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어간다는 것 -2-
크리스마스트리 만들기
"아빠!"
주말 아침 나를 깨우는, 귀에 익은 목소리.
8살짜리 그 녀석. 우리 아들이다.
유유히 방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훌쩍 침대 위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다소곳이 내게 속삭였다.
"아빠, 오늘 크리스마스트리 만들자"
생각해 보니 벌써 11월 중순.
서서히 하얀 눈이 그리워지고
캐럴송이 생각나는 설렘의 시간,
바로 크리스마스가 다음 달로 다가오고 있다.
이제 트리를 준비해야 시간이 온 것이다.
문뜩 생각해 보면 크리스마스트리를
처음 직접 만들었던 것은 1998년.
군대 중간 간부의 지시로 진짜로 산에 올랐고
무식하게도 직접 나무를 잘라서 트리를 만들었다.
그 시절 살포시 다짐했던 것이
나중에 가족이 생기면 오손도손 함께 모여서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
오늘 그 꿈이 현실이 되는 시간이다.
아들의 재촉으로 졸린 눈을 비비고 나와서
어딘가에 고이 모셔두었던(?)
지난해 쓰던 장식용 트리를 꺼냈다.
그리고 지난주 이케아에서 사 온 트리 장식과
반짝반짝 전등까지 거실에 펼쳐놓았다.
아들과 함께 트리 만들기 시작.
그런데 뭔가 엉성했다.
두 사람이 아무리 노력해도
크리스마스트리의 재모습을 찾지 못했다.
그 순간 멀리서 보고 있던 아내가
한숨을 내쉬며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해결사 아내의 등장!
빠른 손놀림으로 아내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어갔다.
나와 아들도 아내 곁에서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나하나 채우며
우리 가족만의 특별한 시간을 함께 했다.
아내의 도움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근사한 트리가 거의 완성을 했다.
아들은 산타 할아버지에게서
선물을 받을 수 있는 큼지막한 양말 하나를 걸고
마지막으로 뉴질랜드에서 사 온 키위 장식을
트리 꼭대기에 붙였다. 이제 완성!
두근두근 전원을 연결했고
전등 불빛이 화사하게 들어왔다.
아이의 눈빛도 반짝반짝 빛났다.
온 가족이 함께 만든 크리스마스트리!
보는 것만으로 웃음이 나왔다.
행복한 주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