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어간다는 것 -3-
축구대회, 그리고 후보 선수
"아빠, 이번 주말에 축구대회 나가요."
아들은 기대 가득한 표정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과의 주말 약속.
그 녀석이 다니는 축구클럽(학원)에서
반기별로 참여하는 지역 축구 시합.
여기에 아들이 참여한다는 것이었다.
일요일 오후.
우리 가족은 의자와 돗자리, 먹을 것들을
두 손 가득히 챙겨서 축구장으로 향했다.
늦가을 추운 날씨였지만,
이미 축구장은 아이들과 학부모들로 가득차 있었다.
14시 45분.
드디어 고대하고 고대하던 경기 시각.
서로 인사를 하고 축구 경기가 시작되었다.
그렇지만 우리 아들은 경기장 안에 없었다.
2명의 후보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경기장 밖에서 응원을 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아내는 내게 말했다.
"가장 늦게 학원에 합류했기에 다른 친구들보다
조금은 부족해서 후보이고 나중에 교체해줄꺼야"
경기는 전후반 구분없이 진행되었다.
팀은 내리 3점을 빼앗기며 상대팀에 끌려갔다.
그래서 교체 타이밍이 애매했고
결국 아들은 첫 경기에서 뛰지 못했다.
아이의 표정에 실망이 가득했다.
첫 경기를 친구들과 함께 뛰지 못한 것이
아쉽기도 하고 서럽기도 한 모양이었다.
곁에서 잘 했다고 격려해주었지만
여전히 풀 죽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진 2번째 경기.
이번에는 다행히(?) 주전 출장이었다.
역시 조금은 부족했지만 힘차게 달리고
친구들을 격려하는 열정은 100점이었다.
겅기 중반 아들이 툭하고 패스한 것이
자연스럽게(?) 공격수에게 전달되었고,
강한 슈팅으로 대망의 첫 골이 나왔다.
'어시스트! 공격포인트였다'
잘 하지는 못했지만 그라운드를 열심히 달렸다.
아이의 팀은 이 경기를 2대0으로 이기며
B조 2위로 준우승에 진출했다.
"네가 패스한 공이 골이 된거야. 아주 잘했어!"
경기를 마치고 돌아온 아들을 칭찬했다.
그제서야 아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가득했다.
준결승 시합에서도 아들은 주전으로 달렸지만
경기 초반 옆팀 선수와의 충돌하면서
아쉽게도 초반에 교체되어 경기장을 나왔다.
머리끼리 부딪힌 것이 많이 아팠던 모양이었다.
이 경기 결과는 1:1 무승부!
다만 승부차기에 패하면서 결승에는 오르지 못했다. 그렇게 아들의 그날 경기는 끝이 났다.
몇몇 아이들은 우승하지 못한 것이 아쉬워서
펑펑 울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지만
우리 아이는 4강 트로피에 만족하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첫 경기의 후보 선수.
실력이 부족하기에 그건 당연한 일이다.
이제 하나 하나 세상살이를 배워나가는 아이.
꾸준히 노력하고 서로서로 경쟁한다.
이것이 반복되면서 조금씩 발전하고
사회 속의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한다.
후보 선수의 경험과 경기를 즐거운 방법을
배우면서 세상 속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아들.
오늘은 우리 아이가 한없이 대견스럽다.
가능성 가득한 아름다운 후보 선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