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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ynn Jul 10. 2024

여름이 더욱 매력적인 언덕마을, 제천 옥전 자연휴양림

제천에 자리 잡은 새삥(?) 숲 속의 집

푸른 언덕 위 자리잡은 소박한 힐링 마을


'제천 옥전 자연휴양림?'

이름이 낯선 휴양림이었다.

제천을 지나면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휴양림. 어떤 곳인지 궁금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2021년 코로나 시기에 새롭게 생긴 박한 충북의 자연휴양림. 서울에서 2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그리 멀지 않은 휴양림이었다.


살짝 기대가 되었다. 요즘 만들어진 속의 집은 어떨까 기대가 되었다.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부푼 마음으로 옥전 자연휴양림으로 향했다.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원주를 지나서 치악산을 넘었다. 잠시 후 신림 IC를 빠져나와서 왼쪽으로 차를 돌렸다. 보통은 나는 오른쪽으로 차를 돌려서 영월로 향했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핸들을 그 반대편으로 돌렸다. 작은 시골 마을인 신림면이 나타났다. 신림(神林)은 이 지역에 위치한 성황림을 신적인 숲으로 생각해 유래된 곳으로, 이곳부터는 푸른 숲들이 국도변으로 끝없이 펼쳐졌다. 5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10여분 달리다 보면 오른쪽에 옥전 자연휴양림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보였다. 작은 계곡을 벗 삼아서 조금 더 달리니 숲 속에 감춰진 옥전 자연휴양림이 그 모습을 나타냈다.

옥전 자연휴양림 전경
옥전 자연휴양림 입구

옥전 자연휴양림의 첫인상은 소박한 펜션 단지 같았다. 여느 유명한 휴양림과는 다르게 산세가 수려하지도 않고 전체 규모도 그리 크지 않았다. 지금까지 다녀본 휴양림에 비하면 뭔가 조금은 부족했기에 솔직히 살짝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입구 차단기를 지나서 조금 올라가니 관리사무소가 나왔고 그곳에서 키를 받을 수 있었다. 키를 받고 숙소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에 잠시 뒤를 돌아서 주변 풍경을 살폈다.


2024년 장마의 시작답게 주룩주룩 비가 내리고 그치기를 반복했고, 비구름이 산을 타고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규모가 작아서 조금은 실망했지만 숲이 선물해주는 운치는 나름대로 특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잠시 비가 그친 틈을 타서 입구쪽으로 내려가니 계곡의 청아한 물소리가 들렸다. 휴양림 바로 앞에 근사한 계곡물이 흐르고 있었다. 한여름 물놀이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맑았다. 다만 비가 내렸기에 오늘은 이곳에서 시간을 보낼 수는 없는 것이 아쉬울 뿐.

휴양림 관리사무소
옥전 휴양림 앞의 계곡

우리 가족은 다시 예약한 방으로 차를 이동했다.

우리가 예약한 방은 노목 2호실. 휴양림 가장 위쪽에 위치한 4개 숙소 중에서 중간 방이었다. 가파른 비탈길을 따라서 조금 더 오르니 우리 숙소가 나타났다. 노목동의 각 숙소마다 2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도록 길과 주차장은 잘 갖춰져 있었다.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숙소의 문을 열었다. 중간에 근사한 중문이 있었고 층고도 상당히 높았다. 그냥 감탄사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지금까지 다녀본 숙소 중에서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숲 속의 집답게 모든 것이 새 것들이었다. 에어컨과 냉장고, 전자레인지와 밥솥, 그리고 식탁까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완벽한 고급 펜션 같았다. 가장 맘에 들었던 것은 바로 테라스. 넓게 목재로 만든 테라스에 테이블이 있었고, 비를 피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가 되어 있었다. 우리는 준비한 의자를 펴고 테라스에 앉았다. 그리고 멍하니 앞에 펼쳐진 숲을 즐겼다. 이미 준비한 막걸리 한 잔을 마시고 비 내리는 숲을 감상했다. 촉촉이 나무를 적시는 여름비의 편안함. 그 소리를 안주 삼아서 강원도의 옥수수 동동주를 한 잔 했다. 그 맛은 정말로 끝내줬다.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내가 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정말로 내게 사치같은 순간이었다.

동동주 한 잔을 마시고 잠시 휴양림 구경에 나섰다.

문을 열고 나가서 노목 1,2동 사진 촬영을 하고 뒤로 돌아서는데, 갑자기 검은색 토끼 한 마리가 등장. 깜짝 놀랬다. 그리고 그 뒤에 또 한 마리의 토끼가 나타났다. 산토끼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두 녀석들은 잠시 나를 지켜보더니 숲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너무나 놀란 나머지 근처 순찰을 하고 있는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달려가서 이곳에 산토끼가 산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그 직원은 웃으며 "옥전 자연휴양림에서 기르는 토끼"라고 내게 이야기해줬다. 살포시 실망.  

노목 1동과 2동
휴양림의 토끼들

토끼 에피소드를 뒤로 하고 휴양림의 다른 숙소들을 둘러보았다. 숲 속의 집 '노목'이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었고 그 아래로 9동 정도의 숙소가 자리하고 있었다. 연립동처럼 이어진 숙소가 약 5~6채 있었고, 조금 큰 크기의 숲 속의 집이 3~4채 정도 있었다. 아직은 계속 확장 중으로 일부는 숙소를 확장하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기에 한 바퀴 둘러보는데 10여분이면 충분할 정도였다. 사진 몇 장을 찍고 숙소로 돌아와서 우리 가족만의 오붓한 시간을 즐겼다. 의자에 앉아서 빗소리를 즐기며 보내는 토요일 저녁. 주일의 스트레스가 한 번에 사라지는 그런 순간이었다.  

옥전 자연휴양림의 숙소들

새소리와 숲의 바람소리를 들으며 숲 속 산책을 즐기고 밤하늘의 별을 헤아리는 여유까지 누릴 수 있는 작은 휴양림. 특히 여름에는 숲 속에서의 힐링과 함께 앞으로 이어지는 청정 계곡에서 물놀이까지 즐길 수 있는 그런 휴양림이 옥전이었다. 아직은 조금 부족하고 채워질 것이 많지만 가족과 함께 새로운 시설에서 특별한 시간을 보내기에는 최고의 자연휴양림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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