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ynn Nov 20. 2023

나의 오래 전 친구

집 뒤의 팽나무 이야기

나는 작은 시골 마을 살았다.

우리 집 뒤에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어르신들은 그 나무 '500년 나무'라고 불렀다.

어린 시절 그 나무는 나의 놀이터였다.

높지 않아오르기 쉬었고

여기저기 작은 구멍들이 많아서

나의 보물들을 숨기기 좋았다.

여름이면 큰 그늘이 있었고

가을에는 푹신한 나뭇잎 침대를 마련해 주었다.

집보다 편한 나만의 공간이었다.

정말 내게 없어서는 안 될 정말 소중한 나무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나무에 벌들이 살기 시작했다.

무시무시한 말벌이었다.

어르신들과 동네 동네형들이 그 나무로 몰려왔고

말벌 집 퇴치가 시작되었다.

나무 구멍 여기저기가 불로 까맣게 변해 벼렸다.

말벌은 결국 사라졌지만

그 나무도 예전 같은 푸르름은 사라져 버렸다.

그날 이후 사람들은 나무를 말벌 나무라고 불

아무도 그 근처에 가지 않았다.

그렇게 500년 된 팽나무와 나는 멀어지게 되었다.


내가 대학을 가고 군대를 다녀오면서

우리 마을은 사라졌다.

도시계획정리를 하면서  

마을 전체가 사라져 버린  버린 것이었다.

그 팽나무도 역시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마을이 사라진 지 25여 년이 지났다.


그러던 어느 날  기적 일어났다.

우연히 나는 고향의 시청 광장을 걸었,

새롭게 조성된 시청 광장 한 구석에

어디서 많이 본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500년 된 보호수

바로 나의 옛 친구 그 팽나무였다.

자세히 내용을 확인해 보니

도시 계획정리와 함께 시청이 다시 만들어지면서

이곳으로 자리를 옮겨왔다고 적혀있었다.


아직 살아있었다!  나의  옛 친구!

감동의 순간이었다.

살포시 눈물도 나왔다.

나의 어린 시절 체온을 그대로 간직한 그 나무가

여전히 내 곁에 서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생명력.

어떤 이유에서 심어졌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수백 년간의 마을의 흥망성쇠 역사를

그대로 보면서 500 년을 버틴 그 나무.

마을은 영원히 사라졌지만

지금은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500년을 넘어 1000년을 향해 살아가고 있다.


그리보면 아마도 팽나무와 나와의 추억은

정말 작은 일부였을 것이다.

그 시간만큼 그 역사적인 팽나무와 함께 한 것이

내게 큰 영광이다.

나의 옛 친구. 팽나무!

"다시 만나서 반가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