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우누리 세대다.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1990년대 우리나라 PC 통신을
꽉 잡고 있던 3개의 서비스.
나의 아지트는 단연 나우누리였다.
수능을 마친 후에 빠져버린 PC통신.
상상을 초월하는 전화비를 감당하며
매일매일 통신에 빠져 있었다.
입대하기까지 대학교 1~2학년은
PC통신이 내 삶의 거의 전부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것은
다복솔이라는 같은 학번 연합 모임.
그곳에서 나는 많은 친구들을 만났다.
사는 곳도 다르고 학교도 다르고
전공도, 성격도 달랐지만
학번이 같다는 이유로 우리는 하나였다.
게시판에 일상을 기록하고
밤에는 채팅방에 삼삼오오 함께 모여
얘기를 나누었다.
핸드폰이 대중화되지 않았던 시절
채팅은 최고의 소통 창이었다.
서울에서는 자주 번개모임이 있었고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정기모임에는 100여 명 이상이 나올 정도로
화려한 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영원할 것만 같았던
우리들의 PC통신 모임도
그 영광이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친구들이 하나둘씩 군대를 가면서
회원들과 참석자가 줄어들었고
웹기반의 인터넷이 발전하면
새로운 대체 커미티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어느 순간
우리만의 공간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가끔씩은 그때가 그리워진다.
함께 파란색 채팅창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그때.
순수했던 그 시절
밤새 술 마시며 고민하던 그 친구들.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을지.
다복솔의 뜻처럼
가지가 다보록하게 퍼진 어린 소나무들이
이제는 중년의 나이들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중심이 된 다복솔 친구들.
어디선가 자신의 자리에서 파이팅 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