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_④ 창조의 고통 속으로

Tech Show 콘텐츠 기획과 제작 노하우

by Wynn

EP 11. 우리들의 멘붕(?) 사건


지난 한 주 현장을 누비며 Tech Show에 발표할 기술과 전시물이 기획을 확정했다. 이제 콘텐츠 제작도 서둘러야 한다. 이른 아침 TF 멤버들을 볼러 모아서 콘텐츠 관련 긴급 협의를 진행했다. 우선은 행사 제목을 정해야 한다. 단순히 Tech Show라고 하자니 무엇인가 신선함이 부족했다. "우리도 테슬라처럼 00 Day 어때?"

내가 말을 꺼냈다. "뭔가 따라는 듯해서 별로인데" 모두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그냥 포럼이나 콘퍼런스로 무난하게 갈까 했지만, 윗분들에게 지적 받을 것이 당연해보였다. '비전 2030'이나 '00 브랜드 Show' 등 몇 시간 동안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모두가 만족할만한 답은 찾지 못했다. TF 인원 대부분이 연차가 있는 직원들이었기에 산뜻한 아이디어는 쉽게 나오지 않았던 것이었다.

우리는 결국 대행사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대행사에는 세계적인 네이밍 전문가가 있었기에 분명히 좋은 행사명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로 대행사에 SOS 요청을 했다. 며칠 후 대행사는 행사명과 로고, 그리고 슬로건까지 정리된 내용을 전달해 주었다. 확실히 전문가들은 달랐다.

그 이후에는 대행사와 함께 콘텐츠 회의를 진행했다. 큰 가이드라인은 우리 TF에서 잡고, 그것들을 구체화하는 것은 대행사가 맡았다.

다만 콘텐츠 회의를 진행할 때마다 다들 말수가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Tip 1. 선택하고 집중해라.


행사에 대한 예산은 한정적이다. 화려한 영상과 세련된 기술 커뮤니케이션 자료를 만들고 싶겠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특히 tech show 주요 영상은 실사보다는 그래픽과 특수효과를 활용해야 한다. 제작비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먼저 할 일은 콘텐츠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필요한 제작 영상과 길이를 정하고, 효과의 수준과 깊이도 결정해야 한다.


우선 경영층 발표시 활용 영상부터 검토해야 한다. 전체 내용을 포괄하는 것으로, 여기에는 대표적인 전시물이 소재가 되야 하며, 다양한 특수효과로 시선을 끌어야 한다. 주요 기술 전시물에 대한 영상들은 2~3개 정도만 만들면 충분하다. 추가적으로 서브 전시물들은 인포그래픽이나 전시물 촬영 영상, 담당자 인터뷰 등을 활용한 단순한 방식으로 영상을 만들면 충분하다.


Tip 2. 재료가 좋아야 근사한 요리가 나온다.


기본적으로 화려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시물의 설계나 디자인 데이터 확보가 필요하다. CAD나 CATIA 설계 데이터와 디자인에서 쓰는 CAS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 이것을 기반으로 3D 데이터로 재변환해야지만 영상 속에서 신기술이나 제품의 표현이 가능하다.

제품 내부를 표현하고 싶다면 부품에 대한 구체적인 설계 데이터도 필요하다. 데이터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어렵다면 모든 영상을 실사로 촬영해야 하는데, 제작 기간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얼마나 데이터를 빠르게 영상제작업체에 전달하냐에 따라서 영상을 비롯한 콘텐츠의 수준은 달라진다.


여기에서 또 고민해야 할 것이 기술 보안이다. 새로운 제품과 기술이기에 정보 전달 시 보안에 유의해야 한다. 제작업체 담당자들의 서약서를 확보해야 하며, 중간 과정에서 외부로 노출되지 않도록 보안 프로세스를 철저히 지켜야 한다.

자료 전달은 보안부서와의 협의를 거치돼,

PM이나 실무 담당자가 주관이 되어 대행사나 제작사에 직접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Tip 3. 무임승차는 안된다.


"저는 기술을 잘 몰라서 할 수 없습니다" 내부에서 가끔씩 이런 얘기들이 들려온다. 이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아이디어 창출부터 콘텐츠 제작 등 모든 과정에서 참여자 모두가 고민 또 고민해야 한다. 대행사에게만 일을 맡겨서도 안되고, 콘텐츠 전문 제작사만 믿어서도 안된다.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기획자부터 디자이너, 개발자, 그리고 마케터와 홍보담당자까지 모두가 역량을 합쳐야 가능하다.


처음부터 신기술과 제품을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 제품에 대한 철학부터 기술 속성, 방향성, 미래 비전까지 서로 다른 시각에서 논의해야만 기술 이해도도 높아지고, 아이디어들도 만들어진다. 비로소 그 때 희망의 빛이 보인다.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고, 지루할 수 있지만 이런 과정은 꼭 거쳐야 한다. 대행사나 제작업체만을 바라보고, 나 하나 빠져도 문제 없다는 생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뜻하지 못한 위험을 맞이할 수도 있다. 손놓고 있었던 영상에 엉뚱한 기술 구현이나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장면 등이 포함되어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도 있고, 톤&매너가 전혀 맞지 않는 콘텐츠가 만들어져 혼선이 야기되기도 한다. 짜임새 있는 조직 운영을 위해 결코 무임승차는 안된다.


Tip 4. 경영층의 몫을 남겨주자.


콘텐츠 제작에 있어서 경영층이 소외되면 안 된다.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도록 경영층에게도 숙제가 필요하다. 행사 제목이나 슬로건 등에 대해서는 경영층의 아이디어를 얻어보자. 이는 중요한 의사결정 과제며, 실무 단위의 복잡한 작업이 아니기에 경영층들도 쉽게 의견을 줄 수 있다. 눈으로 보고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이슈들에 대해서는 경영층의 몫을 남겨주는 것이 좋다.


가급적이면 2주~3주 간격으로 스티어링 커미티 개념의 경영층 회의를 소집하여 중간 결과물에 대한 의사 결정을 받아야 한다. 대규모 행사까지 담당 중역의 경우에는 5~6회 정도의 의사 결정 과정을 거치는 것이 효율적이며, CEO의 경우에는 초기 기획단 보고와 중간보고, 행사 전 최종 보고 등 3회 정도면 충분하다.


Tip 5. 새로운 것이 창의적인 것은 아니다


기술은 과학적인 이론과 논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기술적인 원리, 원칙을 무시하고 상상만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면 전혀 쓸모없는 콘텐츠가 된다. 개발자의 조언하에 기능에 대해서 파악하고, 충분히 실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제작해야 한다. 이런 것들을 어기고 제 멋대로 제작을 진행하면 진정성 없는 공상 과학 영화가 될 수 밖에 없다. 한 예로 홍보나 마케팅 담당자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기반으로 영상을 제작한 경우가 있었다. 기기가 실제 작동 가능한 온도 범위를 무시하고 극지방이나 사막에서의 활용성을 강조하여 영상을 만들었다. 결국 이 영상은 활용할 수 없었다. 아직까지 기술적 한계로 인해 불가능한 조건이었고 완벽한 거짓이었다. 새로운 것만을 강조한 나머지, 제품과 기술의 진정성을 완전히 잃어버린 최악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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