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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ynn Aug 12. 2024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하다

새로운 기회가 주어지다

"I can speak English"


중학교부터 지금까지 수십 년을 외쳤지만 결코 이루어지지 않은 나의 미완성 과제다. 성격 자체가 게으른 나에게 반복적인 언어 학습은 맞지 않았다. 때문에 다짐은 했지만, 실행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조금 하다고 포기하고, 조금 하다가 포기하고 그렇게 반복적으로 실패한 나의 영어 인생 35년이다.

회사에서 하는 업무 역시 영어를 활용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대부분 전략과 기획같은 비밀스러운  업무를 담당했기에 나의 고객층은 높으신 경영층이었고 대부분이 한국인들이었다. 때문에 영어를 사용할 일은 거의 없었다. 그렇게 나는 시나브로 영어와 멀어졌다.


하지만 이번에 팀을 옮기면서 새로운 환경을 맞이했다. 본부 대부분의 중역들이 외국인이었고, 가끔씩 회의 자체를 영어로 진행했고 대부분 중요한 보고도 모두 영어로 말했다. 영어 실력이 부족한 나에게 결코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다. 회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도 싶지 않았고, 매번 꿀 먹은 벙어리처럼 회의를 지켜봐야 했다.


이런 내가 안쓰러웠는지 팀장님은 에게 특별한 기회를 선물해 주셨다. 회사에서 진행하는 영어 교육 참여. 지금 나는 그렇게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있다.


실제로 영어 공부를 접은 지 10년. 젊은 친구들과 함께 하는 영어 수업을 따라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단어나 문장 외우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무엇보다도 최근 시작된 노안으로 책을 읽는 것 자체가 만만치 않다는 것. 가까이에서 글자를 보고 읽는 것 어느 순간 릿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실습할 때면 생각은 많았지만 말문이 터지지 않았고, 듣는 것도 결코 익숙지 않았다. 교육 첫 주에는 그런 좌절감이 나를 엄습했다. 지금 이 나이에 영어공부를 다시 하는 것이 가능할지, 내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고민되고 또 고민되었다. 또 한 편으로는 지금의 내 영어실력에 대한 반성의 시간도 되었다. 쓸데없는 자존심만 가득했지, 정작 실력은 엉망이라는 것. 솔직하게 나 자신을 지켜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나는 반성하고 또 반성했다. 

어쩌면 지금까지는 그렇게 절실하지 않아서 멀리서 지켜만 봤을 뿐, 한 번도 제대로 해보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또 한 번 다짐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이번 기회마저 놓친다면 나에게 영원히 영어공부할 시간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며칠 공부만으로 실력이 오를 수는 없다. 이제 나이도 50이 가까워지고 있기에 학창 시절만큼 두뇌회전도 그리 빠르지 않다. 그래서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다.


한 걸음 한 걸음 내가 할 수 있을 만큼, 나의 속도로 천천히 걸어갈 것이다. 욕심부리지 않았을 것이다.

어제보다 오늘이 조금 낫고, 오늘보다 내일이 조금 나으면 된다.  차츰차츰 실수가 줄어들고, 조금씩 말문이 트이고, 듣는 것이 원활해지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그 말.

내게 그 말이 정답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나는 다시 영어 공부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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