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 선생님의 선물

모든 일은 사필귀정

by Wynn

사필귀정 (事必歸正)

어떤 일이든 반드시 옳은 이치대로 돌아간다는 의미다.

지금은 눈앞에 있는 이익을 위해

남의 것을 해하거나 욕심을 부린다면

반드시 그 죗값을 받고,

선을 베푼다면 언젠가는

하늘의 은혜를 받는다는 뜻이다.


살아오면서, 때론 일하면서

그렇게 순리대로,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마냥 살기는 쉽지 않다.

지금 세상은 욕망이 지배하는 사회.

물질이 최고로 숭배받는

그런 세상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가끔씩은 욕심을 버리는 것이

더 큰 보상을 받을 때도 있다.

그게 사람 사는 세상이다.


25년 전 겨울.

내게도 특별한 경험이 하나 있었다.




1997년 12월 4일 서울 사무실에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내려가던 길이었다.

영등포역에서 열차를 타기 전에

다음 주 열차표를 사서 지갑과 함께

주머니에 넣었다.

열차 안이 너무 더워서 재킷을 벗고 있었다.

천안에 도착하고서야 다시 입었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지갑을 기차에다 떨어뜨리고 내린 것을 알게 됐다.

지갑은 물론 다음 주 출근을 위한

열차예매표도 걱정됐다.

그런데 그날 저녁 대전 동부경찰서 박ㅇㅇ순경으로부터

지갑이 파출소에 있으니 밤기차 편으로 보내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지갑을 주워서 주인에게 돌려주라고

파출소에 맡긴 사람은

현역군인으로 복무 중인 김ㅇㅇ 공군 일병이다.

지갑에 있던 현금과 열차표는

그날 밤 내게로 전달됐다.

지갑을 안전하게 돌려주신 김일병과 박순경,

그리고 대전역과 천안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여러분의 존귀함과 정직함에 감사드린다.


독자투고 : 티모디 머서(마동진·대한기독교 나세렛성결회 선교사)

- 동아일보 1997년 12월 18일 자 조간신문-


부끄럽게도 지갑을 주워서 돌려준

공군 김일병이 25년 전 바로 나였다.


이렇게 신문에 실린 미국 선교사의 글 하나가

그 당시 내 생활을 바꿔놓았다.


바닥에 떨어진 지갑을 발견했을 때,

솔직히 갈등의 연속이었다.

두툼한 지갑 속에 현금이 가득했고

신분증은 전혀 없었다.

그냥 가지고 간다고 해도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

어찌할지 고민이었다.

근데 마음이 허락하지 않았다.

1시간 고민 끝에 나는 파출소를 찾았고

분실 신고가 있으면 돌려주라고 하고

부대로 휴가복귀를 했다.


그날 밤늦게

부대에 전화 한 통이 왔다.

나를 찾는 외국인!

어설픈 한국말을 하는 외국인

"고맙습니다. 김일병 님.

덕분에 지갑을 찾았고 한국이라는 곳이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어찌 우리 부대 연락처를 확인

전화가 되었는 지는 알 수 없었.

행정 담당 선임들도 무슨 얘기냐며

어리둥절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그 일은 조용히 마무리되는 듯 했다.


하지만 딱 2주일 후에

그 이야기가 조간신문에 떡 하니 실렸다.

신문보도가 나간 그날 아침

나는 엄청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 나 사령관인데, 아주 훌륭한 일 했어. 김일병"


헉..... 바로 직접 공군 군수사령관님이

신문을 보고 내게 전화를 하신 것이었다.

공군본부를 통해서 확인을 받으신 듯했다.

그 이후의 일은 대충 상상이 갈 것이다.


포상 휴가는 물론이고,

사령관님 표창에.

공군의 월간지에 실리는 영광까지.

그때부터 내 군생활이 순탄하게 풀리기 시작했다.

선교사님께 선물한 작은 선행이

내 군 생활을 바꾸어놓은 것이다.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97년 12월의 기억.

IMF가 시작되면서 모두가 힘든 시기였지만

내가 희망스럽게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하다.


그때부터 어떤 일이든 사필귀정을 생각하며 착하게 살려고 열심히 노력 중이다.

당당하게 소신대로 사는 길.

사실 손해 보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것이 마음은 편안하다.


누군가를 속이고,

그 거짓된 결과를 통해

뒤통수를 치는 것은

결국에는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이것이 아주 오래 전

선교사의 지갑이

내게 알려준 삶의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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