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_③ 예술인가? 기술인가?
기술 전시물 기획과 제작
EP 10.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Tech Show를 위해 선발된 상근 TF 멤버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연구소와 홍보실, 마케팅 분야는 다양했다. 대부분이 경영층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본의 아니게(?) 선발된 각 부문의 전문가들이었다. 나 역시 그들처럼 팀장님의 강력한 권유로 인해 PM 역할을 맡아 TF 실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우리들의 첫 번째 미션은 행사에서 주목받을 만한 기술 전시물을 만든 것이었다. 우리가 가진 신기술을 활용하여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드는 일. 단순한 기술 구현뿐만 아니라, 디자인 완성도도 높아야 했다. 우선 디자인센터에 요청했던 특별한 보따리부터 풀게 했다. 비공개로 추진했던 몇몇 프로젝트들이 공개되었다. 물론 디자인 중역의 허락은 받은 것들이었다. 공개된 영상을 보며 일부 담당자들 입에서 "와우"라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상상하지 못했던 디자인의 제품이었다. "실제 구현하려면 여기에 우리의 신기술만 적용하면 되는군요? 설계 측 의견은 어떠세요??" 나는 설계 담당자에게 물었다. "디자인적으로 예쁘고, 구동 원리도 창의적이긴 한데, 기술을 적용할 공간이 잘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쉽지 않은 도전은 분명하다. 그런 것이 가능했다면 분명히 제품화가 되었을 텐데, 아직까지 못했다는 것은 기술적 한계가 일부 있다는 것이었다. 디자인과 설계 부문에서 실제 제작 가능한지 검토 부탁했다.
"막상 구현이 가능한다고 해서 00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구현 가능한 전시품 제작을 할 만한 업체가 있을까요?" 마케팅 담당자가 물었다. 그렇다. 단순히 디자인하고 설계한다고 전시물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양산품이 아닌 이상 어딘가에서 시제품 개념으로 제작도 필요하다. "저희 연구소 부문에서 열심히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D-Day 까지는 몇 개월 남지 않았다. 빨리 서둘러야 한다. 이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Tip 1. 'WOW' 아니면 만들지 말아라
메인 발표가 행사의 주연이라면, 기술 전시물은 Tech Show의 숨은 조연들이다. 이 두 가지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어야만 성공적인 Tech Show가 될 수 있다. 단순히 기술 제품이나 부품만을 보여준다면 여느 전시회와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Tech Show는 그 이상의 무엇을 보여주어야 한다.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제품과 디자인, 세계 최고의 기술에 기반한 시제품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아니면 차세대 시스템 등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전시물을 보여줘야 한다. 가능하면 기술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실제 작동이 가능한 제품이면 더욱 좋을 것이다.
기획 단계에서는 글자 채우기에 집중하지 말고, 신문 1면을 채울만한 혁신적인 Wow 전시물을 고민해야 한다. 회사가 가진 모든 기술을 기반으로 무엇인가 만들어낼 수 있도록 기획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기술 전시물이 아닌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켜야만 한다. 이런 전시 목표가 명확해야만 경영층들도 행사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하고 예산을 비롯한 다양한 지원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Tip 2.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손을 잡아라.
기술 전시물은 연구소가 중심이 되어 진행한다. 전시물 제작을 위해서는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의 협력이 절실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협력은 쉽지가 않다. 디자이너 미적인 요소를 중시하고, 엔지니어는 실제적인 제작과 활용을 중시 여긴다. 사소한 것까지 의견 충돌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결론적으로 기술 전시물에서는 가급적 디자이너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좋다. 양산 제품이 아닌 전시물 목적으로 진행하기에 디자인적인 요소가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PM은 디자인과 설계 부문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가급적 의견 충돌 없이 빠르게 업무가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좋은 결과는 서로의 양보가 이어질 때 가능하다. 최선의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서로 손에 손잡고 협력해야 할 것이다.
Tip 3. 업체 찾아 삼만리
기술 전시물에 대한 설계와 디자인이 완성된다면, 가능한 한 빨리 제작업체를 찾아야 한다.
이제부터 시간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업체 선정 시에 보통은 1개 업체에 맡기지만,
시연 가능한 전시물 제작을 위해서는 제품 설계와 디자인 업체 모두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제품 설계 업체는 디자인 역량을 부족하지만 하드웨어적인 완성도를 높여 실제 구현 가능한 제품을 만들 수 있으며, 디자인업체들은 외부의 디자인과 재질을 심미적으로 표현하는데 강점을 가진다. 다만 2개 업체를 활용하게 되면 업체 관리를 위한 PM부분의 업무 로드가 늘어난다는 점은 인지해야 한다.
이런 점들을 검토하여 마감 시점까지 완성도를 높여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업체를 결정하면 된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전시품 제작뿐만 아니라, 운영과 보관 등도 지원해 주니, 그 후 전시 운영과 보관까지 고려하여 업체 선정을 하면 더욱 좋다.
우리나라 전시물 제작업체들은 상당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다. 다수의 모터쇼를 비롯하여 CES 등 기술전시회를 경험했으며 다른 나라에 비해 업무 처리 속도가 빠르고, 비용도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줘 있다. 이들 업체들은 이미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등 글로벌 기업들의 전시품 제작 등을 담당했기 때문에 중국이나 일본 등 인근 나라에서도 우리 전시품 제작업체들을 찾는 경우가 종종 있을 정도다.
Tip 4. 내부의 적들을 경계하라!
기술 전시물은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 몇 억에서 수십 억 원까지 비용이 들기도 한다. 실제 시제품과 비슷하지만 콘셉트 제품처럼 디자인적인 완성도를 높여야 하고, 대량 양산이 어려운 제품이기에 다수 작업이 손으로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도한 제작 비용 때문에, 또는 전시물 제작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생각 때문에 조직 내부에서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는 사람들이 항상 존재한다.
결재 과정에서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기도 하고, 예산 검토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을 끌거나 업체와의 협상 과정에서 금액을 조정하기도 한다. 이런 것이 반복되면 전시물의 수준이 떨어질 수도 있고 마감 시간을 맞추지 못할 수도 있다.
때문에 내부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도 중요하다.
전시물의 가치와 활용 범위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하고, 경영층의 의지까지 전달해야 한다.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대세에 따르기 때문에, 설득만 하면 큰 어려움 없이 업무 처리가 가능하다. 좋은 성과가 나오면 우선 그들에게 달려가서 "덕분에 잘 끝났습니다"라고 훈훈한 한 마디를 전하는 것도 좋다. 그럼 다음번에는 분명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Tip 5. 한 방에 OK는 없다!
전시품 제작 과정에는 많은 품평을 거치게 된다. 실무자에서 중간 관리자, 담당 중역, 그리고 최고 경영층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 한 번 통과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대부분 전시물 수정 지시가 내려오기 마련이다. 가급적이면 담당 중역에게 중간 과정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보고를 진행해야 한다. 그리고 최종 마무리 전에 중역 주관의 품평을 진행해야 한다. 결국에는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겠지만, 그런 과정에서 불필요한 비용 증가는 최소화해야 한다.
중역들의 성향을 분석하여 예산 기획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수정 반영분을 고려하여 예산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종적으로 내부 중역들이 만족했다고 하더라도 결코 끝난 것은 아니다. 비로소 그때부터 대중들에게 평가를 받는 시간이 시작되는 것이다. 실제 전시장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온다. 바로 그 사람들이 진정한 평가자들이다. 단지 품평만이 아닌 고객들을 위한 자세로 준비해야 한다는 것,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