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6.29
담임 선생님께서 체육실기 평가를 하지 않았다.
신문만 지켜보시던 선생님의 고민이 많던 얼굴이 기억난다.
1988. 9.17
학교에 가지 않았다. 특별한 임시공휴일.
하루종일 친구들과 함께 밖을 뛰어다녔다.
1993. 8.12
대전엑스포 구경을 마치고 올라오는 길에
대통령 담화가 있었고 사람들이 그것을 지켜봤다
1994. 7.8
갑자기 호외 신문이 돌았다. 하굣길에 들으니 전쟁이 날 수도 있다고 했다. 고등학생도 군대 가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1997.11.22
군대 행정관이 통장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새로 통장을 만들면 금리가 연 10% 이상이라고 했다.
2000.1.1
컴퓨터가 마비된다고 해서 시간을 미리 바꾸어놓았다. 하지만 그런 대혼란은 없었다.
2001.9.11
수업을 마치고 대학 기숙사로 들어서는 순간 충격적인 영상을 봤다. 뉴욕에서 큰 비행기가 건물에 부딪히고 건물이 불타고 있었다.
2004.3.14
광화문 한복판에 있었다. 처음으로 내가 방송을 탔다. KBS 9시 뉴스에 내 인터뷰가 나왔다.
아버지는 뉴스를 보고 화를 냈지만 내가 나와서 조금은 이해가 된다고 하셨다.
2009.5.23
여행을 떠나려는 순간, 뉴스 속보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당장 기차를 타고 김해로 향했다.
그리고 그 이후 특별한 날이 기억나지 않는다.
존경했던 분의 죽음으로
세상살이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다.
그 사이 나는 본격적으로 회사생활에 전념하면서
세상 밖의 일에 조금은 무심해져 갔다.
결혼을 하고 부양가족도 생기면서
가족들과의 시간이 내 삶의 중심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세상사에 무관심했던 사이에
시간은 흘러서 2023년 12월이 되었다.
날씨만큼 세상살이가 차갑게 느껴진다.
훈훈한 온정과 타협은 사라지고
죽이지 못하면 죽어야 하는 냉엄한 사회가 되었다.
내가 관심이 사라지니
세상 또한 우리에게 관심이 없는 듯하다.
대한민국의 주인으로서
내년에는 좀 더 세상에 관심을 기울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