경영층을 모시는 것으로 의견을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힘들겠지만 누군가 PM이 되어 각 부문의 R&R를 정립하고 당근과 채찍을 통해 각자의 역할을 끌어나가야 한다. PM 역할은 주로 기술을 잘 알고 조율자 역할을 할 수 있는 R&D 기획 쪽이 맡는 것이 효과적이다.


Tip 2. 최고의 대행사를 찾아라


내부적인 조율을 마치면 본격적으로 행사 대행사를 찾아야 한다. 프레젠테이션과 전시 운영을 총괄할 수 있는 대행사 선정이 필요하다. 큰 그림은 회사 내부에서 기획과 의사 결정을 할 수 있으나 세부적인 행사 콘텐츠 제작과 전시 부스 디자인, 전반적인 운영 등은 대행사의 몫이다.

전체 예산에서 가장 많은 부문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대행사이기 때문에 대행사 선정은 신중하고 신중해야 한다.


선정 방법은 둘 중 하나다. 기존에 회사가 주로 사용하는 업체를 쓸 것이냐?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업체를 찾느냐는 것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그룹 내부의 인하우스 대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회사의 지침이나 신속한 대응이 빠를 수 있지만, 새로운 혁신적 시도는 쉽지 않다. 그룹사의 유사한 행사들이 대행사의 특정팀으로 몰리기에 창의적 행사 기획과 운영이 쉽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가격 또한 높게 책정이 된다.

다른 방법으로 새로운 업체를 선정할 수 있으나 업체 선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며, 기업 분위기를 파악하는데 상당 시간이 걸려서 실무자가 하나하나 조언을 해줘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대행사 선정 및 운영은 마케팅 부문에서 전문성이 높고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으니 그 부분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Tip 3. 윈윈 방정식을 고민해라.


선도적인 기술을 찾기 위해서는 연구소 내부의 협의와 협조가 필요하다. 연구개발 부문에서는 분명히 선도적인 기술이 무엇인지 인지하고 있다. 다만 그것이 공개되는 게 맞는지 비밀로 유지해야 하는지 결정을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 경우 최종 의사결정은 CTO(최고 기술경영자)에게 받아야 한다. 기술 로드맵을 기반으로 홍보할 기술 리스트를 정리한 후에 CTO의 결재를 받고 Tech Show 활용 유무를 결정하면 된다. 보고 과정에서 Tech Show가 R&D에게 줄 수 있는 기대효과에 대해서 명확히 설명해야 하며, 획실히 지원해야 하는 명분이 무엇인지 설득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대다수 R&D 경영층들은 보수적인 성향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주요 기술에 대한 제공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오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윈윈 할 수 있는 방정식을 찾아야 한다. 기술 부문 경영층의 고민을 풀어주면서 그 기술을 빛나게 하는 법을 찾아야 한다. 부문에서 풀지 못하고 있는 예산을 풀어준다던지, CEO 보고를 대신하여 진행해 준다던지. 죽었던 프로젝트를 Tech Show를 통해 가능하게 만들어준다던지. 서로가 이익을 줄 수 있는 명분을 찾아 설득하는 것이 좋다. 이런 명분만 적절히 활용한다면 아무도 모르게 숨겨져 있던 'WOW' 기술을 누군가가 우리에게 선물해 줄 수도 있다.


Tip 4. 재경본부는 만만치 않다


기본적인 기술 콘텐츠와 실행 조직, 대행사 선정이 완료된다면, 이제는 대략적인 예산 가이드라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한 제작 범위와 대행사를 통한 업체 종합 견적 등을 확인해야 한다. 그 이후에 필요한 것은 설득의 시간이다. 관련부서들과의 협의가 필요한데, 중요한 것은 재경본부와의 협의다. 대부분의 Tech show는 갑작스럽게 추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전에 계획된 예산이 아닌, 기타 예산을 전용해야만 활용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예산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대략적인 예산 범위가 정해지면 우선 재경본부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가 않다.

목적이 불분명하다거나 추가적으로 세부적인 데이터를 요청하며 번거롭게 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금액이 너무 많다며 큰 폭으로 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을 예산을 받기 위해 당연히 필요한 과정이니 화가 나더라도 묵묵히 참고 견디며 지속적인 소통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설득 끝에 예산의 규모가 확정이 된다면 투자비가 될 것이냐? 경상비가 될 것이냐? 계정 확인부터 실제적으로 가용한 예산인지 확인이 필요하다. 회계적인 이슈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투자심의 위원회를 통과해야만 예산이 집행될 수 있다.

또한 대규모 행사의 경우, 하나의 회사가 아닌 여러 회사가 함께 참여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공동 비용 처리가 필요할 수 있으니 사전에 세무적인 검토도 진행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Tip 5. 기획서가 승패는 좌우된다.


Tech Show 기획서는 하루 밤샘 작업을 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내부 협의를 거쳐야 하고, R&D 내부의 홍보 가능한 기술도 찾고 의사결정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예산과 일정, 조직 안까지 확정해야 한다. 이런 것들이 가시화되면서 전시 기획서는 완성이 된다. 전시 기획서에는 대략적인 행사 개요와 기술 콘텐츠, 메시지 등이 포함된다. 그리고 전체 예산과 기간, TF 조직 등이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의 내부 협의는 필수다. 최종 보고를 위해 현업 부서와의 공감대 형성을 진행해야 한다. 기획서를 기반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구체화되는 전시 콘텐츠와 참가자, 그리고 부스 디자인 등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면 완벽한 기획서가 된다.


기획서의 작성은 PM이 주관하고 일부 분과에서 세부적인 콘텐츠를 추가하여 작성하면 된다. 초기 보고서의 완성도에 따라서 경영층의 의사결정과 예산 집행이 결정되는 만큼 TF 내부에서 심혈을 기울여 작성해야 한다. 일부는 대행사에게 작성을 시키는 경우가 있지만, 가능하다면 PM에서 주관해서 완성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경영층의 의지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고, 신속하게 계획 변경 등이 이루어질 수 있다. 제대로 된 기획을 위해서는 대행사에 대한 갑질은 절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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