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은 시골 마을에 살았다.
우리 집 뒤에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어르신들은 그 나무를 '500년 나무'라고 불렀다.
어린 시절 그 나무는 나의 놀이터였다.
높지 않아서 오르기 쉬었고
여기저기 작은 구멍들이 많아서
나의 보물들을 숨기기 좋았다.
여름이면 큰 그늘이 있었고
가을에는 푹신한 나뭇잎 침대를 마련해 주었다.
집보다 편한 나만의 공간이었다.
정말 내게 없어서는 안 될 정말 소중한 나무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나무에 벌들이 살기 시작했다.
무시무시한 말벌이었다.
어르신들과 동네 동네형들이 그 나무로 몰려왔고
말벌 집 퇴치가 시작되었다.
나무 구멍 여기저기가 불로 까맣게 변해 벼렸다.
말벌은 결국 사라졌지만
그 나무도 예전 같은 푸르름은 사라져 버렸다.
그날 이후 사람들은 나무를 말벌 나무라고 불렀고
아무도 그 근처에 가지 않았다.
그렇게 500년 된 팽나무와 나는 멀어지게 되었다.
내가 대학을 가고 군대를 다녀오면서
우리 마을은 사라졌다.
도시계획정리를 하면서
마을 전체가 사라져 버린 버린 것이었다.
그 팽나무도 역시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마을이 사라진 지 25여 년이 지났다.
그러던 어느 날 기적이 일어났다.
우연히 나는 고향의 시청 광장을 걸었고,
새롭게 조성된 시청 광장 한 구석에
어디서 많이 본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500년 된 보호수
바로 나의 옛 친구 그 팽나무였다.
자세히 내용을 확인해 보니
도시 계획정리와 함께 시청이 다시 만들어지면서
이곳으로 자리를 옮겨왔다고 적혀있었다.
아직 살아있었다! 나의 옛 친구!
감동의 순간이었다.
살포시 눈물도 나왔다.
나의 어린 시절 체온을 그대로 간직한 그 나무가
여전히 내 곁에 서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그 생명력.
어떤 이유에서 심어졌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수백 년간의 마을의 흥망성쇠 역사를
그대로 보면서 500 년을 버틴 그 나무.
마을은 영원히 사라졌지만
지금은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500년을 넘어 1000년을 향해 살아가고 있다.
그리보면 아마도 팽나무와 나와의 추억은
정말 작은 일부였을 것이다.
그 시간만큼 그 역사적인 팽나무와 함께 한 것이
내게 큰 영광이다.
나의 옛 친구. 팽나무!
"다시 만나서 반가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